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처럼 없어지지 않는 관료적 기업 문화, 어떻게 해야 하나

Q 우리 회사는 관료주의적 문화가 지배하고 있습니다. 공기업의 자회사였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민영화된 지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전 문화가 사라지지 않고 있으니 답답합니다. 회사는 그동안 기업 문화를 바꾸기 위해 교육 훈련과 사내 캠페인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그러나 ‘쇠귀에 경 읽기’입니다. 그러다 보니 유능한 신입 사원들이 견디지 못하고 회사를 떠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상하 관계를 심하게 따지거나 시키는 일만 적당히 하는 관료주의적 문화를 근원적으로 바꿀 방법은 없을까요. 시장 경쟁이 치열한데 임직원들의 생각은 여전히 공기업 시절에 머물러 있어 회사의 미래가 걱정됩니다. 성과 지향적으로 기업 문화를 확 바꾸는 것은 정말 불가능할까요.
[신현만의 CEO 코칭] 조직을 바꾸려면 사람을 바꿔라
A 기업 문화는 기업의 성과는 물론 성장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기업이 자신의 비전을 실현하려면 그에 걸맞은 기업 문화가 필수입니다. 기업 문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단기 성장은 가능할지 몰라도 지속으로 성장 발전하기가 어렵습니다. IBM의 전 최고경영자(CEO)였던 루 거스너는 자신의 회고록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10년 가까이 IBM에 있으면서 나는 문화가 승부를 결정짓는 하나의 요소가 아니라 문화 그 자체가 승부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문화적 요소들이 그 DNA의 일부가 되지 않고는 장기적 성장을 거둘 수 없다.”

많은 기업들이 자신들만의 독특한 기업 문화를 정착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큰돈을 들여 컨설팅을 받기도 하고 끊임없이 운영 시스템과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합니다. 또 귀하의 회사처럼 지속적으로 직원들을 교육 훈련합니다. 오랜 노력 끝에 자신들만의 차별적 기업 문화를 구축하는데 성공한 초우량 글로벌 기업들도 기업 문화를 유지·발전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공기업 문화를 바꾸려는 귀하의 노력은 평가 받을만 합니다. 경영 환경이 바뀌었고 새로운 비전이 제시됐기 때문에 이를 뒷받침하는 기업 문화가 만들어져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합니다.

그러나 기업 문화를 바꾼다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게 아닙니다. 귀하도 경험하고 있는 것처럼 직원들의 생각과 습관은 좀처럼 바뀌지 않습니다. 아무리 제도를 바꾸고 교육 훈련을 해도 이전의 관습과 문화는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오랜 직장 생활 과정에서 자신이 만들어 낸 것 그리고 온갖 우여곡절 끝에 익숙해진 것을 버리고 낯설고 불편한 것을 금방 받아들이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기존 문화에 익숙한 ‘보스’들이 가장 큰 적
조직 문화를 바꾸는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은 조직 구성원을 바꾸는 겁니다. “조직을 바꾸려거든 사람을 바꿔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기업은 사람이고 기업 문화도 직원들이 만드는 것입니다. 따라서 과거 문화에 익숙한 직원을 내보내고 새로운 직원을 투입하면 문화는 빠르게 변합니다. 특히 서비스 회사처럼 사람에게 경험과 지식이 쌓여 있는 기업에서는 제도나 프로세스 개선만으로는 문화를 바꾸기 어렵습니다. 조직 문화를 바꾸려고 시도했던 많은 경영자들이 “사람이 바뀌고 나서야 제도 개선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술회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화를 바꾼다고 직원을 모두 바꿀 수는 없습니다. 자칫하다간 훈련된 인력만 잃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핵심은 임원과 간부가 중심이 된 보스입니다. 이들이 조직 문화에 미치는 영향력은 일반 직원들에 비해 월등합니다. 조직에서 보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어서 이들을 바꾸면 조직 문화가 순식간에 달라집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는 평균 재직 연수가 3.5년밖에 안 될 정도로 직원들의 이직이 잦습니다. 그런데도 조직 문화가 유지되는 것은 핵심 보스들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업무 지식, 고객 관계, 조직 문화 등을 가장 많이 알고 있는 보스가 남아 있는 한 아무리 부하 직원들이 바뀌어도 조직과 비즈니스 유지에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건설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회사는 주요 간부들의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경험과 지식으로 비즈니스를 전개합니다. 다른 업종과 달리 건설업의 임직원들이 장기 근속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것은 반대로 보스가 남아 있다면 조직 문화를 바꾸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입증합니다. 문화는 위에서 밑으로 흐르는 전형적인 톱다운(top-down)식으로 전파되고 정착됩니다. 우리 주변엔 창업자의 생각이 고유문화로 정착돼 있는 회사들이 많습니다. 보스는 기존의 조직 문화에 가장 잘 적응한 사람들인 데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이들 문화의 상당 부분을 만든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기존 문화의 수혜자인 데다 애착을 갖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따라서 조직 문화를 바꾸고 싶다면 반드시 기존 문화의 기득권자들인 보스들을 바꿔야 합니다. 보스들은 기존 문화를 고수하려는 가장 강한 세력입니다.


내보낼 수 없다면 영향력 줄여야
물론 모든 보스를 밖으로 내보내기는 불가능할 겁니다. 그렇게 해서도 안 되고요. 따라서 조직 문화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핵심 보직의 보스들을 바꾸십시오. 새로운 조직 문화, 지향하는 기업 문화를 잘 알고 있고 이것에 익숙한 보스가 조직에 들어오면 조직 문화는 빠르게 바뀔 것입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들이 많이 바뀔수록 조직 문화의 변화 폭도 커지고 속도도 빨라질 것입니다.

그런데 조직 문화 차원에서 보스 못지않게 영향력이 큰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조직에 오래 몸담은 시니어들입니다. 새로 입사한 사람들은 아무리 직급이 높고 권한이 커도 일단 기존의 조직 문화를 존중하게 됩니다. 어떤 일을 처리할 때는 대부분이 “과거에 어떻게 했는지”를 묻고 확인하게 됩니다. 이때 답을 해 주는 사람이 바로 시니어들입니다. 이들은 “우리 조직에선 이렇게 저렇게 해 왔다”라거나 “직원들은 이렇게 저렇게 하는 것을 좋아한다”며 자연스럽게 기존의 문화를 전파하고 주입하려고 합니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되는 임직원이 그런 말을 듣고 자기방식으로, 새로운 방식으로 처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IBM의 전 최고경영자(CEO)였던 루 거스너는 자신의 회고록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10년 가까이 IBM에 있으면서 나는 문화가 승부를 결정짓는 하나의 요소가 아니라 문화 그 자체가 승부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이에 따라 조직 문화를 바꾸려면 시니어들의 생각이 바뀌어야 합니다. 만약 이들의 생각을 바꿀 수 없다면 이들이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조직 안에서, 업무 처리 과정에서 이들의 발언권과 영향력을 약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경우에 따라선 조직 밖으로 내보내야 할지도 모릅니다. 이들을 그대로 놓아 둔 채 조직 문화를 바꾼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때 활용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평가와 보상입니다. 회사가 지향하는 문화를 숙지하고 현실에서 구현하는 것을 평가하고 보상하는 겁니다.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 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들을 제시한 뒤 이를 잘 따르는 직원들을 평가하고 보상하면 직원들은 평가를 잘 받기 위해 회사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됩니다.

따라서 직원들의 업무 평가 기준을 새로운 조직 문화와 맞물리도록 개정해 보십시오. 귀하가 회사에 성과 지향적인 문화를 정착시키고자 한다면 성과 관점에서 회사의 모든 것을 재검토해 보세요.

이 과정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한 문화가 자리잡으려면 오랜 시간 동안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를 위해서는 최고경영자가 확고한 입장을 견지해야 합니다. 조직 문화는 제도와 달라 직원들의 마음과 연결돼 있습니다. 귀하가 직원들의 마음을 열 수 있다면 절반은 성공했다고 생각해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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