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미래 보고서 2040’ 낸 박영숙 유엔미래포럼 대표

“2015년부터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무인 자동차 보급이 확대돼 자동차보험 회사가 사라질 겁니다. 2017년부터는 중동의 석유가 고갈되기 시작해 2020년이면 유가가 200달러 수준으로 오를 것으로 예측됩니다. 2022년 독일의 완전 탈원전을 시작으로 2040년까지 핵발전소(원전)가 완전 소멸될 것으로 보이고요. 에너지 문제는 핵융합 기술과 우주 태양광이 해결해 줄 겁니다. 2025년에는 인간 장기가 3D 프린터로 복제되고, 2028년에는 생체 모사 기술이 개발돼 잘린 손발을 재생하게 될 겁니다.”
[2020년 대한민국] “삼성·현대차·포스코…이대로면 모두 사라질 수도”
수십 년 뒤 미래를 말하는 박영숙(57) 유엔미래포럼 대표는 단호하고 확신에 차 있다. 그녀의 미래 예측은 이어졌다. “세계는 이렇게 격변하고 있는데 삼성전자·현대자동차·포스코·한국전력 등이 이대로 있다가는 모두 사라질 겁니다. 그걸 막기 위해선 외국에서도 탐낼 만한 혁신 기술이 필요합니다.”

한국이 기술 자립을 일궈내지 않으면 글로벌 시장에서 도태될 것이라는 말을 서슴지 않는 그녀는 ‘유엔 미래 보고서 2040’에서 ‘2020년 한국에서 추락하는 7가지’를 직접 쓴 주인공이다. 30여 년간 미래학에 전념하고 있다.

유엔미래포럼은 유엔과 산하 연구 기관의 협력 아래 세계 갈등과 문제 해결 방안을 연구하는 ‘미래 연구 싱크탱크’다. 약 80개국 3500명의 미래학자와 비즈니스맨, 학계 인사들이 모여 다양한 연구를 통해 미래를 예측한다. 유엔 미래 보고서 시리즈는 이들 기관이 연간 발행하는 서적이다.


격변의 시대에 한국 경제와 산업은 어떤 흥망성쇠의 길을 걷게 될 것으로 보십니까.
모든 기업은 결국 망하고 새로운 기업이 부상하게 됩니다. 얼마나 미래를 직시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달라지는 것이죠. 삼성전자·한전·포스코·현대차를 가리켜 모두 소멸 후보군이라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세상은 스마트폰·철강·자동차가 사라져 가는 시대로 가고 있는데 여전히 자기 사업만 고수하고 있으면 안 되겠죠. 삼성이 보유한 기술도 80~90%는 사양산업입니다. TV는 홀로그램으로 바뀌고 전자와 가전은 거의 무료가 됩니다. 2028년이면 반도체는 단백질계 바이오 컴퓨터로 바뀔 겁니다. 현대차도 위험하죠. 무인 자동차와 하이퍼루프(진공열차)가 등장해 운송·물류 산업의 천지개벽이 일어날 겁니다. 그러나 기후·에너지 산업은 향후 지구촌의 최대 먹을거리가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의 한국전력은 안전하다는 뜻입니까.
어쨌든 모든 시스템이 에너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여전히 기후·에너지산업은 지구촌 돈의 80%를 쥐락펴락할 겁니다. 그러나 한전은 2030년이 되면 제 역할을 잃게 될 것입니다. 가정마다 직접 전기를 생산·저장하고 남은 전기를 내다 파는 시스템이 구축돼 굳이 한전이 존재할 이유가 없어지는 거죠. 이미 이베이에서 전기를 사고팔 수 있고 독일 지멘스는 지멘스에서 만들어 내는 전기로 그 도시 전체에 공급하고 있고요.


인구는 곧 국력이란 말이 있습니다. 그런 인구가 줄어들어 한국은 2020년부터 추락할 것이라고 예고하셨습니다.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로 2300년이면 소멸할 겁니다. 인구가 약 5만 명이 될 것이란 통계가 있어요. 한국처럼 출산율이 드라마틱하게 격차가 벌어진 곳이 없어요. 가구당 열댓 명씩 낳다가 서너 명으로 줄더니 이젠 한 명꼴이잖아요. 그러니 고령화 연령이 빨라질 수밖에요. 인구에 따른 국가 추락은 더 앞당겨질 수도 있습니다.


비관적인 미래만 있습니까.
미래학은 ‘우리가 선호하는 미래를 선택해 예산과 정책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 미래’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암울한 미래도 지혜를 모아 얼마든지 방향을 틀 수 있다는 얘기죠. 그래서 미래 예측은 철저히 현재와 현실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허무맹랑한 예측으로 치부되던 수십 년 전 예측의 대부분이 현실화된 것도 여기에 기인합니다.


불확실한 미래에 방황하는 미래 세대를 위해 우리는 무얼 해야 합니까.
유독 한국 아이들의 불안이 큰데, 그 이유는 미래를 가르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2030년이 되면 어차피 대학이 사라집니다. 언제 어디서든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무학교·무학년제가 보편화될 겁니다. 지구촌 최대 산업은 기후·에너지산업, 식음료 건강식품 산업, 교육산업, 의료보건 복지, 융합 기술 등의 순입니다. IBM 슈퍼컴퓨터인 왓슨에서도 트렌드를 읽을 수 있죠. 3D 프린터 시장도 이미 지났고 이젠 3D 스캐너 시대입니다. 이렇게 무엇이 부상 산업인지 알고 아이들의 전공이나 직업을 조언해야 하고 이런 분야로 미래 일자리를 집중해야 합니다. 창조 경제의 시작은 미래 예측 교육이어야 합니다. 여기서 당부할 점은 영어가 필수라는 겁니다. 지식 공유화, 정보 공유화로 모든 지식이 영어로 공유되는데, 영어를 못하면 정보나 지식이 부족하며 느리고 창의적인 제품, 창조 경제를 만들어 낼 수 없겠죠. 한국이 추락한 이유 중 하나는 3초 전 4초 전에 속속 업데이트되는 영어로 된 따끈따끈한 정보·지식·지혜를 가지고 올 능력자가 2020년에 19억 중국 인구보다, 17억 인도 인구보다 적다는 것입니다.


산업의 변화에 따라 일자리의 성격도 변하는 것 아닙니까.
대부분의 현존 일자리는 모두 변신하고 진화하며 기술·통신 시스템이 미치는 영향을 받아 변할 겁니다. 예를 들어 ‘드론’이라는 무인 비행기의 택배 시스템이 진화되면서 배달은 물론 교통과 쓰레기 처리를 모니터하는 ‘드론 디스패처’가 등장할 것입니다. 우주 기반의 전력 시스템 디자이너도 나타날 겁니다. 24시간 우주에서 생산한 태양광을 받아 지구로 전송하는 시스템을 관리하는 전문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밖에 기후변화 전문가, 시간을 빌려 쓸 수 있도록 돕는 시간 브로커, 전기를 저장하는 대용량 에너지 저장고 개발자, 신체 부위 장기 제조업자 등 다양합니다.


정부와 기업에 조언할 말은.
수십 년 전에 했던 연구를 또다시 하고 버리고 또다시 하는 패턴이 자주 반복되는 걸 볼 수 있는데요, 연구·개발에 심혈을 기울여 주면 좋겠습니다. 또 미래학자들의 조언에 관심을 갖고 귀를 기울이세요. 사실 기업이나 정부 부처에서 강의할 때마다 강조했어요. ‘이 사업은 여기까지다.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요. 강의가 끝나고 나면 해당 사업 부문의 책임자가 내게 와서 ‘어디 가서 이런 얘기 하지 말아 달라’고 신신당부하더군요. 자기 목이 날아갈 수도 있는 문제니까 쉬쉬 하는 거죠. 이게 문제예요. 충분히 향후 상황을 예측하고 있으면서도 대비책을 세우는 건 뒷전이에요. 뭐가 중요한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판단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당장 눈앞의 성과보다 큰 그림을 그리고 멀리 보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현재 유엔미래포럼은 50여 년 뒤까지 매년 어떤 사건이 전개될지에 대한 미래 타임라인(timeline)을 만들어 이를 공개하고 있다. 수백 명의 미래학자들이 수시로 이 예측을 업데이트해 불확실성을 낮추고 있다. 기술 예측은 거의 일치하고 큰 미래도 70% 정도는 정확하다고 한다.


김보람 기자 boram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