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녀 임상민, 상무로 승진… 언니와 ‘자매 경영’ 가능성도

‘청정원’으로 유명한 대상가(家) 딸들의 ‘대권’ 도전이 가시화됐다. 임창욱(65)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차녀인 임상민(34) 대상 부장이 최근 정기 임원 인사에서 상무(기획관리본부 부본부장)로 승진하면서 언니 임세령(36) 대상 상무(식품사업총괄부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본격적인 경영권 승계 경쟁을 알렸다. 딸만 둔 대상가의 후계 경영권 승계 퍼즐이 서서히 맞춰지는 모습이다.

사실 ‘포스트 임창욱’으로 지목되는 유력 후보는 동생인 임상민 상무다. 그녀가 다년간 회사에서 실무를 익히며 차근차근 경영자 수업에 임한 모습이나 대상홀딩스의 최대 주주라는 점이 경영권 승계 경쟁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으로 보인다.


그룹 지주사 지분 승계 끝나
‘수수하다’, ‘눈에 띄는 행동을 안 한다’, ‘권위적인 모습이 없다’. 직원들이 말하는 임상민 상무의 모습이다. 구내식당이나 회사 근처 커피숍에서 직접 줄을 서서 밥을 타거나 커피를 사고 수수한 차림새로 호평을 받는 임상민 상무는 올해 대상 경력만 햇수로 6년째다. 임상민 상무는 2003년 이화여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 뉴욕에 있는 파슨스 디자인 스쿨을 졸업했다. 이후 존슨앤드존슨 마케팅 인턴십을 거쳐 2007년 대상 계열사인 UTC인베스트먼트 투자심사부 차장으로 입사하며 본격적으로 대상 업무를 익히기 시작했다. 이후 2009년 8월, 대상 PI본부 차장으로 입사해 그룹 경영 혁신 관련 업무를 수행했다. 대상의 PI팀은 업무 개선을 주도하는 핵심 부서 중 하나다. 이후 2010년 8월 영국으로 건너가 런던 비즈니스 스쿨에서 MBA 과정을 마치고 2012년 10월 대상 전략기획본부 부본부장(부장급)으로 복귀했다. 언니 임세령 상무가 식품 부문 브랜드 매니지먼트·기획·마케팅·디자인 등을 총괄하는 것에 비해 임상민 상무는 그룹의 전략 기획 등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맡아 온 것이다. 승진 속도도 빠르다. 부장으로 복귀한 지 1년 만인 지난해 12월 별을 달았다.
[비즈니스 포커스] 요동치는 대상家 후계 구도 향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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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의 한 관계자는 “MBA 과정을 마치고 복귀한 이후 경영 전반에 걸쳐 업무를 하나씩 익혀 왔다”며 “임상민 상무가 속한 전략기획본부는 기존 기획관리본부 산하 전략기획팀을 강화한 신설 조직으로, 그동안 임상민 상무는 그룹의 신사업 발굴과 글로벌 프로젝트 검토 등에 주력해 왔다”고 설명했다.

사내에서 평도 좋다. “실무에 밝고 현재 그룹의 핵심 부서에서 업무를 보고 있어 그룹의 전반적인 상황을 꿰뚫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임상민 상무가 대상홀딩스의 ‘최대 주주’라는 점도 포스트 임창욱으로 지목되는 이유다. 금융감독원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임상민 상무는 대상그룹의 지주사인 대상홀딩스의 지분 38.36%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이어 임세령 상무가 20.41%, 임창욱 회장이 3.32%, 어머니인 박현주(61) 상암커뮤니케이션즈 부회장이 3.87%를 갖고 있다. 임세령 상무는 2012년 12월 임상민 상무보다 1년 먼저 임원이 됐지만 지주사 지분이 임상민 상무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를 두고 “실질적으로 차기 후계자로 지목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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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민 상무의 주식은 대상그룹이 2005년 대상홀딩스 중심의 지주회사 체제로 변경되고 나서 꾸준히 늘어났다. 실질적으로 임상민 상무가 여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한 것은 2009년이다. 당시 만 30세도 되지 않았던 임상민 상무가 대상홀딩스의 최대 주주가 된 순간이기 때문이다.

2009년 4월 2월 임창욱 회장 부부는 차녀인 임상민 상무에게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대상홀딩스 지분 250만 주를 장외거래를 통해 매각했다. 주당 가격은 2290원, 총 주식 값은 57억 원 정도였다. 이에 따라 대상홀딩스에 대한 임상민 상무의 지분율은 기존 대비 약 7%가 늘어나며 그룹의 대주주가 된 것이다. 이때 임상민 상무는 재계에서 차세대 주식 부호로 이름을 알렸다. 대상과 관련 없는 주식으로는 지난해 초 파문을 일으킨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가 운영하는 갤러리 서미앤투스의 지분 14%가 있다.

이처럼 동생이 그룹의 최대 주주가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언니 임세령 상무가 1998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결혼하며 10년 넘게 출가외인으로 지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9년 11년간의 결혼 생활을 마무리한 후 다시 ‘싱글’로 돌아온 후에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 임 회장 부부가 대상홀딩스 지분 250만 주를 임상민 상무에게 양도한 때가 2009년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차녀에 대한 지분 양도에 이어 임원 승진까지 경영권 승계를 사실상 임상민 씨로 확정지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며 “임상민 상무가 최대 주주이자 실질적으로 그룹을 이끌고 있어 어린 나이지만 차기 그룹의 경영권을 이어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자매의 ‘공동 경영’의 시나리오를 그려보기도 한다. 두 딸 중 한 명을 ‘총수’로 내세워 ‘1인 체제’로 운영할 수도 있지만 두 명이 함께 이끌 수도 있다는 의미다. 마치 보령그룹의 김은선(보령제약 회장)·김은정(보령메디앙스 부회장) 자매처럼 둘 중 한 사람이 경영 전면에 나서고 나머지 한 사람이 뒷받침하는 형태로 말이다.


임세령 상무, 외식 등 개인 사업에 열중
대상에서 임세령 상무의 역할은 이렇다. 2012년 12월 3일 식품사업총괄부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상무) 자리에 임명된 그녀는 대상의 대표 식품 브랜드인 청정원의 브랜드 총책임을 맡고 있다. 대상 측은 “대상HS에서 보여준 임세령 상무의 경영자적 능력과 평소 크리에이티브 분야에서 특별한 재능을 보여 줬기 때문에 임원으로 기용했다”고 말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몇 해 전부터 대상그룹 차기 총수로 지목되는 동생과 함께 보조를 맞추기 위해 작년에 임세령 상무를 그룹 전면에 나서게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러나 임세령 상무는 경영 부문에서 알려진 실적이나 능력이 없어 차기 승계권 구도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임세령 상무는 연세대 경영학과에 재학하던 중 1998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결혼하면서 휴학하고 남편과 함께 유학길에 올랐다. 그녀는 뉴욕대에 입학했지만 심리학을 전공해 기업 경영과는 다른 길을 걸었다. 이후 임세령 상무는 2009년 이혼하고 이듬해 2010년 외식 계열사인 대상HS(구 와이즈앤피) 공동대표에 올랐다. 이후 외식 브랜드 터치 오브 스파이스를 출범했지만 별다른 수익을 내지 못하고 폐점을 거듭하며 현재 1개 점포에 머물러 있다. 대상 측에 따르면 “당시 임세령 상무는 거의 회사에 출근하지 않았고 경영에도 크게 관여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지난해에는 청담동에 있는 임세령 상무 소유 건물에 ‘메종 드 라 카테고리’라는 레스토랑을 열었고, 회사보다 개인 사업에 열중하는 모습이다. 다만 아직은 뚜렷한 경영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상은 임 회장의 부친인 임대홍 창업주가 1987년 맏아들인 임 회장에게 경영권을 승계한 이후 1997년까지 10년간 오너 경영 체제로 운영됐다. 이후 임 회장이 명예회장으로 물러나고 현재까지 10여 년간 전문 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임 회장의 두 딸이 임원에 오른 이상 재계에서 대상그룹의 후계 구도는 ‘관심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두 딸 중 어떤 이에게 그룹 경영권을 승계할지 임 회장의 결정에 관심이 집중된다.


김보람 기자 boram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