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장일치 회장 선출된 권오준 사장…28년 기술 개발 외길

차기 포스코 회장에 권오준(64) 포스코 기술총괄 사장이 내정되면서 정통 기술 최고경영자(CEO)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포스코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1월 16일 권 사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단독 추대하는 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최고기술책임자(CTO)가 포스코 회장에 오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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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회장 내정자는 철강 기술 전문가로, 포스코 기술 개발을 주도해 왔다. 공채가 아닌 금속공학 전문가로 1986년 포항제철에 영입된 이후 기술연구소장, 포항산업과학연구원 원장, 포스코 기술부문장 등을 맡으며 28년간 기술 외길을 걸어 왔다. 특히 열연강판 전문가로 명성을 쌓았고 포스코의 고급 철강재 공정 기술을 개발하는 데 공을 세운 것으로 평가받는다. 2012년부터 3년간 포스포 기술부문장을 맡아 왔다.

이영선 포스코 이사회 의장은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고 장기적으로 그룹의 가치를 제고하는 데 적합한 인물로 판단했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2차에 걸친 심층 면접에서 세계 철강 산업 현황과 포스코가 나아갈 방향 등 철강업에 대한 전문성을 잘 보여준 것으로 알려진다. 미국 피츠버그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유럽 사무소장으로 3년간 근무하는 등 영어에 능통해 갑작스러운 영어 질문에도 당황하지 않고 소신 있게 답변한 것으로 알려진다.


권 회장 내정자는 차기 회장으로 선출된 직후 “포스코는 좋은 기술을 많이 확보하고 있다”며 “외형 확장보다 기술을 개발해 일류 기업으로 키워가겠다”고 강조했다.


기술통 CEO의 탄생으로 향후 포스코 경영 문화에 적지 않은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정준양 전 회장이 인수·합병(M&A)을 위기 돌파의 키로 선택하고 사업 다각화에 주력했다면 권 회장 내정자는 철강 경쟁력 강화로 성장 기회를 찾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권 회장 내정자는 차기 회장으로 선출된 직후 “포스코는 좋은 기술을 많이 확보하고 있다”며 “외형 확장보다 기술을 개발해 일류 기업으로 키워가겠다”고 강조했다.

당장 그의 앞에 놓인 과제는 만만치 않다. 우선 포스코의 경쟁력 회복을 위한 사업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철강 업계 공급과잉 등으로 2012년 4분기부터 분기 영업이익이 단 한 번도 1조 원을 넘지 못한 포스코를 다시 1조 원 클럽으로 복귀시켜야 한다. 방만한 경영 구조를 타파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기술 전문가이기 때문에 관리 경영 능력을 보여야 한다는 것도 부담 요인이다. 권 회장 내정자는 그러나 기술 이외 다른 분야에 대한 감각도 뛰어나다는 게 주위의 전언이다. 특히 통찰력을 바탕으로 제품 포트폴리오에 대한 고민과 조언을 자주 해 왔다고 한다.

포스코 관계자는 “기술 개발은 곧 팔리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라며 “기술 파트는 평소 생산 및 마케팅 부문과 협업이 많은 만큼 권 사장의 리더십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