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서 한성대입구역까지 매매 영역 넓어지며 가격도 덩달아 올라

2008년 중반 이후 글로벌 금융 위기로 국내 주택 시장은 극심한 거래 침체 현상을 보여 왔다. 버블 세븐 지역을 중심으로 20~30%의 주택 가격 하락 현상을 보인 반면 전세 시장은 지속적인 폭등세가 나타났다. 특히 2000년 초반부터 강세를 이끌어 왔던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의 인기가 크게 줄어들면서 오히려 단독주택형 단지의 선호 현상이 점차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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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서촌 등 한옥 주택 ‘귀한 몸’
1980년대까지 단독주택은 부유층들이 가장 선호하는 주택 형태였다. 개인 사생활에 대한 노출이 적고 세대가 모인 대가족 형태가 주를 형성했기 때문에 단독주택은 선택이 아닌 필수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아파트의 대형화, 세대 분리, 생활의 편의성, 주택 관리의 용이성, 보안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단독주택의 인기가 급속히 하락했다. 특히 2000년대 들어 아파트 가격의 급등세가 나타나면서 시세 차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단독주택의 투자 선호는 더욱 하락했다.

하지만 2000년대 말 한남동 ‘더 힐’의 입주가 시작되면서 부유층들의 주거 패턴은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고층 아파트가 아닌 저층 고급 주택 단지로의 이동이라고 볼 수 있다. 어찌 보면 한남동 ‘더 힐’은 고급 빌라 주택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공동주택 단지라는 장점과 마치 단독주택과 같은 주거 생활이 결합된 복합 주거 형태라는 점이다.

즉 미니 단독주택 단지와 같다고 볼 수 있다. 딱딱하게 느껴지는 고층 아파트보다 단독주택 같은 쾌적성과 친환경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전통 한옥과 고급 단독주택이 모여 있는 북촌(삼청동·가회동 일대)과 서촌(청운동·사직동 일대)의 단독주택에 대한 투자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특히 한옥 주택은 전통 가옥에 대한 주거 선호도가 높아지고 개·보수 공사비에 대한 지원 확대 등으로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서울시 시의회가 최고 고도지구 규제 완화를 통과시키면서 가장 혜택을 보는 지역은 남산 주변과 북한산 주변의 단독주택라고 볼 수 있다. 전통적으로 고급 단독주택들이 모여 있는 이곳들은 아파트 가격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큰 변동성 없이 주택 가격을 지켜 온 지역들이다.

한남동은 국내 재벌 총수들이 가장 선호하는 주거지역이기도 하지만 이태원 상권이 급속히 확대되면서 토지 가격도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평창동·구기동은 최고 고도지구의 높이 제한을 제외한 층수 제한이 없어지면서 최근 가장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층수 제한이 사라질 경우 자칫 무분별한 주거 개발로 인해 단독주택 밀집 지역의 장점을 지키기 어려울 수도 있다.

반면 성북동은 오랜 기간의 집값 침체에서 벗어나 최근 반등을 준비하는 주거지역이기도 하다. 성북동의 집값이 점차 되살아날 경우 한성대입구역까지 이어지는 단독주택들의 가격들도 덩달아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최근 고액 자산가들 중에는 보문동이나 한성대입구역 부근에 단독주택 매입을 고려 중이라고 문의하는 이들도 눈에 띄게 늘었다. 한성대입구역은 성북동 고택 북촌 문화길과 정릉숲길을 가기 위한 시작점으로, 즐비하게 늘어선 단독주택 벨트가 이어지기도 한 지역이다.


단독주택, 희소성 높아 ‘인기’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과 달리 단독주택은 정확한 시세를 파악하기가 곤란하다. 일단 동일 지역이더라도 위치·토지면적·지형·조경·건축연한·주차장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한편 판교신도시에 실제 입주가 시작되면서 테라스하우스에 대한 슈퍼리치들의 관심이 예상외로 높아졌다. 단독주택의 앞마당 개념과 같은 넓은 테라스는 실수요자들의 입주를 자극시켰고 고가 주택임에도 불구하고 분양 성공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삼성물산이 특허로 내놓은 단독주택형 아파트는 ‘동서남북 테라스’의 경우 전면 테라스는 텃밭·원예, 측면 테라스는 운동·휴식, 뒷면 테라스는 취미·조리 활동에 활용돼 상대적으로 인기가 적었던 1층에 복층 구조로 지하층을 주고 지하 연결 통로를 통해 전용 주차 공간과 마당으로 연결되는 독립 동선을 제공, 마치 단독주택에 거주하는 것처럼 조성했다.
가장 비싼 집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명의의 이태원동 주택.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20130430
가장 비싼 집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명의의 이태원동 주택. 정동헌 기자 dhchung@hankyung.com 20130430
[부동산 시장 봄날은 오는가_시장 전망③_단독주택] 주상복합 대신 ‘단독’ 찾는 슈퍼리치들
그렇다면 단독주택이 갈수록 인기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개인 취향에 맞는 주거 공간에 대한 욕구가 증가하고 있다. 공동주택은 사생활을 완전히 보호받을 수 없다. 반면 단독주택은 주택 형태도 직접 설계와 디자인에 참여함으로써 자기만의 공간을 갖고자 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둘째, 체계적인 주택 관리 시스템의 발달이다. 예전의 단독주택은 대체로 집주인이 직접 관리해야 했지만 경비 및 용역 시스템의 발전으로 관리가 용이해졌다는 점이다.

셋째, 도시의 단독주택은 지속적인 감소가 나타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단독주택의 희소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가격 상승도 동반할 것으로 기대된다는 점이다. 즉 단독주택은 장기적인 주거 트렌드로 자리 잡아 가고 있고 그에 따라 투자자들의 투자 이동도 지속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김일수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