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간의 대형화 및 효율화를 위한 M&A가 활성화된다면 기업 경쟁력이
강화되는 것은 물론 성장의 발판도 더욱 공고해질 수 있을 것이다.

연초부터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이 활활 타오르고 있다. 일본의 산토리는 미국 위스키 업체 빔을 160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미국 케이블 업체 차터는 타임워너를 610억 달러에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

2013년 글로벌 M&A 시장은 2조2000억 달러에 달했다. 2010년 이후에도 매년 2조 달러 이상의 M&A가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최근 들어 해외 기업 M&A는 물론이고 SK그룹의 하이닉스 인수를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큰 이벤트를 보기 힘들다.

이에 비해 글로벌 기업들은 지속적인 M&A로 지배력을 더욱 높이고 있다. 유럽 최대 자동차 그룹이자 향후 세계 최대 자동차 그룹을 목표로 하는 폭스바겐그룹의 예를 보자. 폭스바겐·아우디·벤틀리·부가티·람보르기니·세아트·스코다·스카니아·포르쉐·스즈키 등 모두 폭스바겐그룹 산하 브랜드들이다. 현재 10여 개가 넘는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는 이 회사는 일반 양산 차에서 럭셔리 카는 물론이고 트럭에 모터사이클까지 엔진이 달린 모든 차를 제조, 판매하고 있다. 공장도 유럽·아시아 및 아프리카 등 전 세계에 걸쳐 무려 50여 개가 넘고 150여 개국 이상의 나라에 자동차를 수출하며 직원만 35만 명이 넘는다.

폭스바겐그룹은 기존의 자체 브랜드에 추가적인 M&A로 그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이를 통해 100억 유로가 넘는 연구·개발(R&D) 자금을 적절히 배분,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데 활용하고 있다. 폭스바겐의 사례는 한국의 기업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은 10년 전, 20년 전과 비교해 보유하고 있는 브랜드나 상품 스펙트럼의 확장을 강하게 이룬 기업이 많지 않다.
그동안 한국 기업들은 제조업 위주의 외형적 성장 중심으로 발전을 지속해 왔다. 특히 거대 시장인 중국을 중심으로 한 수출 일변도의 설비투자를 통한 생산량 증대를 기본적인 전략으로 발전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물량 증대나 가격 경쟁만으로는 경쟁이 쉽지 않은 상황에 직면했다.

이 때문에 한국 기업들에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새로운 성장을 위한 동력 확보와 글로벌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 및 브랜드 가치 제고라고 판단한다. 이러한 점에서 국내외 기업들 간의 M&A를 통한 선택과 집중 전략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기업들 간의 대형화 및 효율화를 위한 M&A가 활성화된다면 기업 경쟁력이 강화되는 것은 물론 성장의 발판도 더욱 공고해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또 이를 바탕으로 추가적인 혁신을 이뤄가는 선순환 달성 역시 가능할 것이다.

최근 한국 경제는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직후 8%대 성장을 기록한 이후 2000년대 5%대 내외를 유지하다가 최근 성장률이 3%대로 하락하는 등 저성장 기조로의 전환이 불가피해지는 상황이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 시장이나 중국 등 대규모 수요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높이기 원한다면 기업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국내외 기업 M&A에 나설때다. 정부 역시 최대한의 세제 지원과 규제 완화를 해 나간다면 저성장 시대를 이겨 나갈 큰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경제산책] 저성장 시대, 어떻게 돌파할까
조승연 라임투자자문 이사
1975년생. 2001년 서울대 화학공학 학사·석사. 2004년 서울대 기술정책 박사 수료. 2004~2008년 SK이노베이션·아모레 퍼시픽. 2009년 LIG투자증권·HMC투자증권 애널리스트. 2012년 라임투자자문 이사(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