이주열 총재 내정자…한은 조직 개편 시작될 듯

이 내정자는 1977년 한은에 입행한 뒤 조사국장, 정책기획국장, 통화신용정책 부총재보, 부총재 등을 거쳤다. 한은 총재는 대통령 지명 후 국회 인사 청문회를 거쳐 선임된다.
‘유연한 대응력’도 갖춰
이 내정자가 한은 신임 총재로 내정되자 금리 인하 기대감이 완전히 가시고 하반기 기준 금리가 오를 것이란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35년 정통 한은맨’인 이 내정자를 ‘중도 매파’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 내정자는 과거 부총재 재직 시절 금리 인상을 통한 물가 안정을 중시했다는 평이다. 그러나 2008년 금융 위기가 닥치자 금리 인하에 나서는 등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했다. 시장은 앞서 정부가 ‘경제 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하자 차기 한은 총재에 친정부 성향 인사가 오를 것이라고 기대했다가 한은 내부 인사인 이 내정자가 지명되자 긴장하는 분위기다.
긴장감은 한은 내부에도 흐르고 있다. 이 내정자는 2년 전 김 총재를 향해 “60년에 걸쳐 형성돼 온 고유의 가치와 규범이 하루아침에 부정됐다”고 말할 만큼 모든 면에서 김중수 현 한국은행 총재와 평행선을 달렸다. 김 총재는 부임 이후 글로벌 역량을 강조하면서 외국 대학 박사와 영어 능력으로 무장한 ‘김중수 키즈’를 주요 보직에 앉혔다. 이 때문에 취임 후 어떻게든 인사와 조직 개편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과거 요직을 거쳤다가 외곽으로 밀려난 이들을 복귀시키고 ‘한은의 혼’이라고 불리는 조사국과 옛 정책기획국·금융시장국 등의 핵심 라인이 재부상할 것이라는 등 시나리오도 구체적이다.
그러나 아직은 이 내정자가 단기간에 조직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박원식 부총재와 강준오·강태수·김준일 부총재보 등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4월이면 자연스럽게 인사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이 내정자가 ‘조직을 그대로 가져갈 수 없지만 예전으로 되돌리기도 힘들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대대적인 물갈이에 나서면 조직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것을 이 내정자 스스로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m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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