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수록 소유욕에 초연…가려운 곳 긁어 주는 3C 전략 필요

시니어는 관록 집단이다. 적지 않은 경험·노하우·자산을 가졌다. 그래서일까. 이들은 애초부터 소비 확대에 무덤덤하다. 있거나 없거나 잘 안 쓴다. 과거의 소비 경험도 한몫했다. 그러니 ‘노후≠소비’의 구조식이 자연스레 성립된다. 일상적인 소유욕은 더 희박하다. 이미 가졌기 때문에 특별한 자극이 없는 한 추가 수요는 힘들다. 기껏해야 한계에 달한 내구소비재의 교체 수요가 전부다. 초연해지는 노인 특유의 소유욕이다.

이론적인 대체 수요는 현역 소비다. 그런데 이마저 힘들다. 저성장·고령화의 성숙 경제 때문이다. 줄어들고 사라진 후속 세대다. 거대한 소비 수요 시점인 ‘취업→독립→결혼→출생→양육’의 라이프스타일이 옅어지면서 소비 확대는 증발됐다. 소비 시장의 주도권과 무게중심이 그나마 현역 인구에서 은퇴 세대로 넘어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레이 마켓의 부각 배경이다. 고령화로 절대 인구를 차지할 수밖에 없는 실버 시장을 둘러싼 기대감이다. 비록 방어적이고 절약적인 노후 생활이 불가피하지만 시장 파이 자체가 커지기에 무시할 수 없는 미래 마켓이다.

저성장·고령화 시대의 소비 열쇠는 은퇴 세대가 좌우한다. 다만 앞서 언급처럼 꽤 힘든 주제다. 베이비부머를 비롯해 제아무리 거대 인구라고 할지라도 관록의 인생 경험과 장수 위험의 불확실성에 거슬러 손쉽게 주머니를 열어젖힐 은퇴 세대는 별로 없다. 이때 주목해야 할 유력 출구 중 하나가 ‘소유 가치→사용 가치’로의 인식 변화다. 이들이 기꺼이 소비하도록 새로운 사용 가치를 강조함으로써 시니어의 소비 활성화를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갖고 싶은 것’에서 ‘하고 싶은 것’으로의 관점 변화에 주목하자는 얘기다. 미쓰비시종합연구소는 이를 물건에서 경험으로 변화하는 시니어 소비의 새로운 유형이라고 규정했다. 관련 설문(60대 이상)에서는 여성의 56%가 물건에 얽매이지 않는 생활을 원했다. 집 안 청소 등 가사 경험은 물론 인생 정리(終活) 차원에서도 새롭게 뭔가를 사는 것에 거부감을 나타냈다. 남성의 33%도 이에 동의했다.
[GLOBAL_일본] 무덤덤한 시니어 마켓 ‘경험 소비’로 뚫는다
안전 식품·환경 배려 중시하는 노년층
반면 ‘하고 싶은 것’은 다양한 범주에서 높은 지향성을 가진다. 여행을 필두로 취미·외식 등 ‘현재 별로 못하지만 앞으로 해보고 싶은 것’을 물었더니 적극적인 응답이 나왔다. 남녀 공통으로 여행의 향후 의향이 80%를 웃도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남성은 취미·외식·스포츠·요리(가사) 등이 선순위에 배치됐고 여성은 멋(내기)·외식·취미·요리 등이 선호됐다. 이들 ‘하고 싶은 것’은 현재 경험보다 향후 의향이 하나같이 높다. 다양한 분야의 경험 소비에 잠재적인 사업 기회가 있다는 증거다. 관건은 이들 잠재 수요를 현재화하는방법이다. 동시에 경험 소비는 단독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복수의 경험 소비가 연결될 때 커진다. 운동과 외식, 혹은 건강과 여유 등의 형태로 2개 이상의 경험 소비가 맞물릴 때 만족도가 높아진다. 일례로 여행을 떠나지만 가급적 본인 취미와 관련 있는 것을 경험하거나 요리 학원에 다니면서 건강식에 포커스를 맞추는 게 대표적이다.

고령 인구의 소비 의향이 낮다고 완전히 물건을 사지 않고 생활할 수는 없다. 이때도 새로운 구입 기준이 적용된다. 키워드는 장기 보유, 안전 식품, 환경 배려 등으로 요약된다. 이런 상품 특징이 확인되고 그 가치를 인정할 때 시니어는 다소 비싸도 기꺼이 지갑을 연다. 가령 안전 식품의 구매 의욕은 6070세대로 갈수록 평균 60%의 지지율을 획득했다. 환경 배려도 마찬가지다. 환경 배려적인 신상품 보유율을 조사해 보면 60대 이상이 전체 평균보다 높다. 동일 기능의 보통 상품과 비교해 다소 비싼 발광다이오드(LED) 전구는 전체 평균 34%의 보유율에 그쳤지만 60대는 47%에 달했다. 이는 현역 세대와 달리 고령 인구의 경제적인 능력과 관련이 깊다. 비교적 유유자적한 삶이 가능한 자산 및 소득 확보가 가격 저항을 줄여 줬기 때문이다.
[GLOBAL_일본] 무덤덤한 시니어 마켓 ‘경험 소비’로 뚫는다
스토리로 접근할 때 만족도 높아
이런 점에서 고령 인구의 소비 특징은 현역 세대와 구분된다. 싸고 편리하다는 이유만으로 지갑을 열지 않기 때문이다. 즉 상품이 갖는 다양한 특징에 관심을 갖는다. 이를 미쓰비시종합연구소는 ‘스토리’라고 표현했다. 제품 특성이 가치 공유 형태로 스토리처럼 얽혀 구체화될 때 소비 증대가 가능한 셈이다. 결국 시니어의 선호를 파악해 이를 상품에 반영하고 그것이 스토리로 흡수하는 게 중요하다. 가령 환경에 좋기만 할 게 아니라 소비 만족까지 높이는 스토리로 완성될 때 소비 자극이 가능하다. 국산 식료품이면 안심 추구와 농업 지원이 스토리의 주요 뼈대다.

이렇듯 시니어 소비를 위한 접근 방법과 성향 분석은 3가지 C로 요약할 수 있다. 먼저 ‘커뮤니케이트(Com municate)’다. 시니어가 무엇을 원하고 고집하는지 아는 게 관건인데, 이를 위해서는 해당 소비자와의 직간접적인 접촉이 중요하다. 가급적 많은 시니어와 다양한 범주에 걸쳐 접촉(Communication)을 유지함으로써 이들의 의견을 청취할 필요가 있다. 많은 대화와 접촉을 통해 이들의 필요와 지출 한도 등의 니즈를 파악하자는 얘기다. 물론 물리적으로 많은 시니어와 주기적인 접촉을 갖기는 힘들다. 이때는 인터넷을 활용할 수 있다. 전용 페이지를 구축해 설문조사·인터뷰 등을 실시해 대상자의 속내를 확보하는 게 대표적이다.

두 번째 C는 ‘커넥트(Connect)’다. 앞서의 커뮤니케이트와 유사한 맥락이지만 방향은 정반대다. 고객 정보의 획득이 아니라 상품 정보의 전달에 방점이 찍히는 까닭이다. 시니어는 시대 변화에 뒤늦고 혁신 기술에 미숙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제품이 나와도 설득은커녕 입소문조차 힘들다. 이때 중요한 것이 연결 채널의 확보다. 즉 많은 시니어가 빈번하게 참여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상품 정보를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 고무적인 것은 베이비부머다. 이들은 인터넷에 익숙하고 가상공간에서의 활동도 비교적 활발하기 때문에 유력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실제 친구가 많은 사람일수록 신상품의 구매율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연결 확보가 소비 증가를 낳는 것이다.
[GLOBAL_일본] 무덤덤한 시니어 마켓 ‘경험 소비’로 뚫는다
마지막 C는 ‘코크리에이트(Co-create)’다. 커뮤니케이트와 커넥트가 일방향의 교감이라면 코크리에이트는 쌍방향적인 채널 공유를 의미한다. 시니어를 단순하게 소비자로만 보는 게 아니라 필요하다면 이들의 풍부한 경험과 지혜를 활용해 공정 과정에 반영하는 것을 뜻한다. 이로써 파악하기 힘든 시니어 니즈를 보다 정확하게 읽어낼 뿐만 아니라 로열티를 향상시키는 효과가 기대된다. 수요는 충분하다. 은퇴 이후 본인의 능력 발휘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지게 마련이어서 참여 기회의 제공으로 이들을 활용하면 충실한 상호 만족을 이끌어낼 수 있다. 소일거리가 없어 방황하는 은퇴 세대를 적극적으로 흡수함으로써 기업은 정밀한 니즈 축적이 가능해진다.

결국 3C는 그레이 마켓의 주역인 시니어를 소비 시장으로 이끌어 내는 유도장치나 마찬가지다. 포인트는 ‘소유 가치→사용 가치’의 성향 변화에 대한 주목과 사용 가치의 극대화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특임교수(전 게이오대 방문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