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성 꼼꼼히 따지고 명확한 커리어패스 제시해야

[신현만의 CEO 코칭] 삼고초려보다 더 어려운 인재 유지
Q
우리 회사는 인재를 영입하려고 노력해 유능한 인재가 많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렵게 영입한 인재들이 오래 있지 않고 회사를 떠납니다. 회사의 연봉이나 복리후생은 경쟁 회사들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또 유능한 인재에겐 파격적인 연봉을 지급하고 승진 기회도 빨리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직원들이 쉽게 떠납니다. 그러다 보니 채용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갑니다. 또 직원들의 사기나 고객 서비스 질 저하 등의 부작용도 적지 않습니다. 이직이 잦아지자 직원들은 영입한 직원들을 살갑게 대하지 않습니다. ‘머지않아 떠날 것’이라고 지레짐작해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갈수록 신입 직원들의 적응이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뭐가 잘못된 것일까요. 해결책은 없을까요.

A 인재를 영입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인재 유지입니다. 기업이 유능한 인재로 조직을 꾸리려고 한다면 인재의 영입보다 훨씬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 바로 인재의 유지입니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식의 인재 전략이어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으니까요.

그런데 많은 경영자들은 영입에만 급급합니다. 영입을 위해서는 온갖 노력을 다 하고 있지만 유지에는 그다지 큰 관심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아마도 영입은 결과가 눈에 보이지만 유지는 노력의 결과가 금방 나타나는 게 아니어서 그럴 겁니다. 영입한 인재가 오래 조직에 남아 있고 직원들이 장기근속하려면 제도 한두 개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조직 문화와 임직원의 태도까지 모든 것이 직원들의 마음에 와 닿아야 가능한 일입니다.

최근 각종 조사를 보면 한 회사의 신입 사원 중 절반 가까이가 3년 안에 조직을 떠날 만큼 직원들의 이직률이 높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경영자들은 직원들의 장기근속을 이끌어 내기 위해 애를 쓰고 있습니다. 높은 이직률은 기업의 안정성과 성장성에 문제를 야기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채용 비용과 교육 훈련비 등을 감안하면 직원의 이직은 기업에 큰 대가를 지불하게 만듭니다. 특히 기술이나 고객 등과 관련된 핵심 인재의 이직은 기업에 큰 타격을 입힙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는 것은 회사나 직무가 자신과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근본적으로 기업 문화나 직무에 적합하지 않다는 겁니다. 기업의 면접관들은 대개 직원들을 채용하기 전에 회사의 문화나 경영자의 철학에 맞는지, 직무와 적성이 일치하는지 등을 꼼꼼하게 점검하지 않습니다. 학력이나 경력 중심으로 후보자들을 평가하기 때문입니다. 입사자 역시 직장을 선택할 때 연봉이나 직급, 직책에만 집착해 기업 문화나 직무 적성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따라 이직률을 낮추려면 가장 먼저 회사의 채용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부터 살펴보는 게 좋습니다. 귀하도 ‘채용은 최고(best people)가 아니라 최적(right people)을 뽑는 것’이라는 말을 들어봤을 겁니다. 아무리 유능한 인재라고 해도 귀하 회사의 문화에 맞지 않는다면 성과를 내기 어렵습니다. 조직 적응에 실패해 결국 떠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뽑으려는 사람이 조직 문화와 직무 적성에 맞는지 점검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이 가운데 최근 들어 많이 사용하고 효과도 좋은 방법 중 하나가 인턴 제도입니다. 후보자들을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회사에 근무하도록 해 조직 적응성과 직무 적합성을 따져보는 겁니다. 마치 결혼하기 전에 동거하면서 상대방의 성격과 생활 방식을 살펴보는 것과 같습니다. 몇 달씩 걸리는 인턴이 어려우면 하루나 2~3일, 혹은 1주일 정도라도 업무 현장에 투입해 보세요. 그렇게 해서 잠깐 동안이라도 조직 문화에 동의하고 직무 적성에 맞는지 살펴??뒤 채용을 결정하고 입사를 선택한다면 이직률은 큰 폭으로 낮아질 겁니다.


아무리 연봉 높아도 차별 대우는 ‘No’
이직률을 낮추는 또 다른 방법은 인성과 적성검사를 강화하는 겁니다. 기업들의 채용 과정을 보면 실무 지식이나 업무 능력은 꼼꼼하게 따집니다. 그러나 태도나 가치관을 점검하는 데는 큰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대부분이 마지막 단계에서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경영진의 면접으로 인성 평가를 갈음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경험이 많은 임원들이라고 해도 그 짧은 시간에 후보자들의 인성과 적성을 제대로 평가하기는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글로벌 기업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인성과 적성을 살핍니다. 인터뷰가 3~4차례, 많게는 7~8차례씩 이뤄지는데 인터뷰는 대부분이 인·적성 평가에 비중을 둡니다. 면접관들은 인터뷰 때 후보자의 태도와 가치관을 꼼꼼하게 살핍니다. 기술은 가르칠 수 있지만 가치관과 태도는 좀처럼 바꾸기 어렵다는 것을 글로벌 기업의 채용 담당자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글로벌 기업들은 기술이 부족한 사람은 뽑아도 가치관과 태도가 맞지 않는 사람은 절대 뽑지 않습니다.

공정과 공평한 기업 문화를 만드는 것도 직원들의 장기근속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직원들이 직장을 떠나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은 바로 상사와의 갈등입니다. 그런데 상사와 불편한 관계를 만들어 내는 주요 요인 중 하나는 바로 불공평과 불공정입니다. 불공평은 기회를 균등하게 주지 않는 것이고 불공정은 성과를 합리적으로 나누지 않는 것입니다. 상사가 특정인을 편애해 그에게만 기회를 준다거나 성과를 기여한 대로 나누지 않고 본인이 독식한다면 부하 직원들은 업무 의욕을 잃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대부분이 조직을 떠날 것입니다.
따라서 경영진은 조직 운영에서 공평과 공정이 확고하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각별히 노력해야 합니다. 아무리 연봉 수준이 높고 복리후생이 잘 갖춰져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차별 대우를 받고 있다고 느끼는 순간 업무 의욕은 식고 맙니다. 어떤 직원이 입사할 때 아무리 연봉이 파격적으로 올랐어도 입사 동기에 비해 적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회사에 대한 애정을 거두게 될 겁니다.

그런 점에서 귀하의 회사도 인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연봉이나 복리후생에서 불공평하거나 불공정한 요소는 없는지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영입할 때 당사자 본인에게 좋은 조건을 제시한 것은 맞지만 영입한 직원 모두를 같은 잣대로 평가했고 현재도 평가하고 있는지 점검해 보십시오.

특히 새로운 직원을 영입하면서 같은 역량을 지닌 기존 직원보다 더 유리한 연봉이나 직급 등을 제공했다면 기존 직원들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인재에 대한 욕심 때문에 무리한 약속을 하는 경영진을 종종 보게 됩니다. 이런 방식으로는 산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집토끼를 놓칠 가능성이 큽니다. 집토끼를 놓치지 않으려면 산토끼와 집토끼에 대한 잣대가 동일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직원의 이직을 줄이려면 조직 내에 커리어 패스(career path)를 체계적으로 정립해 보세요. 직원들은 자신이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다고 생각할 때 직장을 떠나기로 결심합니다. 더구나 갈 수 있는 곳이 많은 유능한 직원일수록 자신의 성장이 불가능한 곳에 남으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직원들로 하여금 자신이 갈 수 있는 길을 보여주고 그곳에 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어떤 자격을 갖춰야 하는지 알려주십시오.

자신의 미래가 열려 있다고 생각하면 직원들은 그곳으로 가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물론 그 길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느끼는 직원들은 떠날 겁니다. 그러나 조직이 그들까지 포용할 수는 없고 그럴 필요도 없을 겁니다. 조직엔 모든 인재가 필요한 게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