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절세서 후계자 육성까지 전문가 조언…성공 사례 발굴도
올해로 창립 109년을 맞은 몽고식품은 3대에 걸쳐 가업 승계에 성공한 장수 기업이다. 3대 사업주인 김현승 대표이사는 가업 승계를 위해 일찍이 준비를 시작했다. 과장과 실장, 임원으로 승진하면서 밑바닥부터 하나씩 업무를 익혔고 현장 경영의 중요성을 체감하게 됐다. 2대 사업주인 김만식 회장은 평소 양조업 특성상 안정적인 경영 승계를 위해서는 최소 10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고 실제 10년을 꽉 채운 뒤에야 대표이사 자리를 아들에게 물려줬다. 김 대표는 회사 내부 경영 수업과 별개로 외부 자문과 전문가 도움을 통해서도 승계 교육을 받았다. 안정적인 가업 승계를 위해 외부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10~20년 장기 계획으로 일을 추진해 왔다. 그는 한 단계씩 천 리 길을 간다는 생각이 승계를 성공으로 만드는 조건이라고 강조한다. 이 밖에 이성당·화랑고무·세왕주조·한창기업·국영지앤엠·유원·범일금고·청우하이드로·대아산업 등 가업 승계 성공 스토리는 중소기업중앙회가 발간한 ‘가업 승계 우수 사례집’에 잘 소개돼 있다.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사업을 지속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경영 이념과 기술을 지켜내면서 제2의 도약을 했다는 점이다. 전통을 고수하면서도 새 시대에 맞는 새 비전을 갖고 있다. 성공적인 가업 승계는 기업을 뛰어넘어 국가적으로도 중요하다. 기업이 장수해야 고용이 유지되고 기술 경쟁력도 쌓인다. 그간 가업 승계는 중요성에 비해 정책적·사회적 걸림돌이 있었지만 점차 해소되는 분위기다. 한국의 산업화가 1960년대부터 시작됐다고 봤을 때 이제 세대교체가 시작되는 시점이다. 가업 승계가 봇물을 이룰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많은 기업들의 고민은 ‘과연 언제부터 어떻게 준비해야 할 것인지’에 모아진다. 이들의 고민을 해결해 줄 가업 승계 지원 프로그램을 한데 모아봤다.
중소기업중앙회 가업승계지원센터
정부가 운영하는 가업승계지원센터다. 중소기업 가업 승계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중소기업의 지속 성장을 도모해 세계적인 명문 장수 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2008년 문을 열었다. 가업 승계 제도 개선, 가업 승계 컨설팅, 명문 장수 기업 포상, 경영 후계자 네트워크 구축 등 사업을 하고 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문은 가업 승계 제도 개선이다. 이곳에선 기업들의 애로 사항을 듣고 국회나 정부에 건의 사항을 전달하는 일을 한다.
이창호 가업승계지원센터장은 “그간 많은 기업들이 가업 승계를 포기했던 이유는 지나친 규제 때문이었다”며 “7년간 지속적으로 현장의 건의 사항을 전달하고 정부나 국회를 상대로 법 개정에 앞장선 결과 처음 1억 원에서 현재 500억 원까지 지원 대상 규모가 확대됐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사전 증여가 활성화되지 않은 부문은 미완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제조적인 부문에서 세법이 가장 큰 걸림돌이라면 사회적인 부문으로는 가업 승계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부의 대물림’이 아닌 ‘책임의 대물림’이라는 인식이 확산돼야 제도도 바뀔 수 있다. 이를 위해 가업승계지원센터는 2세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펼치고 전국 설명회와 포럼 등도 열고 있다. 현재까지 700여 명의 교육 훈련생을 배출하고 수료증을 수여했다.
또한 개별 상담도 진행하고 있다. 세무사와 회계사를 통한 구체적인 세무 상담을 무료로 제공한다. 가업승계지원센터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교육 자료 등 정보를 모두에게 공개하고 있다. 전화로 상담 신청을 받고 있으며 2박 3일 정도 현장 방문을 통해 개별 컨설팅을 하고 있다. 월평균 2~3건의 컨설팅이 진행된다. 이와 별개로 30년 이상 가업을 영위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장수 기업을 포상하기도 한다. 이 밖에 정부 기관 중 중소기업청 중견기업정책과에서도 가업 승계 애로 사항을 접수하고 있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지금까지 상속세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었지만 이번 상속세 개편으로 어느 정도 완화됐다”며 “기업들이 자격 요건이 되는지 잘 모를 수 있는데, 가업승계지원센터 등을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IBK기업은행 IBK컨설팅센터
IBK기업은행은 2006년부터 가업 승계 컨설팅을 시작했다. 주 고객인 중소기업들이 가업 승계로 고민이 깊어지자 IBK컨설팅센터에서 가업 승계 컨설팅 서비스를 론칭했다. 현재 총 인원 80명 중 15명이 가업 승계만 전담하고 있으며 세무사·회계사 등 인력으로 구성돼 있다. 가업 상속 공제 제도에 관한 상담이 가장 활발히 이뤄지고 있으며 상속세·증여세 문제를 주로 다루고 있다. 기업이 요청하면 기업 현장 방문을 통해 기업 가치 평가, 주식 가치 평가를 하고 절세 방안을 안내해 주고 있다. 절세 이외에 지분 이전이나 후계자 선정, 후계자 양성 컨설팅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론칭 이후 2014년 현재까지 약 520개 회사가 컨설팅을 받았다. 초기엔 수수료를 받았지만 2011년 IBK기업은행 창립 50주년을 맞아 현재까지 무료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 IBK기업은행 고객이면 누구나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며 각 영업점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통상 1~2주 기간에 걸쳐 심도 있는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신한은행 기업컨설팅팀
신한은행에서도 2009년부터 가업 승계 컨설팅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은행 거래 고객을 대상으로 무료 서비스를 진행한다. 가업 승계뿐만 아니라 경영 컨설팅, 세무 컨설팅, 회계 및 재무 컨설팅을 종합적으로 하고 있으며 갈수록 가업 승계 컨설팅 비중을 늘리고 있다. 각 영업점을 통해 상담 의뢰가 들어오면 전문 인력이 현장에 상주하며 2~3주 정도 분석 및 솔루션을 제공한다. 창업주들이 2세들에게 회사를 효과적으로 물려줄 수 있는 방안과 세법 기준안에서 절세 방안을 제시해 준다. 또한 지분 및 주식 상속 시 발생할 수 있는 세무적 이슈를 분석하고 승계 전략을 모색해 주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이를 통해 최대 몇 십억 원 수준까지 절세하는 기업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총 7명의 세무·승계 전문 인력이 연간 30~40건의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하나은행 글로벌컨설팅센터
하나은행은 태스크포스(TF) 조직인 글로벌컨설팅센터를 통해 가업 승계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안정적이고 성공적인 기업 승계를 통해 기업의 세대를 이은 지속적 성장을 지원한다는 취지에서 시작한 서비스다. 크게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의한 주식 가치 평가, 승계 방법과 시기에 따른 세 부담 분석 및 대응 방안 검토, 효율적 기업 승계를 위한 다양한 절세 방안 검토, 고객 상황을 고려한 효과적인 납세 재원 마련 방안 도출, 자산 구조의 재구성, 법인 전환, 기업 지배 구조 변경 등 컨설팅을 하고 있다. 글로벌컨설팅센터 내 총 9명의 인력 중 6명이 전문 상담을 하고 있으며 자사 고객을 대상으로 신청을 통해 3~4주에 걸쳐 경영 진단 컨설팅을 한다. 하나은행 각 지점을 통해서만 신청 받고 있다.
삼성생명 가업승계지원센터
삼성생명은 지난해 11월 역삼동 삼성패밀리오피스 내에 가업승계지원센터를 오픈했다. 삼성패밀리오피스는 초부유층 가문 관리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는 곳이다. 가업승계지원센터는 삼성패밀리오피스를 이용하는 초부유층 고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법인 최고경영자(CEO) 중에서 가업 승계 의향이 있지만 구체적인 준비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CEO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업 승계상의 법적 분쟁 조언, 기업 인수·합병, 상속 및 증여 신고 등을 주로 안내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법무·투자·세무·회계 및 부동산 등 각 분야 전문 기관들과 제휴했다. 가업 승계 진단 프로세스는 일반적으로 ▷현황 파악 ▷문제점 분석 ▷가업 승계 계획서 작성 ▷가업 승계 계획 실행 ▷환경 변화에 따른 계획 재조정 등의 순서로 이뤄진다.
이 밖에 대부분의 은행·보험사들도 작게나마 가업 승계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자사 상품과 연계된 솔루션을 제안하기도 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가끔 은행 관계자를 사칭해 컨설팅을 제안하면서 수수료를 요구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또한 국세청에서는 지난해 5월부터 6개 지방청에 세정지원팀을 신설해 2~3명의 전문 상담 인력을 두고 가업 승계 관련 상담을 실시하고 있다. 주로 세법에 따른 자격 요건 여부를 판단해 주는 상담을 진행한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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