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위 스마트폰 업체로 도약…삼성·LG 등 한국 업체에 부담
지난 2월 3일 유가증권 시장에서 LG전자의 주가는 최근 1년 내 최저가 수준인 6만3800원으로 떨어졌고 삼성전자의 주가도 하락했다. 레노버의 모토로라 인수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 때문이다. 특이한 것은 그 다음날 홍콩 시장에서 레노버의 주가도 10% 넘게 폭락한 것이다. UBS증권에 따르면 모토로라가 향후 3년간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보여 레노버의 실적에도 부담이 될 것이라며 목표 주가를 낮췄기 때문이다.인수 금액이 29억1000만 달러로, 약 3조 원에 달하는 레노버의 모토로라 인수는 글로벌 정보기술(IT)과 금융시장에서 빅뉴스다. 레노버의 모토로라 인수 이유는 크게 3가지로 파악된다.
우선 모토로라를 통한 북미와 남미 시장 공략이다. 물론 모토로라의 북미 및 남미 지역 시장점유율은 2.7%와 6.4%로, 이미 상당히 약화돼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브랜드 강화 효과나 큰 시너지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출하량 기준으로 애플과 삼성에 이어 세계시장 점유율이 6.4%대로 3위 입지를 선점한 것은 분명하다.
둘째, 모토로라의 통신 기술 관련 특허 2000건에 대한 라이선스를 확보함으로써 취약했던 통신 기반 기술 분야에서 경쟁 우위 요소를 갖췄다고 해석된다.
셋째, 구글과의 업무 제휴다. 장기적으로 가장 크게 기대할 수 있는 분야는 이것이다. 모토로라 인수와 특허 제휴로 구글과의 관계가 돈독해지면 구글의 넥서스 스마트폰 시리즈의 제조업체로 등극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레노버의 새로운 성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3조 원 규모의 ‘빅딜’ 이유는
과연 레노버의 모토로라 인수는 약일까, 독일까. 같은 2위 그룹권인 LG전자와 중국 화웨이와의 경쟁에서는 분명히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고 할 수 있다. 또 과거 PC 시장에서도 IBM의 PC 사업 인수 후 PC 시장 1위로 등극한 경험은 이번 인수 건 이후에도 기대감을 갖게 하는 요소다. 레노버는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시장에서도 1위를 달리고 있는 글로벌 PC 제조업체다. 글로벌 500대 기업 중 하나인 레노버는 공격적인 확장 전략을 구사함으로써 세계적인 리더 기업으로 부상했다. 레노버는 2005년 IBM PC사업부를 인수함으로써 세계 PC 시장의 강자로 올라섰다. 이후 독일의 메디인과 브라질의 CCE를 인수했으며 대만의 콤팔, 일본의 NEC와 합자회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레노버의 대표 제품은 노트북, 데스크톱, 소프트웨어 툴, 모니터, PC 주변 기기 등이다. 중국 시장을 기반으로 PC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한편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를 출시하며 PC 분야의 리더로 입지를 견고히 다지고 있다. 중국의 베이징·상하이·선전, 일본의 야마토,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랠리에 글로벌 연구소를 두고 있다.
레노버는 PC와 모바일 기기를 함께 생산한다는 점에서 한국의 삼성전자와 자주 비교된다. 특히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1위, 레노버가 2위를 달리고 있는 점이 흥미롭다. 2011년만 하더라도 레노버는 삼성전자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지만 2013년 1분기에는 그 차이를 대폭 좁히며 추격을 펼치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레노버를 비롯한 로컬 업체들이 점유율을 계속 높이며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휴대전화 시장 규모는 2012년 4억703만 대다. 단일 국가 시장으로 단연 1위다. 스마트폰 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2012년 1억7757만 대로, 세계 최대 시장으로 부상했다. 도입 초기 글로벌 리더 업체에 내줬던 시장점유율을 로컬 업체들이 빼앗는 상황이다. 그 주역이 레노버다. 레노버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 삼성전자를 6% 포인트 차이로 뒤쫓으며 2위를 달리고 있다.
레노버가 역점을 두고 있는 또 하나의 분야는 태블릿이다. 중국 구매자들의 태블릿 구매가 급속하게 상승하고 있어 태블릿은 데스크톱에 이은 차세대 주력 정보 기기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레노버는 태블릿 수요 확대에 대응하는 전략적 제품을 출시하고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이 밖에 기업용 서버 시장도 확장하고 있다. 레노버는 2014년 1월 24일 IBM의 x86 서버 사업 인수를 위해 최종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레노버는 개인 시장에서 기업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게 됐다. 선진국 시장 등 글로벌 시장에서 PC 침체를 딛고 기업용 하드웨어 시장에서 새로운 기반을 확보한 것이다.
2013년 상반기(4~9월) 레노버그룹의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한 185억6000만 달러(약 20조1000억 원)를 기록했다. 순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한 3억8000만 달러(약 4162억6000만 원)를 기록했다. 또 매출 비중은 PC가 가장 높지만 성장은 스마트폰이 가장 높아 사업 영역의 변화를 보여준다.
분야별로 나눠보자. 먼저 PC 부문에서, 현재 레노버는 2013년 4분기 PC 시장점유율 18%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2013년 4분기 글로벌 PC 출하량은 8260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8870만 대에 비해 6.9% 감소한 수치다.
최근의 주가 조정은 장기 투자 기회
연말 쇼핑 시즌 주력 품목이 PC에서 태블릿 PC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PC 시장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레노버의 PC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6.6% 증가했다. 제품 시리즈 확대와 이머징 마켓 공략이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인 것으로 생각된다.
태블릿 PC 부문에서 레노버 태블릿 PC는 현재 시장점유율 4.8%로 4위를 기록하고 있다. 시장점유율은 높지 않지만 저가 제품 및 이머징 마켓 공략을 통해 성장률이 2012년 3분기 대비 420.7% 증가했다. 이는 글로벌 태블릿 PC 성장률의 평균 수준인 36.7%를 뛰어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스마트폰 부문에서 레노버의 스마트폰은 시장점유율 4.7%로 현재 4위를 기록하고 있다. 스마트폰 판매량은 2013년 4분기 1230만 대로, 2012년 3분기보다 77.6% 증가했다. 업계 평균 판매량 증가율이 38.8%인 것을 감안한다면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것이다. 2014년에도 스마트폰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우선 중국 내 4G 네트워크 개통에 따른 수요 증가, 2G에서 3G로 전환하고자 하는 신규 수요, 로컬 및 해외 통신사와 협력 강화를 통해 스마트폰 시장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레노버의 주가는 모토로라 인수로 큰 폭의 조정을 보였다. 하지만 2013년 레노버 PC는 글로벌 PC 시장을 능가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스마트폰 사업이 모토로라 인수 후 장기적인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져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주가수익률(PER) 밴드로 보면 과거 상당히 저평가된 상태로 예상돼 장기 투자를 고려해볼 만한 상황이라는 판단이다.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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