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원가까지 떨어진 금값, 추가 하락 가능성 낮아
금과 은은 누구나 가지고 싶어 하는 대표적인 귀금속이다. 고대 전쟁에서도 금을 차지하기 위한 투쟁이 많았고 중세의 연금술이나 신대륙의 골드러시는 인간의 금에 대한 욕망을 보여주는 단편이다. 은 역시 ‘빈자의 금’이라고 불리며 귀금속으로서의 속성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산업적인 활용도가 매우 높아 각종 산업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지난 10여 년간 금과 은은 투자 자산으로도 눈부신 성과를 거뒀다. 2003년 300달러대에 불과하던 금값은 2012년 1800달러에 육박했고 은 역시 동일한 수준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변동성이 큰 상품 가격의 특성은 금과 은 역시 예외는 아니다. 구조적인 가격 상승이 지속되는 흐름에서도 기간별로 높은 가격 변동성을 보여 줬다. 특히 최근의 급락은 금은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러한 위기는 투자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금과 은은 가격의 변동이 높은 상품으로, 위험을 줄이는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 실물 투자나 펀드 투자는 해당 자산의 가격이 올라야 수익이 나는 데 비해 파생결합증권(DLS)은 일정 수준 하락을 방어할 수 있는 상품으로, 최근 원자재 투자의 툴(tool)로 각광받고 있다. 경기 사이클에 맞춘 순환식 발행이 가능하고 일정 수준 하락한 상황에서도 수익 확보가 가능한 안전판을 구축하고 있는 DLS의 장점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금은을 비롯한 상품 시장의 화려했던 슈퍼 사이클이 끝났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은 DLS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 상품의 투자 포인트가 금은 가격의 상승에 있지 않고 하방 경직성에 있다는 점이다. 최근 트렌드를 볼 때 일반적인 스텝 다운 구조의 금은 DLS는 하락 배리어가 40~55%, 세전 수익률 연 7~9% 수준의 수익을 제공하고 있다. 즉 금은 가격이 만기까지 마이너스 60~45% 이상 하락하지 않는다면 원금에 세전 7~9% 수준의 이자를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위험 줄이는 DLS 상품으로 투자해야
금과 은은 대세 상승 이후 급격한 조정을 받았지만 여러 가지 이유에서 추가적인 급락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단기 급락에 따른 가격 메리트다. 2013년 테이퍼링 이슈가 불거졌을 때 금값은 마이너스 28%까지 급락한 이후 13%의 반등을 보였고 은 가격은 마이너스 38% 하락한 이후 19%의 되돌림을 보이며 낮은 가격에서의 매수 대기 수요가 있다는 것을 보여 줬다. 또한 급락 과정에서 투기 수요가 급격히 해소됨에 따른 변동성 축소도 가격 급락의 가능성을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금은 가격이 생산원가 수준에서 강력한 지지력을 확보한다는 점이다. 모든 산업이 그러하듯이 원자재도 가격이 생산원가 수준으로 하락할 때 인원 감축과 감산을 통해 공급을 줄이면서 가격 하락을 제한한다. 금속 컨설팅 업체 GFMS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생산원가는 금이 1200달러 내외, 은이 18달러 내외다. 현재(2월 5일 기준, 블룸버그) 금값이 1254.5달러, 은 가격이 19.6달러 수준으로, 생산원가를 감안하면 추가 급락의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셋째, 점진적인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투자 및 산업용 수요를 회복할 것이라는 점이다. 중국과 인도의 금 실수요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며 은은 정보기술(IT) 및 태양광 관련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이 같은 이유로 2014년 금은 가격을 각각 1238달러, 20.9달러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향후 수년간 급격한 가격 변동성을 보일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2013년 금과 은은 최악의 투자 자산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투자 자산이 새로운 상품 솔루션과 결합했을 때 단순한 가격 움직임과 다르게 수익을 기록할 수 있는 우수한 투자 상품이 될 수 있고 그 유력한 후보가 금은 DLS다. 더군다나 DLS의 조건·수익률·구조가 매우 다양해 고객의 성향에 맞게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최근의 조정에 따른 가격 메리트와 금은 가격을 결정하는 요인들을 고려해 보면 향후 추가 급락으로 저점을 돌파할 가능성은 논리적으로 부족하다고 판단된다.
이상목 삼성증권 투자컨설팅팀 애널리스트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