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제네시스 최고의 주행 성능 자랑

‘한국인은 지고는 못 산다.’ 현대자동차 신형 제네시스를 보면 이런 말이 떠오른다. 마치 2010년 말 아이폰이 한국에 출시된 후 삼성전자가 절치부심해 6개월 만에 갤럭시 S를 내놓은 것처럼 현대차는 수입차 공세의 위기에 총력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것을 신형 제네시스를 통해 어필하는 듯하다. 이런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전략은 이미 삼성전자의 성공에서 봤듯이 지금 시점에서는 현대차에 적절한 전략일 것이다.
[시승기] 수입차 정조준한 현대차 야심작
그 결과 신형 제네시스에는 현존하는 자동차 기술들이 마치 종합 선물 세트처럼 죄다 들어가 있다. 아무리 좋은 수입차를 타더라도 불만족스러운 부분이 있게 마련인데, 제네시스는 한 방에 모든 아쉬움을 해결하겠다고 작심한 듯하다.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양은 ‘360도 어라운드 뷰’로, 마치 하늘에서 내려다보듯 차량 주위를 보여주는 것이다. 라디에이터 그릴, 사이드미러, 트렁크에 달린 4개의 초광각 렌즈의 화각을 표준 렌즈처럼 보정해 4개를 이어 붙인 것이다. 주차 구획선 한가운데로 정확히 주차하는 데 편리하다.

한국에서는 에쿠스 다음으로 리얼우드 트림을 적용한 것도 놀랍다. 플라스틱에 나무무늬를 프린트하는 게 아니라 리얼우드를 곡면으로 얇게 가공해 붙이는 것은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보다 앞선 것이다. 승하차 시 도어를 문틀에 슬쩍 갖다 대기만 하면 자동으로 스르륵 잠기는 ‘고스트 도어 클로징’은 에쿠스에 이어 제네시스까지 확대 도입됐다. 이 밖에 온갖 안전장치와 편의 장치는 일일이 나열하기에도 번거로울 정도다.
[시승기] 수입차 정조준한 현대차 야심작
타이어 마찰음 거의 들리지 않아
스타일이나 주행 성능은 딱 독일 B사의 중형 세단을 벤치마킹했다. 구형 제네시스는 후륜구동(FR)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앞바퀴 오버행이 긴 전륜구동(FF) 스타일링이었다. 아마도 포니 이후 처음 FR 차량을 만들다 보니 감각이 살아나지 않았던 듯하다. 그러나 신형 제네시스는 작심하고 롱 후드, 숏 오버행을 구현했다. 렉서스를 의식한 듯 시종일관 조용했던 구형 제네시스와 달리 신형은 엔진 음을 적극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사운드를 액티브하게 조율했다. 그러면서도 소음은 철저하게 억제해 계기판 한계(260km/h)의 90%를 넘기는 속도에서도 타이어 마찰음과 풍절음은 거의 들리지 않았다.

시승차에 장착된 3.8리터 자연 흡기 가솔린 직분사 엔진과 후륜 전용 8단 자동변속기는 폭발적인 제로백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그치지 않고 힘을 뿜어낸다. 소음과 진동이 억제된 상태다 보니 무심코 가속페달에 계속 발을 밟고 있다 보면 어느새 속도계 바늘이 한계에 다다른다.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를 계열사로 두고 있는 현대차이다 보니 섀시의 51.5%를 차지하는 초고장력 강판의 품질은 의심의 여지가 없을 듯하다. 전자제어로 작동되는 서스펜션은 급선회 시에도 차량을 초지일관 수평 상태로 유지해 줄 정도로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눈이 많이 내리는 한국에서는 권장할 만한 전자식 토크 감응형 사륜구동 시스템은 전 차종에서 250만 원을 추가하면 장착할 수 있다. 신형 제네시스의 최저 기본가(옵션 제외)는 4660만 원(G330 모던, 부가세 포함), 최고 기본가는 6130만 원(G380 프레스티지)이다.


우종국 기자 xyz@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