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집중식 전력 시스템 한계…신·재생에너지 효율성 개선

저명한 미래학자인 토머스 프레이 다빈치연구소장은 2013년 11월 ‘2030년까지 부상할 기술 33가지’를 선정해 발표했다. 프레이 소장은 무인 자동차, 3D 프린터, 개인 맞춤형 의약품, 진공 열차 등의 개발과 보급을 예견했다. 특히 그는 2030년까지 한국전력과 같은 대형 전력 공급 회사들이 소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YONHAP PHOTO-0346> 제주 바다 위 해상풍력발전기

    (서울=연합뉴스) 제주도의 북동쪽인 제주시 구좌읍 김녕마을에 위치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제주글로벌연구센터 앞 바다에 국내 최초의 해상풍력발전기가 설치돼 있다. 높이는 해수면 위로 70m이고, 날개(블레이드)가 회전하면서 이루는 원의 지름은 72m에 이른다. 2013.9.15 <<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제공>> 2013.9.15 

photo@yna.co.kr/2013-09-15 11:32:00/
<저작권자 ⓒ 1980-201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제주 바다 위 해상풍력발전기 (서울=연합뉴스) 제주도의 북동쪽인 제주시 구좌읍 김녕마을에 위치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제주글로벌연구센터 앞 바다에 국내 최초의 해상풍력발전기가 설치돼 있다. 높이는 해수면 위로 70m이고, 날개(블레이드)가 회전하면서 이루는 원의 지름은 72m에 이른다. 2013.9.15 <<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제공>> 2013.9.15 photo@yna.co.kr/2013-09-15 11:32:00/ <저작권자 ⓒ 1980-201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프레이 소장이 대형 전력 공급 기업의 추락을 선언한 이유는 ‘마이크로 그리드’의 보급이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마이크로 그리드는 기존의 광역 전력 공급 시스템과 다르게 독립된 분산 전원을 중심으로 한 소규모 전력 공급 시스템이다.

쉽게 말해 기존의 전력 공급 방식은 대형 전력회사가 화력·원자력·수력 등 대규모 발전 시설을 건설한 뒤 이를 원거리 전력 송신 시스템을 통해 전력 사용처에 보내는 것이다. 그러나 마이크로 그리드가 도입되면 신·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에너지원을 가지고 중소 규모 발전 시설에서 전기를 생산한다. 이후 이를 경제적으로 조합해 해당 지역의 사용처에만 필요한 만큼 보내게 된다. 또 남는 전기는 다른 지역으로 보내 수익을 얻는다.

마이크로 그리드가 활성화되면 일종의 P2P (peer to peer) 전력 공급이 가능해진다. 기존의 전력 시스템은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단방향 구성이었다. 그러나 최근 태양광·풍력 등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시설이 도입되면서 전력 소비자 중에서는 직접 전기를 생산해 공급자 역할까지 하는 ‘프로슈머’가 생기기 시작했다. 기존의 전력 시스템이라면 이들은 자급자족만 가능할 뿐 전체 전기 계통망에 기여할 방법은 없다. 생산되고 남은 전기는 대부분이 버려졌다.
[2020년 대한민국] 신개념 전력 공급 ‘마이크로 그리드’ 뜬다
누구나 전기 만들어 팔 수 있어
그러나 마이크로 그리드는 이들이 생산하는 전기에너지를 활용해 전체 네트워크의 효율을 극대화한다. 지역 규모의 발전소에서도 전기를 생산하지만 개별 소비자 단위, 즉 다수의 전기 프로슈머들이 생산한 전력도 양방향 송배전을 통해 다른 곳에서 활용될 수 있다.

이런 방식의 시스템이 도입되면 지금보다 더 안정적인 전기 공급이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원자력발전소 한 곳이 멈춘다고 생각해 보자. 이때 수만 가구가 전기를 받을 수 없게 된다. 그러나 마이크로 그리드는 중소형 규모의 발전소 혹은 한 가구 규모의 초소형 발전소가 멈춰서더라도 큰 문제가 발생할 이유가 없다.

마이크로 그리드의 다른 장점은 신·재생에너지의 활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풍력발전은 바람이 불 때만 발전이 가능하다. 또 태양광발전은 해가 떠야만 발전이 가능하다. 즉 이 같은 신·재생에너지의 단점을 전력 저장 장치(ESS) 등을 도입하거나 양방향 송배전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또 발전소의 폐열을 활용한 ‘열병합발전’을 활용해 효율을 더 높이는 방법도 있다.

아울러 지금과 같은 발전-송전-배전의 ‘집중 에너지 공급 방식’은 송전 시의 에너지 손실은 물론이고 송배전 선로의 경유지 문제, 전자파 장애, 변전소 등 전력 설비의 입지난 등 각종 사회적 이슈들에서 벗어날 수도 있다.


‘매트릭스’서 선보인 ‘인간 배터리’도 성큼
시장조사 전문 기업인 내비건트 리서치에 따르면 마이크로 그리드의 시장 규모는 2013년 83억 달러에서 2020년 400억 달러로 매년 지속 성장할 전망이다. 실제로 마이크로 그리드 관련 프로젝트는 빠르게 증가 중이다. 2013년 기준 계획돼 있거나 개발·운영 중인 마이크로 그리드 관련 프로젝트는 405개에 달한다. 특히 미국에서는 미군을 중심으로 마이크로 그리드 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가 활발하다.

마이크로 그리드 기술의 개발은 신·재생에너지 기술의 발전과 궤를 같이한다. 가장 대표적인 신·재생에너지는 태양광이다. 최근 들어 기존의 태양광발전에 비해 진일보한 기술이 강력히 추진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우주 태양광발전소 건립이다. 우주 태양광발전소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처음 연구를 시작했다. NASA는 2012년 차세대 연구 기술 과제로 ‘우주 태양광발전 위성’을 선정해 민간 연구소와 개발 중이다. 수천 개의 집광판을 깔때기 모양으로 촘촘히 매단 위성이 태양광을 모아 이를 전파 형태로 지상에 보내는 방식이 기본 원리다.

사실 우주 태양광발전소를 비롯해 우주개발 프로젝트는 민간에서 선뜻 투자하기 어려운 분야인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미국을 비롯해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국가 차원에서 우주 태양광발전소 건립을 추진 중이다. 일본 정부는 가로 세로 2km의 대형 태양광 패널을 지상 3만6000km 궤도에 쏘아 올려 2030년 원자력발전소 1기에 해당하는 100만 kW의 전력을 생산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태양광발전뿐만 아니라 연료전지의 진화형인 ‘생물연료전지’, 풍력발전의 진화영인 ‘도심 풍력발전’ 등도 개발이 막바지에 와 있다. 생물연료전지는 생물의 대사 과정을 이용해 미생물이나 효소로부터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이다. 주로 유기물을 이용해 생산하므로 폐수·토양·식물·동물 등 훗날 인간에까지 응용 분야가 매우 광범위하다. 쉽게 예를 들면 영화 ‘매트릭스’에서 사람의 신체가 인큐베이터 속에 가둬진 ‘인간 배터리’로서 전기에너지의 공급원으로 사용되는 인간 배터리 공장과 같은 것이다.

생물연료전지는 스스로 전기에너지를 생산하고 이 전기에너지를 이용해 폐수 등의 유기 폐기물을 처리해 낮은 비용으로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폐수 처리는 전 세계 에너지 생산능력의 2%인 약 8만MW를 소비하고 있으며, 이는 연간 400억 달러에 해당하는 비용이다.

생물연료전지의 또 다른 장점은 일반적인 연료전지와 달리 관리하기가 힘든 수소 또는 최근 국가 간 자원 전쟁까지 유발하고 있는 희토류 및 비싼 귀금속 같은 무기물을 사용하지 않고 유기물인 생체 물질을 이용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은 2012년 미생물 연료전지를 10년 후 한국 경제를 책임질 미래 10대 유망 기술 중 하나로 선정한 바 있다.

또 도심의 거대한 빌딩 숲에 부는 바람을 이용한 발전은 이미 실용화 단계다. 2008년 바레인 마나마에 세워진 세계무역센터에 3개의 거대한 날개를 가진 풍력발전 시설이 시험적으로 설치됐다. 이 밖에 허리케인의 소용돌이를 이용하거나 프로펠러를 단 기구를 하늘 높이 올려 보내 전기를 생산하는 풍력발전 연구도 한창이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