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숙련 인력 경험·노하우 활용 가능…도입 속도·임금 감소 폭 다양

수년 전부터 자체적으로 정년 연장을 60세까지 연장하고 이를 위해 임금 피크제를 도입한 기업들이 있다. 포스코·GS칼텍스·우리은행 등이 임금 피크제의 모범적 사례로 꼽힌다. 이들 기업은 다만 정년 연장 나이나 임금구조에서 차이를 보인다. 임금 피크제를 도입, 운영하기 위해 ▷노동조합과 합의를 끌어내고 ▷임금 피크제 대상자의 직무 개발 연구에 몰두하며 ▷젊은 계층과 장년 계층과의 조직 내 화합을 위해 펼친 노력 등을 상세히 분석했다.
포스코 재무실 직원들 회의
/김병언 기자 misaeon@ 20120409..
포스코 재무실 직원들 회의 /김병언 기자 misaeon@ 20120409..
case 1. 포스코
“정년 58세, 정년 후 2년 재고용 가능.”

포스코는 국내 기업 중 정년 연장을 가장 빨리, 모범적으로 시행한 대표적 기업이다. 2007년 노사합동연구반을 발족해 정년 연장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 노사합동연구반은 다른 나라의 정년 연장 사례를 연구하고 인력 구조 변화를 예측한 시뮬레이션을 가동하는 등 전문적인 분석을 바탕으로 2010년 포스코에 가장 적합한 정년 연장 방안을 도출했다. 포스코는 정년 연장 방안에 대한 전 직원 찬반 투표를 실시했고 71.5%의 찬성을 얻어 2011년 11월부터 정년 연장을 시행하게 됐다.

그렇게 시행된 제도는 다음과 같다. ▷2011년 만 56세였던 정년퇴직 연령을 현재 58세로 늘렸다. 퇴직 후에도 2년간 재고용이 가능해 사실상 60세로 정년이 연장됐다. 57세부터는 매년 10%씩 임금을 줄여 나간다. 포스코 대부분 직원의 실제 퇴직 연령은 60세다. 단, 신입 사원 채용 등 인력 운용 여건, 임금 피크 적용 기간 등 형평성을 감안해 정년 연장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2011년 도입한 임금 피크제는 직원이 만 52세에 도달한 이후부터 만 56세까지 기본임금 자연 인상을 정지하고 단계적으로 임금을 삭감한다. 만 57세까지는 정년 연장 직전 기본임금의 90%, 만 58세까지는 80%, 재고용 기간인 만 59세, 만 60세까지는 60%를 받는다. 임금 피크제 적용으로 기본임금의 자연 인상은 정지되지만 노사 간 임금 협의에 따른 기본임금 인상은 가능하다. 만 58세까지 복리후생도 동일하게 적용해 자녀 장학금, 선택형 복지 포인트, 휴양 시설 이용 등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포스코 임금제도의 특징은 먼저 ▷‘평가제’를 꼽을 수 있다. 임금 피크제 이후에도 업적 평가를 통해 차등 인센티브를 마이너스 3%부터 3%까지 지급한다(재채용 인원은 제외)는 내용이다. 이 같은 방식은 근로자에게 업무에 따른 동기부여가 가능하다. 둘째는 ▷‘직책 용퇴(勇退)제’다. 후배들을 위해 도입한 이 제도는 퇴직을 몇 년 앞둔 선배들이 미리 직책을 내려놓는 것을 말한다. 이를 통해 정년 연장에 따른 승진 적체 문제도 해결했다. 시기는 만 54세부터다. 셋째 ▷‘재채용제’가 있다. 건강과 근무 성적에 특별한 사유가 없는 만 58세 퇴직 후 누구나 재채용이 가능하다. 이로써 실질적인 만 60세 고용으로 근로자 만족도를 높이고 기업은 숙련 인력 확보가 가능해졌다. 넷째, ▷퇴직금 제도를 확정 기여형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다. 기존 제도인 확정 급여형 퇴직연금은 급여의 일정 비율로 퇴직금이 확정된 것이지만 확정 기여형은 적립금과 운영 실적에 따라 퇴직금이 달라지므로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는다. 확정 급여형과 확정 기여형의 차이는 전자가 급여의 일정 비율로 수혜 금액이 확정된 것이고 후자는 운영 실적에 따라 수혜 금액이 달라질 수 있다는 데 있다. 또한 만약 퇴직연금 전환을 원하지 않는다면 자연 승급 정지 시기에 중간 정산이 가능하다. 2014년 7월부터 일반 직원들도 확정 기여형 전환 기회가 주어진다.

포스코는 정년 연장에 따른 임금 피크제 도입 필요성에 대해 노사가 공감했지만 ▷도입 시기와 ▷임금 감소 비율 등에 대해서는 의견이 팽팽하게 엇갈렸다. 이에 ‘노사활동정년연장연구반’을 구성해 1년 이상 자료를 검토하고 해외 사례를 조사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게 된 것이다. ‘퇴직금이 줄어들지 않을까’하는 우려는 ‘확정 기여형 퇴직연금제도’ 도입으로 해결했다. 임금 피크제 적용 시기에 따른 이견은 ‘연령 증가에 따른 근로자의 생산성 변화, 라이프사이클별 생애 소득 지출 규모 등을 감안해 52세부터 근속이 증가하더라도 임금이 오르지 않고 56세 이후에는 단계적으로 임금이 감소하는 형태’로 결정해 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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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관계자는 “정년 연장과 임금 피크제 도입으로 직원들은 일을 통해 가치 있는 삶을 영위하고 금전적으로도 안정된 생활이 가능해졌다”며 “회사는 해외 사업 등에 고숙련 직원들의 경험과 기술을 지속적으로 활용하게 됐으며 정년 연장과 동시에 시행함으로써 노무비 부담도 줄어드는 노사 윈-윈 효과를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case 2. GS칼텍스
“정년 60세, 58세 이후 80% 지급.”

GS칼텍스는 2012년부터 임금 피크제를 도입했다. 이 회사의 임금 피크제는 정년을 현재 만 58세에서 만 60세로 2년 연장했다. 정년 연장자는 직책 유지가 가능하다. 정년 연장 혜택을 받아 근무 중인 직원은 50명 정도 된다. 만 58세부터 임금 피크제가 적용돼 직전 기본급의 80%를 월급으로 지급한다.

GS칼텍스의 임금제도에서는 특히 ▷‘평가제’가 눈에 띈다. 정년 대상인 이들에게 직책 승진 평가제를 실시하는 것으로, 가령 감독자나 팀장 등의 직책이 있을 경우 소정의 직책수당이 더해질 수 있다. 또 다른 특징은 ▷‘직책 유지’ 제도를 꼽을 수 있다. 누구나 능력만 되면 직책을 유지하거나 부여받을 수 있다. 직책 선임 기준을 명확하게 함으로써 능력에 따른 직책을 유지할 수 있고 구성원 간에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정년 연장 전과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하고 리더십을 진단함으로써 직책 수행자는 업무 역량을 강화하고 리더십을 키울 수 있다는 평이다. 마지막으로 ▷복리후생·휴가·퇴직금을 손해 보지 않도록 조정했다. 복리후생은 정년 연장과 동일하며 재고용 제도 시기에도 퇴직 전과 동일하게 처우한다. 휴가는 계속 근속 연수로 산정해 휴가 일수를 부여한다. 재고용 제도 시기에는 휴가 일수 부여를 위한 근속 기간을 새로 시작한다. 퇴직금은 만 58세 되는 날 말일에 확정 기여형 퇴직연금으로 전환할 수 있다. 재고용 제도 시기에는 퇴직금 계산을 위한 근속 기간을 새로 시작한다.

하지만 임금이 80%로 고정돼 있기 때문에 고령 근로자들의 동기 유발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사내 강사, 장·단기 프로젝트 리더, 업무 멘토 등 그들이 할 수 있는 업무를 개발하고 주어진 역할에 따른 생산성 여부로 임금 조정이 가능하도록 했다. GS칼텍스는 정유사라는 업태의 특성상 정년을 연장한 직원이 사무직보다 엔지니어(기술직) 쪽에 많다. 이 때문에 정년 연장 제도는 직원들의 사기 진작에 큰 도움이 됐다. 숙련된 인력의 업무 경험이나 노하우 등을 활용할 수 있어 업무 생산성 등에 도움이 된다.

GS칼텍스 관계자는 “법제화 이전에 노사 합의로 정년 연장이 결정돼 임직원의 만족도가 높다”며 “구성원들의 고용 안정성을 높이고 노후 준비 기간을 늘려줌으로써 만족도와 업무 몰입도를 높일 수 있고 숙련 인력의 활용이 가능해졌다는 점이 좋은 점으로 꼽힌다”고 전했다.


case 3. 우리은행
“정년 60세, 기본 연봉의 240% 5년에 나눠 지급.”

2005년 금융권에서 가장 먼저 임금 피크제를 도입한 우리은행은 매년 55세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임금 피크제 신청을 받는다. 우리은행은 매년 200~250여 명의 신청을 받으며 이 중 절반 수준이 임금 피크제를, 나머지는 퇴직금을 받고 나가는 ‘전직 지원 제도’를 선택한다. 우리은행도 임금 피크제 직원을 대상으로 올 상반기에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100세 시대 임금 혁명_변화 모색하는 기업들] 포스코, ‘직책 용퇴’ 제도로 승진 적체 해소
먼저 정년은 만 58세에서 만 60세로 연장했다. 만 55세 신청자에 한해 정년을 연장하면 해마다 순차적으로 임금이 기존 대비 70~30%로 줄어든다. 임금 피크제는 만 55세가 된 직원들 가운데 지점장급 이하 직원들이 대상이다. 임금 삭감은 1년 차 30%, 2년 차 40%, 3년 차 60%, 4년 차 60%, 5년 차 70%로 삭감해 지급한다. 삭감 비율이 다소 높아 신청률은 매년 평균 대상자 200~250명의 절반 이하로 알려졌다. 대체로 복리후생으로 얻을 혜택이 많으면 임금 피크제를, 아니면 퇴직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임금 피크제에 들어간 직원들에게 마땅한 일이 주어지지 않다 보니 ‘일자리’에 의미를 두고 임금 피크제를 선택하지 않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이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 우리은행은 ‘전직 지원제’를 마련했다. 전직 지원 제도 신청자는 명예퇴직을 실시하고 전직 지원 교육을 통한 취업을 지원받게 된다. 주로 명사클럽(개인)·비즈니스클럽(중소기업)·다이아몬드클럽(기업) 등 우리은행 회원사 또는 자회사 등으로 전직할 수 있다. 임금 피크제를 진행 중에도 전직 지원할 수 있다.





인터뷰 | 이상규 한국경영자총협회 경제조사본부 인적자원팀장
[100세 시대 임금 혁명_변화 모색하는 기업들] 포스코, ‘직책 용퇴’ 제도로 승진 적체 해소
“직무·성과 연계된 임금체계가 바람직”

정년 연장의 꿈이 현실화됐다. 그렇지만 정년 보장의 효과는 기업별·업종별로 다르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조직 문화나 인사관리 시스템이 60세 정년 시대에 맞춰질 때까지 적잖은 시행착오도 예상된다.

이상규 한국경영자총협회 경제조사본부 인적자원팀장은 “무엇보다 대상자들에게 적합한 직무를 만들지 않은 채 정년만 연장되면 기업과 근로자 모두 손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제조 업체인 P사는 사업이 해외로 확장되며 숙련된 인력이 더욱 필요했고 또 이러한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고령자 능력을 선제적으로 늘릴 수 있도록 직무 개발에 앞장섰다”며 “근로자와 기업이 상생하는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국내 기업들은 50대 이상 관리자의 역량을 높이는 교육 시스템이 부족하다. 이 팀장은 “고령자의 업무 역량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정년 연장 혜택을 보는 근로자의 직무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며 “이것은 결국 기업 경쟁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이미 정년 연장 법안이 통과된 만큼 노사가 상생의 지혜를 모아 법 시행 전까지 합리적인 임금체계를 개편해 나가야 한다는 게 그의 견해다. 이 팀장은 “정년 연장까지 준비 기간이 2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며 “장기적으로는 중·장년 인력에 맞는 새로운 직무를 개발하고 무엇보다 나이에 관계없는 임금체계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최상의 모델은 바로 ‘직무·성과급 중심’으로 개편하는 방식이다. 그는 “이 방식은 베이비붐 세대의 고도성장기에 만들어진 연공서열형 임금구조에서 벗어나 합리적이면서도 유연한 노동 문화 정착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며 “고령자들도 떳떳하고 당당하게 일할 수 있도록 세대 간의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김보람 기자 boram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