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서치센터장 10명 중 4명이 추천… 반도체 ‘치킨게임’의 승자로

한국 증권사의 리서치센터장들은 2014년 어떤 종목에 가장 주목하고 있을까. 한경비즈니스가 KDB대우증권·우리투자증권·삼성증권 등 10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을 대상으로 ‘2014년 유망 종목’을 각각 다섯 개씩 추천 받은 결과 SK하이닉스가 4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이 선택해 가장 많은 중복 추천을 받았다.

SK하이닉스가 ‘올해의 유망주’가 된 이유는 뭐니 뭐니 해도 D램 가격의 안정이다. 2014년 1월 기준으로 최근 3년여간 이뤄지던 반도체 부문의 ‘치킨게임’이 마무리됐다. 부동의 1등 회사인 삼성전자의 뒤를 이어 SK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 부문 시장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다. D램 가격의 안정은 이 회사의 수익성을 크게 끌어올렸다. 특히 ‘치킨게임’에 따른 경영 실적 악화로 2위권 밖의 회사들은 신규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없는 상태다. 당분간 반도체의 생산량이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D램 업계가 과점 시장으로 재편됐고 이에 따라 SK하이닉스의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모바일 메모리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또 업계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면서 과점화가 이뤄졌다”면서 “타사의 신규 투자도 별로 없어 당분간 D램 가격은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삼성전자도 리서치센터 2곳으로부터 추천 받았다는 점이다. 2013년까지만 해도 삼성전자를 추천하는 키포인트는 ‘스마트폰의 성장’이었다. 그러나 2014년에 리서치센터장들이 삼성전자를 추천한 이유는 모두 ‘D램 가격의 안정’이다.


엔씨·하나금융·한전도 ‘강추’
4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로부터 추천 받은 SK하이닉스의 뒤를 이어 엔씨소트트·하나금융지주·한국전력 등이 각각 3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한테 추천받았다.

엔씨소프트의 투자 포인트는 대작 게임 블레이드&소울이 중국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정용택 KT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흡한 콘텐츠에도 불구하고 정액제를 유지했던 아이온과 달리 무료(부분 유료화) 게임으로 출시됐고 콘텐츠도 풍부해 유저들의 수요가 비교적 꾸준히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대표적 중국 수혜주 중 하나”라며 “2014년 전년 대비 영업이익 증가율이 70%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지주가 추천 받은 이유는 외환은행과의 합병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돼 시장점유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13년에는 외환은행 인수에 따른 일회성 비용이 크게 발생했다. 2014년에는 이런 이슈가 없어 수익성이 다른 해와 비슷하게 회복될 전망”이라며 “특히 하나SK카드와 외환카드가 통합된다면 시너지 창출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국전력이 3개 증권사로부터 추천 받은 이유는 뭐니 뭐니 해도 ‘전기료 인상’ 때문이다. 양기인 센터장은 “정부의 전기 요금 인상과 요금 체계 개편으로 실적 정상화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전기료 인상 외에도 한국전력의 투자 포인트는 다양하다. 신동석 삼성증권 센터장은 “원료 값이 싼 원자력발전소 및 석탄발전소 증설에 따른 발전 믹스의 개선으로 안정적인 이익 창출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한 조용준 센터장은 “해외 발전소 수주가 확대되고 있으며 그동안 잊혔던 ‘배당주’로서의 가치가 재평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삼성전자·롯데하이마트·대우조선해양·KB금융지주가 각각 2명의 리서치센터장으로부터 중복 추천을 받았다. 롯데하이마트의 강점은 본격적인 그룹 시너지 효과다. 최근 롯데마트의 가전 매장은 모두 하이마트로 이름이 바뀌었다. 즉 하이마트가 롯데마트의 가전 유통을 맡게 됐다는 뜻이다. 신동석 센터장은 “이에 따라 대규모 신규 출점 효과가 생겼고 부동산 경기 회복이 예상됨에 따라 대형 가전의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승선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그룹과의 시너지’를 주요 투자 포인트로 콕 찍었다.

대우조선해양은 조선 경기 회복이 주요 포인트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은 수주의 양과 질이 타사에 비해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윤남 센터장은 “2013년 말부터 2015년 말까지 연평균 영업이익 증가율이 40%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용택 센터장은 “고부가 선종인 액화 천연가스 운반선(LNGC) 및 드릴십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KB금융지주는 부동산 경기 회복의 수혜주다. 한국 은행업은 주택 담보대출이 영업이익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KB금융지주는 부동산 관련 금융의 최강자다. 이창목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KB금융의 2014년 총자산 수익률(ROA)은 0.58%로, 2013년 대비 0.11% 포인트 개선될 것”이라며 “2014년 수익성 개선 폭은 주요 은행 지주회사 중 가장 클 것”이라고 말했다. 홍성국 KDB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수 경기 상승의 핵심 수혜주는 KB금융지주”라며 “가격도 저평가돼 밸류에이션 매력이 크다”고 설명했다.
[SPECIAL REPORT] 올해의 유망주 넘버원 ‘SK하이닉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