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구조조정 줄 이을 듯…환경 규제도 복병

경제 민주화·3세 경영권 승계
기업들은 미국 양적 완화 축소와 글로벌 환경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한국에서는 경제 민주화에 따른 규제 강화에도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다. 당장 2월 중순부터 개정 공정거래법과 하도급법 개정안 등 3개 개정 법률이 발효된다. 이에 따라 현실적인 대응 방안으로 2014년 기업 구조 개편이 바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핵심 경제 민주화 법안 가운데 하나인 일감 몰아주기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내부 거래 비중이 매출의 30%를 넘는 계열사의 지배 주주에게 증여세를 물리는 게 골자다. 규제를 받게 될 대기업 계열사의 기준은 공정위 원안대로 총수 일가의 지분이 30% 이상인 상장사와 20% 이상인 비상장사로, 자산 총액 5조 원 이상의 43개 대기업의 1519개사가 적용 대상이다. 2014년 2월 14일로 당장 일감 몰아주기 규제가 현실화되면서 기업들은 수의계약으로 진행했던 계열사와의 거래를 다른 방법으로 돌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2014 경제를 읽는 키워드 100_기업] 경제 민주화·3세 경영권 승계 본격화
기업들이 택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총수 일가 지분율이 높은 계열사를 대상으로 흡수 합병, 매각 인수 등 방식을 통해 구조조정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과 GS그룹 등에서 구조 개편에 나서 주목을 받았다. 삼성에버랜드는 제일모직 패션사업 부문을 1조500억 원에 인수하고 외식 사업 부문을 떼어내 별도 법인을 세웠다. 에버랜드는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해 총수 일가 지분율이 42.3%, 계열사와의 내부 거래 비중이 46.4%로 높아 일감 몰아주기 과세 대상으로 꼽혀 왔다. 또한 삼성SDS는 삼성SNS를 흡수 합병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SDS로 합병되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지분율이 45.7%에서 19.1%로 낮아져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벗어난다.

GS그룹은 소속 계열상인 물류 레저업체 승산이 STS로지스틱스와 승산레저를 흡수합병하는 식으로 문제되는 계열사를 정리했다. STS로지스틱스, 승산레저 모두 일감 몰아주기 규제와 관련해 공정위의 감시 목록에 오른 기업들이다. 특히 총수일가 지분율이 100%인 STS로지스틱스는 GS칼텍스와의 내부거래 비중이 높아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많이 사왔다.

이와 함께 상위 10위권 바깥의 다른 대기업들도 일감 규제나 과세를 피하기 위한 목적으로 비칠 수 있는 사업구조에 대해서는 개편 작업을 벌이고 있다. 대성은 2013년 9월 계열사인 에스씨지솔루션즈를 통해 총수 일가 지분율이 100%인 서울도시산업을 흡수 합병했으며 앞서 태광은 2013년 4월 일가 지분율 100%인 계열사 티알엠을 사업 분야별로 나눠 다른 계열사가 맡게 했다. 더 많은 기업이 이러한 행보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 민주화 이슈와 함께 2014년 3세 경영권 승계가 본격화되면서 기업 구조 개편은 더욱 가속도를 탈 전망이다. 재계에서는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이 이번 정부 내에 경영권 승계 작업을 마무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가 기존 순환 출자는 인정하되 신규 순환 출자는 금지하겠다는 입장을 보인 만큼 적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3세 경영 구조의 토대를 닦는 수순인 ‘인사’가 활발해질 것으로 보이며 계열사의 분할과 합병도 이어질 전망이다. 삼성그룹과 현대차가 지배 구조 개편의 중심에 설 것으로 보이며 롯데그룹과 한진그룹도 지배 구조 변화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례로 현대차그룹은 핵심 계열사인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에 대한 정의선 부회장의 지분율이 미미해 경영권 승계를 위한 묘수가 절실한 상황이다. 제도적 한계와 지배 구조 개편에 따른 비용 등 기업 내부 사정이 얽혀 있어 기업마다 제각각 시나리오가 필요한 가운데 ‘신의 한 수’를 마련하기 위한 갖은 방안과 추측이 2014년 재계를 달굴 전망이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각국은 탈(脫)이산화탄소 경제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환경 규제도 강화되는 추세다. 2014년 특히 화두로 떠오를 키워드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는 총량 단위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치를 설정하고 배출권의 매매를 통해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쉽게 말하면 기업이나 국가가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 총량을 할당받고 할당받은 배출권보다 적게 배출하면 남아 있는 배출권을 다른 기업이나 국가에 팔아 이윤을 남기고 반대일 때는 구매를 통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연간 10톤의 온실가스 배출권을 부여받은 기업이 한 해 7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했다면 남은 3톤은 배출권이 부족한 기업에 팔거나 혹은 이듬해에 사용하도록 이월할 수 있다.
[2014 경제를 읽는 키워드 100_기업] 경제 민주화·3세 경영권 승계 본격화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은 배출권 구입이라는 페널티를 부여해 환경 파괴에 대한 비용을 내고 온실가스 배출이 적은 기업에는 혜택을 주는 취지로 전 세계 30개국이 시행하고 있으며 한국은 2009년 정부가 처음 감축 목표를 세운 바 있다. 이후 이제 시행이 한 해 앞으로 다가오면서 2014년에는 배출권 거래제 기본 계획과 국가 할당 계획이 확정될 예정이다.

이슈가 되는 부분은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가 본격 시행되는 기업이 온실가스 과대 배출로 배출권을 살 때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이에 대한 준비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특히 일부 대기업을 제외한 중견·중소기업은 대응책이 미비한 실정이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5단체와 철강협회 등 15개 업종별 협회는 2013년 12월 19일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재조정하고 배출권 거래제 시행 시기를 연기해 달라고 요청하는 산업계 공동 건의문을 정부와 국회에 제출하는 등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산업계는 현재 정부안에 따라 배출권을 3~100% 범위에서 유상 적용한다면 기업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연간 4조5000억~14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탄소포집저장(CCS) 기술 상용화가 지연되고 원전 비중이 축소되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며 2015년 시행 예정인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를 2020년 이후 신기후체제가 도입될 때까지 연기해 달라는 입장이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2013년 12월 18일 공청회를 열고 3년 평균 온실가스 배출량 12만5000톤 이상인 업체나 2만5000톤 이상인 사업장을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적용 대상으로 정하는 등 10년 단위의 중·장기 계획을 수립했다. 온실가스 감축 설비에 투자하거나 기술 개발에 나서는 업체에 금융·세제·보조금 등을 지원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공유 가치 창출(CSV)
공유 가치 경영이 기업 경영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동반 성장은 ‘사회적 책임(CSR)’을 넘어 ‘공유 가치 창출(CSV)’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으로, 2011년 마이클 포터 하버드 경영대 교수가 처음 발표했다.

‘공유 가치’는 기업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기준이 아니라 기업이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업적인 기회를 의미한다. 기업의 비즈니스와 실질적인 연결 고리를 찾아 사회·경제적 효용을 끌어내야 한다는 개념으로 기업의 특정 상황에 맞춰 정부와 비정부단체 등과의 협력을 통해 지역사회 발전은 물론 기업의 이윤이 선순환되는 것이 목적이다. 마이클 포터 교수는 ‘공유 가치’를 바탕으로 기업의 사회문제 해결 능력과 장기적인 이윤 창출 능력을 긴밀하게 연결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도 경영학회를 중심으로 콘퍼런스와 사례 발표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공유 가치 창출이 창조 경영의 해법으로 제시되면서 주목 받고 있다. 기업마다 ‘더 나은 CSR’를 고민하는 요즘, 기업의 이윤이 지역사회는 물론 창조 경영에도 영향을 미치는 CSV 전략이 매력적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 국내에서는 CSV 개념이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고 아직 CSR도 활발하지 않은 기업이 많아 지속적인 기업 전략으로 자리 잡을지 여부가 과제로 남아 있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