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인 55개월 장기 확장 끝날 조짐…주가 하락 시 한국도 치명타

2월 1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100년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인 재닛 옐런이 의장에 취임했다. 옐런 의장은 통화정책을 어떻게 펼쳐나갈까. 벤 버냉키 Fed 전 의장이 남긴 ‘양적 완화’라는 비정상적인 통화정책을 정상화하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정상화 과정이 평탄할 것 같지는 않다. 특히 거품이 발생한 주식시장이 가장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

2007년 이후 미국은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적극적인 재정 및 통화 확대 정책으로 대응했다. 특히 버냉키 전 의장이 주도했던 통화정책은 전례가 없을 정도로 과감했다. Fed는 연방기금금리 목표 수준을 2007년 8월~2008년 12월 사이에 5.25~0~0.25%로 인하했다. 더 이상 금리를 내릴 수 없게 되자 2009년 3월부터 비전통적 통화정책인 양적 완화로 대응했다.
<YONHAP PHOTO-0709> Federal Reserve Chair Janet Yellen testifies before a House Financial Services Committee hearing on "Monetary Policy and the State of the Economy." at the Rayburn House Office Building in Washington, February 11, 2014. Yellen, fresh from taking the helm of the Federal Reserve, made it clear on Tuesday she would not make any abrupt changes to U.S. monetary policy, saying the central bank was on track to keep reducing its stimulus even though the labor market recovery was far from complete. REUTERS/Mary F. Calvert (UNITED STATES - Tags: BUSINESS POLITICS)/2014-02-12 11:30:55/
<저작권자 ⓒ 1980-2014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Federal Reserve Chair Janet Yellen testifies before a House Financial Services Committee hearing on "Monetary Policy and the State of the Economy." at the Rayburn House Office Building in Washington, February 11, 2014. Yellen, fresh from taking the helm of the Federal Reserve, made it clear on Tuesday she would not make any abrupt changes to U.S. monetary policy, saying the central bank was on track to keep reducing its stimulus even though the labor market recovery was far from complete. REUTERS/Mary F. Calvert (UNITED STATES - Tags: BUSINESS POLITICS)/2014-02-12 11:30:55/ <저작권자 ⓒ 1980-2014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옐런, 양적 완화 축소·초저금리 유지
적극적 통화정책으로 미국 경제는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2013년 4분기 현재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경제 위기 바로 직전이었던 2008년 2분기보다 6.7% 증가했다. 고용도 늘고 있다. 2010년 3월~2014년 1월까지 고용이 784만 개 늘었다.

이에 따라 Fed는 2013년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양적 완화를 축소하기 시작했다. 미국 경제는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아직도 실제 GDP가 잠재 GDP 이하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2008년 2분기에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실제 GDP는 잠재 수준 이하로 크게 떨어졌다. 경제가 잠재 수준 이하로 성장한다는 것은 그 나라의 총수요가 총공급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돈을 풀어도 물가가 오르지 않는다. 지난 5년 동안 양적 완화라는 비정상적 통화정책까지 동원하면서 Fed가 돈을 풀었는데도 물가가 안정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로 GDP가 잠재 수준에 접근하기까지 물가는 계속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Fed가 목표로 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인데, 올해는 그 이상 오를 가능성이 매우 낮다.

그러나 ‘실업률 6.5%’ 목표는 이르면 올해 상반기에 달성할 수 있다. 2010년 3월 이후 미국 고용이 월평균 16만7000개 증가했는데 올해 상반기에도 매월 일자리가 이 정도 증가한다면 실업률은 6월 이전에 6.5%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업률 목표는 달성했을지라도 미국 경제에 디플레이션 압력이 존재하고 소비자물가가 2% 이하에서 안정될 것이기 때문에 금리를 인상하는 등 통화정책을 긴축적으로 운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통화정책의 정상화 과정에서 FOMC가 열릴 때마다 양적 완화 규모는 계속 줄일 가능성이 높다.

실물경제에 디플레이션 압력이 존재하는 데도 불구하고 자산 가격에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특히 주가는 실물경제 성장 속도에 비해 너무 앞서가고 있다. 주가는 장기적으로 산업 생산과 거의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 왔다. 그러나 최근에 주가가 산업 생산에 너무 앞서가고 있다. 그 정도를 보기 위해 산업 생산을 설명변수로, 주가(S&P500)를 종속변수로 하여 회귀분석하고 그 잔여 차이(residual)를 가지고 주가의 과대 혹은 과소평가 정도를 측정해 봤다. 이에 따르면 2013년 12월 현재 주가는 산업 생산에 22% 정도 앞서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양적 완화로 풀린 돈이 주가를 그만큼 더 오르게 한 것이다.
[이슈 인사이트] 미 경기 사이클·테이퍼링 엇박자 가능성
한편 주가가 경기에 너무 앞서가고 있다는 사실은 보다 포괄적 경제지표인 명목 GDP와의 비교에서도 나타난다. 1980년 이후 통계로 보면 주가상승률이 명목 GDP 성장률에 비해 평균 4.1% 포인트 앞서갔다. 그런데 지난해 4분기 현재 주가상승률이 경제성장률보다 26.4% 포인트나 높았다. 장기적으로 평균에 접근하게 마련인데, 주가가 하락하면서 그 간격이 좁아질 가능성이 높다.


제대로 오르지 못한 한국 주가 ‘다시 수렁에’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경제가 잠재 능력 이하로 성장하면서 디플레이션 압력이 존재하고 물가는 안정됐다. 그러나 풍부한 유동성 때문에 주가 등 자산 가격에는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다. 이것이 버냉키 전 의장이 후임 의장인 옐런에게 남긴 유산이다.

옐런 의장은 통화정책을 어떻게 운용할까. 실물경제의 디플레이션 압력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돈을 더 풀어야 한다. 그러나 양적 완화를 더 하면 자산 가격에 거품이 발생할 수 있다. 옐런 의장은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서 신중하게 접근하겠지만 실업률 등 현재 좋아지고 있는 경제지표를 고려하고 통화정책의 정상화 차원에서 적어도 3~4월 FOMC에서 양적 완화 규모를 더 줄일 전망이다.

문제는 올해 어느 시점에 미국 경제가 수축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전미경제연구소(NBER)에 따르면 미국 경제는 2009년 6월 저점으로 2014년 1월까지 55개월 확장 국면을 지속하고 있다. 과거 통계로 보면 이 정도 경기 확장 국면이 지속될 확률은 18%다. 경기 상태가 어떤지는 지나고 나야 알 수 있다. NBER도 경기가 정점을 치고 난 후 평균 8개월이 지나고 나서 경기 정점을 판단하고 있다. 경기 정점이 지났는데도 옐런 의장을 포함한 FOMC 참여자들이 양적 완화를 축소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3분기 미국 경제가 연율로 4.1% 성장한 데 이어 4분기에도 3.2% 성장하면서 비교적 빠른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GDP를 구성하는 각 부문별로 보면 건설투자는 이미 지난해 3분기를 정점으로 수축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건설투자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로 매우 낮지만 시사하는 바는 크다. 2008년 미국 경제 위기의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주택 등 건설 경기의 과열에 있기 때문이다. 매우 낮은 금리와 양적 완화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으로 건설 경기가 회복됐고 가계의 소비 심리 개선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주택 등 건설 경기가 위축되면 주가 하락과 함께 소비 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GDP 구성 요소 중 건설투자에 이어 GDP의 68%를 차지하고 있는 소비 사이클이 조만간 꺾일 수 있다는 것이다.

양적 완화로 주가가 경제성장보다 앞서갔던 만큼 양적 완화가 축소되면 주가는 뒷걸음질할 것이다. 게다가 경기마저 수축 국면에 접어들면 주가 하락 폭은 더 커질 수 있다. 미국 경제가 경기 정점을 치고 난 후 주가(S&P500)는 평균 10개월에 걸쳐 19.2% 떨어졌다. 올해 FOMC 개최일 중간 중간에 주가가 간헐적으로 반등할 수는 있어도 지난해처럼 추세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지난 1월에 보았던 것처럼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와 주가 하락은 글로벌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한다. 한국의 금융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과 달리 한국 주가는 지난해 오르지 못한 상태에서 같이 떨어지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다. 미국 주가가 떨어지면 글로벌 주식형 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고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팔기 때문이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