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 B2B 시장에 미치는 영향’

Based on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in Business-to-Business Markets: How Organizational Customers Account for Supplie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Engangement” by Christian Homburg, Marcel Stierl, and Torsten Bornemann (2013, Journal of Marketing, Vol.77, pp. 54~72)



연구 목적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가운데 실제로 포천 500대 기업 중 90% 이상이 구체적인 CSR 지침을 갖고 있고 절반 이상은 CSR 연례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또한 CSR는 최근 들어 많은 기업에 사회적 의무를 넘어 비즈니스 전략으로서 기업의 이미지와 접목할 수 있는 중요한 사업 활동 영역이 됐다.

독일 만하임대의 크리스티안 홈부르크와 마르셀 슈티얼, 슈투트가르트대의 토르센 보르네만으로 이뤄진 연구팀은 마케팅저널(Journal of Marketing)에 수단적 이해관계인 이론을 바탕으로 CSR가 기업과 기업 간(B2B: Business to Business)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논문을 발표했다. CSR 측면에서 ‘이해관계인’이라는 개념이 중요한 가운데, 기업이 이해관계인을 어떻게 정의하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책임 활동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연구진은 CSR를 기업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수단적 관점에서 집중 조명했다. 공급 기업의 CSR 활동이 기업 고객의 공급 기업에 대한 인식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논의했다.



연구 대상
연구진은 수단적 이해관계인 이론을 바탕으로 CSR 활동이 고객의 편익에 영향을 미칠 경우에만 기업 고객과 공급 기업 간의 관계가 개선될 수 있다는 전제 하에서 연구를 실시했다. 수단적 이해관계인 이론에 따르면 ‘우선적 이해관계인’은 직원과 소비자 등 기업 경영 활동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관계자를, ‘2차적 이해관계인’은 기업의 거래에서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기업 활동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비정부기구(NGO)나 지역사회 등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우선적 이해관계인을 대상으로 하는 CSR 활동을 ‘경영 관련 CSR 활동, 2차적 이해관계인과 상호작용을 통한 CSR를 ‘박애주의적 CSR 활동’이라고 구분했다. 경영 관련 CSR 활동은 기업의 주주·종업원·고객·납품 업체 등 직접적인 이해관계인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저널 리뷰] CSR 활동이 기업 고객을 움직인다
반면 박애주의적 CSR 활동은 지역사회·NGO와 협력해 공동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경영 관련 CSR 활동’과 ‘박애주의적 CSR 활동’이 기업 고객의 공급 기업에 대한 인식(perception)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봤다. 또한 사회 교환 이론(인간의 행동을 타인과의 보수 교환 과정으로 보는 이론으로 상호 관계의 양 당사자들은 보상이 계속되면 관계 지속)을 결합해 상호 관계에서 ‘신뢰’의 인식과 가치에 부합하는 공급 기업에 심리적인 애착을 형성하는 것을 ‘고객-기업 동일시’라고 정의하고 박애주의적 CSR와 고객-기업 동일시의 관계를 설명했다. 이 밖에 경영 관련 CSR 활동과 기업 고객의 신뢰 관계에서 시장의 불확실성, 제품의 중요도, 기업 간 반복적인 상호 관계가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봤다. 또한 박애주의적 CSR와 고객-기업 동일시의 관계에서 관련 시장의 경쟁 심화도, 기업 고객의 사회적 책임 의식이 어떠한 관계를 형성하는지 분석했다.



연구 방법
이 논문의 연구진은 CSR 활동이 기업과 기업 간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기 위해 앞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수단적 이해관계인 이론과 사회 교환 이론을 결합해 개념적 준거 틀을 마련해 가설을 설정했다. 그리고 B2B 산업에 해당하는 2100개의 기업 정보를 수집하고 설문지를 배포해 응답한 기업 중 적절한 200개 쌍의 기업 고객과 공급 기업을 대상으로 실증 평가를 실시했다.

이 연구에서는 표준 심리 측정 척도(지능·성격·적성 등)와 7점 척도를 사용해 각 변수를 측정하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B2B 관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우발적 요소를 반영하기 위해 시장의 불확실성, 경쟁 강도, 제품의 중요도 등의 조절 변수를 포함해 분석 모델을 만들었다.



연구 결과
먼저 경영 관련 CSR 활동과 기업 고객의 신뢰도와의 관계에 대해 분석한 결과 공급 기업의 CSR 활동은 기업 고객과 신뢰를 형성하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고객은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공급 기업의 신뢰도를 가장 중요시할 것이고 공급 기업의 CSR 명성은 기업 고객으로 하여금 신뢰를 갖게 한다는 것이다. 또한 박애주의적 CSR는 기업 고객이 공급 기업에 애착을 지니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리고 시장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기업 고객이 전략적으로 중요한 제품을 거래할 경우일수록 기업 고객은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신뢰가 가는 사업 상대를 추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급 기업의 경영 관련 CSR 활동은 기업 고객의 신뢰를 얻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기업 간 반복적인 상호 거래가 많을수록 공급 기업의 평판을 탐색하기 위한 노력이 그만큼 감소하는 것으로 도출됐다. 즉 비즈니스 관계가 확대될수록 경영 관련 CSR 활동이 기업 고객의 신뢰를 형성하는 데 그 중요도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시장의 치열한 경쟁 상황에서 공급 기업의 박애주의적 CSR 활동은 경쟁 기업과의 차별점으로 작용해 기업 고객의 신뢰를 받는 데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냈다. 또한 기업 고객이 CSR 의식이 강하고 관련 이슈에 민감하다면 박애주의적 CSR 활동이 기업 고객의 신뢰를 얻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업 고객은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공급 기업의 신뢰도를 가장 중요시하고 공급 기업의 CSR 명성은 기업 고객으로 하여금 신뢰를 갖게 한다.


시사점
연구진은 B2B 시장에서 공급 기업의 CSR 활동은 기업 고객의 신뢰를 받으며 기업 고객이 공급 기업에 심리적 애착을 형성하고 궁극적으로 기업 고객의 충성도를 향상하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의 실증 분석을 위해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 공급 기업의 상당수가 “향후 5년간 경영관리 측면에서 CSR의 중요성을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로 응답한 결과에서도 알 수 있듯이 B2B 시장에서의 전략적인 CSR 활동이 필요하다.

특히 저자들은 목표 대상과 기업 고객에 따라 차별화된 CSR 활동을 할 것을 제안했다. 가령 기업 고객의 신뢰도 제고가 우선순위라고 한다면 경영 관련 CSR 활동을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반면 기업 고객과 공급 기업 간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이 목표라면 지역사회 혹은 NGO와의 상호 관계를 통한 박애주의적 CSR 활동을 해야 할 것이다. 이 밖에 CSR가 기업 고객의 공급 기업에 대한 신뢰와 충성도를 향상하는 데 영향을 끼치는 시장의 경쟁 심화도, 제품의 중요도, 시장의 불확실성 등의 요소를 고려해 상황에 맞는 CSR 활동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공급 기업은 기업 고객이 공급 기업의 CSR 활동에 관해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아울러 공급 기업은 자사가 그린 워싱(Green Washing:기업이 상품의 친환경적 특성을 허위로 꾸미거나 과장 광고해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행위를 의미)을 하고 있다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 CSR 활동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그 성과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CSR를 사회적 의무라는 소극적 차원을 넘어 기업에 기회를 제공해 주는 적극적 차원의 전략으로 인식, 기업의 경영전략으로 실행해야 할 것이다.


고아름 삼정KPMG 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ako@kr.kpm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