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 명가의 자존심, 쌍용자동차 뉴 코란도C

코란도C는 쌍용자동차에 남다른 의미가 있는 모델이다. 2000년 이후 경영권이 수차례 넘어가며 어수선한 가운데 극심한 노사 갈등을 겪으면서도 개발을 포기하지 않았던 프로젝트였다. 신모델을 출시하지 못하는 자동차 메이커에는 미래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코란도C는 쌍용차 부활을 상징하는 존재였고, 우여곡절 끝에 2011년 탄생한 뒤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메이커가 불쌍하다고 해서 소비자가 자선을 베풀듯 차를 사지는 않는다. 그만큼 당시 코란도C는 높아진 한국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어느 정도 맞출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은 있었다.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의 디자인은 어느 정도 통했다.

1974년 현대자동차 포니를 디자인한 주지아로는 메이커의 역량을 고려해 제조 과정이 복잡해지지 않도록 단순한 디자인에 장기가 있다. 그러나 코란도C의 실내 인테리어는 비용 최소화의 흔적이 절절하게 드러났다. 개발비가 한정된 이상 소비자의 시선이 더 많이 가는 외관 디자인에 집중한 것이다.
[시승기] ‘같은 차, 다른 느낌’ 재탄생
발군의 가속력, 경쟁 차 능가
당시 새로 개발된 2000cc급 디젤엔진은 가속력이나 파워에서는 그럭저럭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가속페달에서 느껴지는 매끄럽지 않은 변속감, 다듬어지지 않은 엔진음, 자동변속기 ‘뉴트럴(N)→드라이브(D)’ 전환 시 1초가량의 시차가 생기는 등의 아쉬움이 있었다.

뉴 코란도C는 이런 아쉬움을 거의 해소했다. 밋밋한 회색 플라스틱 대시보드와 센터패시아는 크롬 몰딩, 우드 그레인 등을 대폭 사용해 하이테크 스타일을 구현해 냈다. 현대차 제품들에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변신 로봇 같은 느낌이다. 게다가 시승차에 사용된 빨간색 가죽 시트는 환골탈태에 대한 개발진의 한이 느껴질 정도다. 다만 너무 튀고 싶었던 나머지 선택과 집중 없이 산만해진 면은 있지만, 이는 다음 모델에서 더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시승기] ‘같은 차, 다른 느낌’ 재탄생
외관 디자인 또한 쌍용차답지 않게 세련돼졌다. 개발·제조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헤드램프 위주로 최소한의 변화를 추구했지만 ‘얼짱 각도’에서 본 전면부의 디자인은 경쟁 차종들을 압도하는 느낌이다. 다만 요즘 동급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이 전고를 낮춰 납작한 자세를 추구하는 크로스 오버(CUV)를 추구하는 것과 달리 코란도C는 전고가 높아 전체적으로는 엉거주춤한 모양새다. 이 역시 다음 모델에 대한 기대를 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파워트레인(엔진 및 변속기)에서의 진화도 체감할 수 있었다. 우선 ‘N→D’ 전환은 즉각적이다. 또한 같은 킥 모션(가속페달 조작)에서도 어떨 때는 가볍게, 어떨 때는 묵직하게 나던 엔진음이 상황별로 일정해졌다. 게다가 발군의 가속력은 국산 경쟁 차들을 능가한다. 동급 엔진이 코란도 스포츠와 코란도 투리스모처럼 무거운 모델에도 들어갈 정도니 힘은 차고 넘친다. 소음과 진동 억제를 우선시하는 현대·기아자동차의 동급 SUV에서 느껴지던 가속력에 대한 갈증이 해소되는 느낌이다. 소음과 진동은 비교적 수긍할 만한 수준이다. 다만 정통 SUV를 추구해서인지 하드한 서스펜션 때문에 과속 방지턱에서 속도를 충분히 줄이지 않으면 뒷좌석 승객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할 것이다.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