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 걷어차기’

[Book] 몰락 경계선에 선 한국 경제의 민낯 ‘깡통 걷어차기’
김동은·조태진 지음│쌤앤파커스│284쪽│1만5000원

“세계경제 위기에 따른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다. 2013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세계경제 회복 기조는 2014년에 더 강화될 것이며 2014년은 여러 면에서 기념비적인 한 해가 될 것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2014년을 맞아 워싱턴 D.C.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세계경제 위기의 종료를 선언했다. 2008년 미국의 금융 위기 이후 전 세계가 신음해 왔던 경제 위기가 드디어 막을 내렸다는 결론이었다. 한국도 경기 낙관론을 전제로 한 부동산 가격 상승세 등 위기 전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징후들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과연 지긋지긋한 위기의 터널이 끝나가고 있는 것일까. 몇몇 장밋빛 전망들을 제외하곤 오히려 장기 불황의 늪을 걱정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경제성장을 이끄는 기업 실적은 초우량 기업 몇 곳을 제외하면 가파른 매출·순익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경제의 뇌관인 가계 부채는 1000조 원을 돌파했고 국가 부채는 1500조 원을 훌쩍 넘었다. 과도한 빚에 허덕이며 최소한의 소비조차 버거워진 현실 앞에 ‘위기 탈출’은 공허한 메아리로 들린다.

‘깡통’은 바로 이러한 경제의 위험 요소들을 가리킨다. 길 위의 깡통을 누구 하나 주워 버리는 사람 없이 그저 발로 차내 눈앞에서 안 보이게 하는 땜질 처방을 의미하는 것이다. 책 제목인 ‘깡통 걷어차기’는 임시방편의 땜질식 경제 처방에 문제를 제기한 보스턴컨설팅그룹의 보고서 ‘도로 아래로 깡통을 차지 마라(Stop Kicking the Can down the Road)’에서 착안한 것이다.

저자는 엄청난 빚으로 성장을 구가하던 지난 30년의 세계경제가 더 이상 유효하지도,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고 경고한다. 세계경제의 불균형·금융시장·사회·정치·에너지·환경·인구·부채(빚) 등 경제 전반에 걸친 위기의 원인을 분석하고 깡통 걷어차기가 어떻게 세계경제를 망쳐 왔는지 미국의 욕망과 거품을 통해 드러낸다. 경제 민주화, 균형 재정, 기업가 정신 등 한국 경제가 지향해야 할 숙제도 풀어놓았다. 공동 저자인 김동은은 모건스탠리·마시&맥레넌·아시아퍼시픽홀딩스·ACE손해보험·동부화재 등 글로벌 금융시장을 두루 경험하고 현재 마시코리아(Marsh Korea) 부사장이자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 객원교수로 일하고 있다. 책의 주요 내용은 2011년 처음 강의한 ‘세계 금융 위기론’이 바탕이다.


이동환의 독서 노트
손과 뇌’
왼손잡이를 내버려 두세요
[Book] 몰락 경계선에 선 한국 경제의 민낯 ‘깡통 걷어차기’

구보타 기소우 지음│고선윤 옮김│바다출판사 | 308쪽│1만5000원

19세기 후반 스페인 북부 알타미라 지역의 한 동굴에서 구석기시대 사람이 그린 그림이 발견됐다. 여러 동물 그림이 주종이지만 사람의 손을 그린 그림도 있다. 재미있는 것은 그림의 손이 모두 왼쪽 손이라는 점이다. 이는 왼손을 동굴 벽에 대고 오른손으로 그렸다는 뜻이다. 요컨대 화가는 ‘오른손잡이’였다는 증거다.

이처럼 어느 한쪽 손만 주로 쓰는 것은 사람에게만 나타나는 특징이다. 인간과 가까운 침팬지 같은 유인원은 양손을 함께 사용한다. 그런데 인간은 대부분이 오른손을 주로 쓴다. 조사 방법에 따라 약간의 편차는 있지만 왼손잡이 비율은 전 세계적으로 보면 3~30%에 이른다.

1930년대 미국 초등학교 학생의 왼손잡이는 3% 정도였는데 그 후 점차 늘어 1970년에는 12%가 됐다. 그러나 그 이후 조사를 보면 더 이상 비율이 증가하지 않았다. 학교나 가정에서 일부러 교정하지 않았을 때 왼손잡이 비율이 12% 정도라는 의미다.

오른손을 영어로 표현하면 라이트 핸드(right hand)다. 라이트라는 단어에는 단순히 ‘오른쪽’이라는 방향의 의미 외에도 ‘옳은’이란 뜻도 담겨 있다. 그래서 한국에서도 예전에는 오른손을 ‘바른손’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다수를 차지하는 오른손잡이들이 만들어 낸 편견이다.

인간만이 한쪽 손을 주로 쓴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을까. 고고학적 증거에 의하면 지금으로부터 약 300만 년 전 오스트랄로피테쿠스로부터 시작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인류의 진화 과정에서 직립보행을 최초로 시작한 종이다. 그 후 인간의 조상은 뇌의 크기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뇌 용적은 침팬지와 비슷하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침팬지보다 3배 정도 더 크다. 그렇다면 직립보행으로 손이 자유로워져 뇌의 크기가 커졌고 또 오른손잡이나 왼손잡이가 생겨난 것은 아닐까.

오른손잡이나 왼손잡이는 태어나면서부터 정해진다. 다만 유전적으로 결정되는지에 대한 과학적 증거는 없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의 뇌가 다르다는 것이다. 왼손잡이가 예체능이나 지능에서 더 뛰어나다는 속설도 있지만 증거는 없다. 이 책의 저자인 구보타 기소우는 일본의 유명한 뇌과학자다. 그는 왼손잡이를 오른손잡이로 교정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교정한다면 손을 사용하는 능력과 언어를 사용하는 능력을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고 한다. 손과 뇌가 긴밀한 관련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북 칼럼니스트 eehwan@naver.com


세계 최고의 인재들은 왜 기본에 집중할까
[Book] 몰락 경계선에 선 한국 경제의 민낯 ‘깡통 걷어차기’
국제 금융시장을 주도하는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글로벌 컨설팅그룹 맥킨지, 최고의 MBA 명문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저자는 전 세계 상위 1% 인재들에게만 허락된다는 이 세 곳을 모두 거쳤다. 그 속에서 세계 최고 인재들의 공통된 사고방식과 가치관, 업무 방식을 발견할 수 있었다. 최고의 성과를 내며 멈추지 않는 성장을 가능하게 만든 원동력은 바로 기본에 충실하다는 것. 골드만삭스의 빠른 실행력과 맥킨지식 독서법, 하버드의 자기 관리법 등 실질적인 노하우까지 제시한다.

도쓰카 다카미사 지음│김대환 옮김│비즈니스북스│248쪽│1만3000원


돈, 착하게 벌 수는 없는가
[Book] 몰락 경계선에 선 한국 경제의 민낯 ‘깡통 걷어차기’
1981년 5월. 미국 텍사스 주 오스틴에 최악의 홍수가 덮쳤다. 지역에서 자리를 잡아가던 ‘홀푸드마켓’도 매장 전체가 물에 잠기며 40만 달러의 재산 피해를 봤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양동이와 걸레를 든 이웃과 직원들이 찾아왔다. 투자자들도 추가 자금을 제공했다. 망한 줄 알았던 회사는 단 28일 만에 기적적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저자는 바로 이 홀푸드마켓의 최고경영자(CEO)인 존 매키다. 고객·직원·투자자·협력업체·공동체·환경이 모두 행복한 ‘깨어 있는 자본주의 운동’의 시작이었다.

존 매키·라젠드라 시소디어 지음│유지연 옮김│흐름출판│480쪽│1만8000원


만들어진 생각, 만들어진 행동


[Book] 몰락 경계선에 선 한국 경제의 민낯 ‘깡통 걷어차기’
난폭한 술주정뱅이들을 분홍색으로 칠한 구치소에 머무르게 했더니 난폭함이 사라지고 온순해졌다. 소음이 심한 저층에 사는 아이들이 대화에 덜 적극적이고 지적인 어려움을 많이 경험하며 독해력도 부족했다. 가로등을 푸른빛으로 바꿨더니 도시 미관은 물론 범죄율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 이렇게 색깔이나 장소, 남의 시선, 주로 사용하는 브랜드의 상징 등 언뜻 사소한 요소들이 자신의 삶을 좌우한다면 어떨까. 사소한 차이가 생각 이상의 큰 차이를 보여주는 연구와 실험들이 재미있게 소개된 책이다.

애덤 알터 지음│최호영 옮김│알키│376쪽│1만8000원
[Book] 몰락 경계선에 선 한국 경제의 민낯 ‘깡통 걷어차기’
장진원 기자 jj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