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한파 이어 여름에 라니냐 현상 전망…애그플레이션 주의보

<YONHAP PHOTO-0096> Men are rescued from a flooded building in Evesham, central England, July 21, 2007.  Torrential rain caused flash floods and brought transport chaos, the Highways Agency said on Saturday. As many as 2,000 people had to be taken to emergency centres in the Cotswolds, one of England's most picturesque regions.   REUTERS/Darren Staples  (BRITAIN)/2007-07-22 06:48:03/
<저작권자 ⓒ 1980-2007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Men are rescued from a flooded building in Evesham, central England, July 21, 2007. Torrential rain caused flash floods and brought transport chaos, the Highways Agency said on Saturday. As many as 2,000 people had to be taken to emergency centres in the Cotswolds, one of England's most picturesque regions. REUTERS/Darren Staples (BRITAIN)/2007-07-22 06:48:03/ <저작권자 ⓒ 1980-2007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전 세계적으로 이상기후 현상이 날로 심해지는 있는데 미국 북동부는 폭설, 영국 등 북유럽과 브라질은 대홍수, 호주와 아르헨티나는 가뭄으로 경제적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미국은 지난겨울 폭설로 민간 소비가 둔화되면서 작년 4분기 성장률이 한 달 전에 발표했던 속보치 3.2%에서 잠정치 2.4%로 대폭 하향 조정됐다.

홍수로 피해가 많았던 영국을 비롯한 북유럽 국가와 폭설 피해가 심했던 일본과 한국도 올 1분기 성장률이 하향 조정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테이퍼링 추진 이후 자금 이탈에 시달리는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은 가뭄과 홍수 피해로 농산물 수출에 차질을 빚으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외환 사정이 더 악화될 우려가 제기됐다.

이상기후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갈수록 커지면서 관련된 신조어가 최근 들어 많이 등장하고 있다. 날씨로 경제활동이 꽁꽁 얼어붙었다는 ‘프로즈노믹스(froznomics=frozen+economics)’와 아이스포칼립스(icepocalypse=ice+apocalypse), 그중 폭설로 지구 종말이 올 것이라는 스노마겟돈(snomagddon=snow +amageddon) 등이 대표적이다.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미국의 테이퍼링보다 무서운 ‘기상이변’
이상기후가 나타나는 것은 이산화탄소 배출량 때문인데 선진국과 신흥국 간 배출량 규제에 대한 협조가 잘 이뤄지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선진국은 이산화탄소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 제조업의 발전을 통해 성장해 왔는데, 신흥국은 이제 막 제조업의 발전을 통해 성장을 이끌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이산화탄소 배출 책임 전가론’이다.


관리 불가능한 ‘행태 변수 쓰나미’
대부분의 기상 관련 기관에 따르면 겨울 이상 한파와 북극 해빙의 여파로 올 여름철에도 라니냐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라니냐는 적도 지역 중앙과 동태평양 수온이 평년보다 섭씨 0.5도 이상 낮아지는 현상을 말하는 것으로, 북극 해빙이 본격화되면서 자주 나타났다.

라니냐 현상이 심화되면서 지구 곳곳에 이상기후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라니냐가 발생하면 중앙태평양 부근의 대류 흐름이 억제되는 반면 인도네시아 부근의 대류 흐름이 강화돼 기후 패턴에 변화를 가져온다. 인도네시아와 일본에서 잇달아 발생했던 쓰나미 사태도 라니냐 현상과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이 때문에 가뭄과 홍수, 이상 저온, 허리케인 활동 강화 등을 초래해 농산물 등 원자재 생산에 차질을 줄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겨울 호주·아르헨티나 등 남반구 곡창지대의 극심한 가뭄과 올여름 라니냐 현상이 나타난다면 ‘애그플레이션(agflation=agriculture +inflation)’이 발생할 수도 있다. 애그플레이션은 농산물 가격이 이례적으로 급등하면서 각국의 물가가 추세적으로 오르는 현상을 말한다.

올 여름철 라니냐 현상이 재현된다면 테이퍼링 추진으로 자금 이탈에 시달리는 신흥국들은 물가 부담까지 겹치면서 금리 인상으로 성장률이 의외로 둔화될 수 있다. 2011년 라니냐 현상의 최대 피해국인 중국은 치솟는 생활 물가에 따라 ‘소비자물가 안정과 국민 기본 생활 보장’에 관한 16개 조항의 통지를 발표했다. 농업 생산 확대와 유통비용 인하를 통한 농산물 공급 안정, 사회보장 계층에 대한 임시 보조금 지급, 필요시 생필품과 생산 원료 가격에 대한 개입 등이 주 내용이다.

한 나라의 경제에 미치는 변수는 예측과 관리 가능한 여부에 따라 두 가지로 분류된다. 하나는 예측과 관리 가능한 통제 변수와 다른 하나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 행태 변수다. 행태 변수들이 갈수록 부쩍 많이 발생하는 가운데 인도네시아·일본 등에서 발생한 쓰나미 피해가 상상을 초월한 규모에 이르면서 ‘행태 변수 쓰나미설’까지 등장하는 상황이다.


GDP 52%·산업 80%가 날씨의 영향 받아
리스크 이론에서는 행태 변수를 예측하기 어렵지만 일단 발생하면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꼬리 위험, 즉 테일 리스크(tail risk)로 분류한다. 통계학에서는 자연·사회·정치·경제 현상들을 대개 특정한 평균치를 중심으로 대칭을 이루고 평균치에서 멀어질수록 발생 확률이 낮아지는 종 모양의 정규분포로 설명한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 발생 확률이 낮은 현상이 나타나면서 빈도가 정규분포가 예측하는 것보다 훨씬 커져 꼬리가 굵어지면 테일 리스크가 발생한다.

최근에는 정규분포의 꼬리가 너무 두터워져 평균에 집중되는 확률이 낮아 예측력이 떨어지는 팻 테일 리스크(fat tail risk)가 대두되고 있다. 꼬리(tail) 부분이 두껍지 않아야 평균값의 의미가 강해지고 통계학적 예측력이 높아지는데 꼬리가 두터워지면 평균값의 의미가 떨어져 예측 자체가 어려워진다.

실제로 서울대와 삼성지구환경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의 52%, 산업의 70~80%가 날씨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날씨가 경제와 시장을 움직인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이제는 날씨가 경제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의 물리적 영향을 결정하는 요인들이 복잡하고 이를 화폐가치로 환산하기 어렵기 때문에 기후변화의 영향을 경제적 가치로 평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무엇보다 기후변화의 영향에 대해 아직 과학적 정보가 불충분해 영향의 크기를 실제보다 과소 또는 과대평가할 가능성이 높다.

기후변화에 대한 위험이 지적되기 시작한 이후 글로벌 혹은 개별 국가 차원에서 다양한 제도와 여러 가지 규제를 통해 기후변화의 위협에 대해 대응해 왔다. 가장 대표적인 글로벌 차원의 제도 변화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교토협약, 2009년 코펜하겐 협상, 멕시코 기후변화 협상 등이다.

올해 세계와 한국 경제에 미칠 최대 와일드카드는 ‘테이퍼링(tapering:양적 완화 규모 축소)’보다 ‘날씨’가 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한국 정부와 기업들도 이제부터 날씨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이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는 과제를 생존 차원에서 검토해야 한다.


한상춘 한국경제 객원 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