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히면 ‘독’… 트렌드에 맞춰 리밸런싱해야

‘자산 관리’와 ‘다이어트’는 공통점이 많다. 무엇보다 남녀노소를 불문한 최대의 관심사다. 운동을 통한 다이어트는 지방을 줄이고 근육을 키우는 과정의 연속인데, 자산 관리 역시 이 2가지 과정의 반복이다. 불필요한 지방을 태우고 근육량을 높이듯이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트렌드에 맞지 않는 상품은 줄이고 트렌드에 부합하고 유망한 상품의 비중을 늘려가는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투자에서 리밸런싱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실제 실천에 옮기는 투자자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특히 최소 5년 이상의 투자 기간을 요구하는 연금 펀드에서의 리밸런싱에 소홀한 투자자가 많아 안타깝다.

대학병원 교수인 A(51) 씨는 2001년 주식 편입 비율이 50% 이하인 국내 혼합형 펀드로 연금 상품에 가입했다. 노후 준비와 동시에 연 400만 원의 소득공제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A 씨가 지난 13년간 매월 적립한 금액까지 반영하면 현재 잔액은 약 1억5000만 원에 이른다. 그러나 기대보다 수익률은 저조하다. 주식시장이 활황기였던 시기에 혼합형 펀드로 유지하는 등 급변하는 투자 환경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돌아보면 기간 대비 수익률은 항상 저조한 상태였지만 직업 특성상 바쁜 일상으로 인해 수익률에는 신경 쓰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시장 상황에 따른 포트폴리오 변경도 전혀 없었다. 지금 당장의 수익률이 아니라 10년, 20년 후를 바라보는 노후 자금이니 장기 투자하면 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도 있었다.


‘연금저축계좌’ 활용도 높일 때
지금의 투자 환경은 이와 같은 안이한 투자 판단으로 헤쳐 나가기 쉽지 않다. 금융 위기 이후 주가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지수를 잘 따라가거나 추가 상승하는 펀드가 있는가 하면 부진한 투자 상품도 여럿 나타났다. 글로벌 유동성이 특정한 나라나 업종, 섹터에 집중되는 현상이 강해지다 보니 수익률이 펀드마다 천차만별이 된 것이다.

연금 펀드는 상품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주식형·혼합형·채권형, 국내 또는 해외 펀드로 기간에 관계없이 원하는 펀드로 교체할 수 있다. 특히 2013년 새로 도입된 ‘연금저축계좌’ 상품은 하나의 연금 상품 안에서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변경해 갈 수 있다. 이런 연금 상품의 장점을 잘 활용하면 보다 합리적인 노후 준비가 가능한 것이다.
[新 자산 배분 전략] 내 연금 펀드, 잘 운용되고 있는 걸까
첫째, 수익률이 저조한 국내 혼합형 연금 펀드를 글로벌 소비재 주식으로 구성된 ‘글로벌 컨슈머 펀드’로 교체했다. 금융 위기 이후 글로벌 경제는 경기 하락 국면을 거치면서 기업들 간에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났다. 새로운 경쟁력을 만들어 가지 못한 기업들은 도태되는 반면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은 시장 장악력을 더욱더 키워가며 저성장 국면에서도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향후 경기 회복 국면에서도 ‘글로벌 컨슈머 펀드’가 꾸준한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대형 성장주 위주의 국내 주식형 펀드도 일부 편입했다. 선진국 내수 회복과 함께 신흥국 수출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고 제조업에 강점을 가진 한국 증시의 저평가가 해소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셋째, 유럽 하이일드 펀드를 편입해 안정성을 높였다. 2014년 양적 완화 축소가 예상되는 만큼 만기가 긴 달러 표시 채권은 피하는 게 좋다. 유럽은 양적 완화 기조가 유지되고 금리 상승도 완만하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하이일드 채권은 경기가 좋아지면 기업의 실적도 좋아져 양적 완화 축소가 시작되더라도 기회가 있다.

초기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 아무리 잘됐다고 하더라도 급변하는 상황에 맞춰 시기적절하게 리밸런싱하지 않으면 원하는 목표 수익률을 만들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가입한 지 오래된 연금저축 및 연금 보험 상품은 장기적인 예금 금리 하락으로 가입 시 금리와 차이가 큰 상품이 많으므로 개인의 투자 성향에 따라 연금 펀드로 이전하는 것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김태윤 미래에셋증권 신촌지점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