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기업 경계의 이동: 혁신적 재설계의 결과’

Based on “Moving Corporate Boundaries: Consequences for Innovative Redesign” by Lars-Erik Gadde (2013, Journal of Supply Chain Management, 49(4), pp. 12~26)


연구 목적
경영학이나 경제학에서 ‘생산 또는 구매(make or buy)’는 끊임없이 논의되는 화두다. 기업이 내부 자원이나 역량을 활용해 자체적으로 상품을 생산해 내고 기업에 필요한 다양한 지식 또한 회사 내부에서 만들어낼 것인지가 생산(make)에 해당된다. 즉, 기업 외부의 제삼자 개입이 배제된 형태로 해당 기업이 소유권과 통제력을 보유하면서 기업 활동을 영위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 외부 업체와 제휴, 특정 부품을 외부에서 사 오거나 외부에 특정 기능을 아웃소싱할 것인지 여부가 구매(buy)와 관련된 활동이다. 기업 활동에 필요한 역량이나 자원을 내부 조달이 아닌 타 조직으로부터의 구매를 통해 기업 활동을 영위한다는 의미다.

이와 같은 ‘생산 또는 구매’는 기업의 활동 ‘경계(boundary)’와도 연결된다. ‘기업의 경계’라는 개념을 보다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경계’를 ‘기업의 활동 영역’으로 여기면 된다. 기업의 활동이 회사 경계선 안의 내부 역량을 통해 이뤄질 것인지(make) 또는 외부 조직과의 거래(buy)를 통해 그 기업의 경계를 넓혀갈지에 따라 기업 활동의 범위가 정해지는 것이다.

오늘날 많은 기업은 조직 재설계 등을 통해 사업을 재구성하고 기업의 일부 기능을 외부 업체에 아웃소싱하기도 한다. 기업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애당초 기업에 필요한 모든 지식과 상품을 자체적으로 생산해 왔지만 20세기 중반부터 구매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했다. 20세기 중반, 자동차 산업 등에서 시작된 구매와 관련된 움직임은 1980년대에 특히 관심을 받으며 현재에도 물론 이어지고 있다.

스웨덴 샬머스기술대의 라스-에릭 가드 교수는 이와 같은 기업의 경계 이동과 기업의 혁신적인 재설계 간의 상호작용에 주목해 공급 관리 저널(Journal of Supply Management)에 ‘기업 경계의 이동:혁신적 재설계의 결과’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 대상
저자는 20세기의 기업의 변혁 과정 중에서 특히 두 가지에 주목했다. 첫 번째 변혁은 20세기 초반 근대 기업의 수직 계열화다. 즉 수직 계열화를 통한 기업 내부에서의 자체적 생산이 원활하게 진행되기 시작한 것을 큰 변혁으로 봤다. 두 번째 변혁은 20세기 말 근대 기업의 분산화로, 외부 조직과의 거래를 통한 구매를 기반으로 기업 활동을 활발히 진행하는 것을 또 다른 큰 변혁으로 여겼다. 수직 계열화의 대표적인 사례는 미국의 포드자동차다.

초기의 자동차는 ‘말없는 마차’라고 불릴 정도로 디자인이 매우 단순하고 자동차 생산을 위한 목적이 아닌 다른 용도를 위해 존재했다. 더구나 부품을 조립하면 되는 수준이었다. 이후 포드자동차는 자동차 완제품 생산에 자사의 가용 자원만 활용하기 시작하며 수직 계열화를 이뤄 냈다. 포드자동차는 대성공을 거뒀으며 산업혁명의 주역으로 자동차 산업 역사의 한 축을 장식했다.

또한 저자가 주목한 기업 변혁의 두 번째인 기업 분산의 대표적 사례로 애플을 들 수 있다. 공장 없는 기업인 애플은 아이폰 등 제품을 아웃소싱으로 생산하고 있다. 애플의 협력 생산 업체인 폭스콘의 중국 공장에서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생산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저자는 이 논문의 핵심적 개념인 ‘경계’를 크게 세 가지로 나눠 설명했다. 기업의 경계와 관련된 기존 연구에서는 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자산과 사업에 대한 ‘소유의 경계’가 주로 다뤄졌다. 반면 저자는 복잡 다변해지는 비즈니스 환경 속에서 소유의 경계 외에도 다른 종류의 경계인 ‘인식의 경계’와 ‘영향의 경계’에도 주안점을 뒀다.


기업의 특정 기능을 아웃소싱할 때 기존 ‘소유의 경계’의 개념에서는 더 이상 기업 내부의 경계선 안에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기업의 ‘인식의 경계선’ 안에는 포함될 수 있다.


‘인식의 경계’는 기업이 다른 협력 업체들의 조직과 자원을 인식하고 있는 가운데 발생하는 경계다. 기업과 다른 업체들과의 상호작용에 따라 그 기업의 인식 경계가 확장될 수 있다. 즉, 기업의 특정 기능을 아웃소싱할 때 그 기능은 기존 ‘소유의 경계’의 개념 하에서는 더 이상 기업 내부의 경계선 안에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아웃소싱한 기능이라고 하더라도 그 기능에 대해 기업은 일정 수준 이상의 지식을 보유해야 하며 그렇다면 아웃소싱한 기능도 기업의 인식 경계선 안에 포함되는 것이다.

기업과 협력사 간의 상호 의존성이 강화되면서 나타난 개념이 ‘영향의 경계’다. 기업이 모든 상품을 자체적으로 생산할 때에 비해 기업이 협력 업체들에 아웃소싱할 때 아웃소싱한 기능에 대한 기업의 통제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생각하면 협력 업체의 영향력은 그 협력 업체의 내부 경계선을 넘어 아웃소싱한 기업에까지 미치게 되는 것이다.


연구 방법
실질적인 기업 사례들을 분석했다. 20세기에 일어났던 근대 기업의 수직 계열화와 분산화라는 두 종류의 변혁에 대해 다룬 기존 논문을 분석했다. 그 과정에서 근대 기업의 설립과 함께 경영 활동과 자원이 기업의 경계 안과 밖을 넘나들며 이동하면서 기업의 전략이 어떻게 변화하며 조직의 혁신적 재설계가 이뤄졌는지 설명했다. 수직 계열화를 이룬 근대 기업이 특정 시점부터 조직 재설계의 어려움에 직면하면서 훗날 아웃소싱을 실행하게 되는 사례 등을 분석했다. 아웃소싱을 진행한 이후 달성한 혁신적 재설계와 그에 따른 문제점도 조명했다.


연구 결과
첫 번째, 기업의 경계는 다면적이다. 즉, 기업은 물리적 경계인 ‘소유의 경계’ 외에도 ‘인식의 경계’와 ‘영향의 경계’로 경계의 개념을 넓혀 확장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특정 기능이나 자원이 기업 내부에 있지 않고 협력사 등 외부의 다른 업체에 있더라도 ‘인식의 경계’와 ‘영향의 경계’의 개념 하에서는 아웃소싱한 특정 기능이나 자원도 기업의 경계선 안에 포함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기업의 경계 종류를 넓혀 생각할 때 기업의 혁신적 재설계를 보다 효율적으로 할 여지가 많아진다.

두 번째, 기업의 경계는 역동적으로 움직인다. 오늘날 많은 기업은 조직 설계와 재설계 과정을 거치며 수직 계열화를 통해 모든 생산을 내부 역량으로 소화해 내기보다 외부 협력 업체의 역량을 활용하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을 두고 ‘최근의 경영 환경은 20세기 근대 기업이 설립되기 이전의 환경과 닮아 있다’고 논의된다. 가령 20세기 중반 이후 수직 계열화돼 있던 자동차 산업에서 최근 적지 않은 부분을 아웃소싱하고 있다. 이는 흡사 20세기 중반 이전 자동차 산업사 초기의 자동차 기업이 외부 업체에 부품 조달을 의존하던 때와 유사해진 것 아니냐는 얘기다.

세 번째, 기업의 경계 설정에서 개별 기업의 원칙이 중요하다. 인소싱·아웃소싱 활동 간의 다양한 조합 가운데 혁신적인 재설계를 위한 방안이 무엇일지 개별 기업에 따라 원칙과 전략을 세워야 한다.


시사점
이 연구는 기업의 경계를 다측면적으로 분석했다는 의미를 지닌다. 기존에 통용돼 오던 ‘기업의 경계’ 개념을 ‘소유의 경계’로 보고 이 밖에 ‘인식의 경계’와 ‘영향의 경계’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제시했다. 세 종류 경계의 특징을 구별하는 것은 기업 혁신과 재설계를 일궈 가는 데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개별 기업에 주는 제언이다. 기업이 ‘생산 또는 구매(make or buy)’ 의사결정에 따라 자사의 고유한 경계를 스스로 설정하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자사 고유의 경계를 설정하기보다 성공적인 다른 기업의 행보를 좇으려는 회사들도 적지 않다.

저자는 다른 성공한 기업의 전략을 맹신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특정 기업의 경계선을 어디까지로 그을지 여부는 해당 기업의 상황에 따라 다르므로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기업이 직면한 환경과 상황은 변화하므로 그 기업의 경계를 다이내믹하게 변화시킬 줄 알아야 한다.


강환우 삼정KPMG 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 hwanwookang@kr.kpm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