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1990년대 소프트웨어 기업의 턴어라운드’

Based on “Software firm turnarounds in the 1990s: An analysis of reversing decline in a growing, dynamic industry” by Hermann Achidi Ndofor, Jeff Vaneven-hoven and Vincent L. Barker III (2013, Strategic Mana-gement Journal, 34(9), pp. 1123-1133)


연구 목적
위기에 빠진 기업의 경영을 턴어라운드(turnaround)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전략을 택하는 것이 적합할까. 이때 기업의 경영진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크게 전반적인 경영전략의 수정(change in strategic actions)과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한 구조조정을 꼽을 수 있다. 지금까지 경영 위기에 맞닥뜨린 기업의 많은 경영진은 기업 회생을 위해 우선적으로 사업 전략의 수정보다 구조조정을 감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 구조조정이 기업 경영 개선을 위한 적절한 전략이었을까.

기존의 선행 연구들을 살펴보면 구조조정이 때로는 기업 경영 상태를 오히려 악화시킨다는 주장도 있었다. 그렇다면 ‘경영전략의 수정이 옳은 선택일까’라는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새롭게 수립된 경영전략이 악화되고 있는 기업의 사업을 실질적으로 개선했다는 사실 여부를 가리는 연구는 아직까지 상당 부분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텍사스 A&M대(Texas A&M University)의 헤르만 아치디 은도포(Hermann Achidi Ndofor) 교수, 위스콘신주립대(University of Wisconsin-Whitewater)의 제프 베인벤호벤(Jeff Vanevenhoven) 교수와 캔자스대(University of Kansas)의 빈센트 발커3세(Vincent L. Barker III) 교수는 전략 경영 저널(Strategic Manage-ment Journal) 최근호에 ‘1990년대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턴어라운드: 급성장하는 산업 내에서 경영 위기로부터의 탈출 전략 분석’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진은 기업의 위기 탈출을 위해 전략 수정과 구조조정 중 어떠한 전략 방안이 기업의 턴어라운드 과정에 적합한지에 대한 답을 도출하고자 했다.

이 논문은 외부 요인으로 인한 기업 경영 악화 리스크를 배제하고 순수하게 기업의 전략적 오판으로 경영 위기에 빠진 기업의 턴어라운드 전략에 초점을 맞췄다. 이러한 맥락에서 연구진은 1990년대 호황기를 보낸 소프트웨어 산업을 선택했으며 연구 기간 내 위기에 봉착한 소프트웨어 기업의 턴어라운드 전략과 결과를 토대로 연구 분석을 진행했다.


연구 대상

연구 대상으로 삼은 1990년부터 1996년 사이 미국 소프트웨어 산업은 연간 30%씩 성장했으며 동시에 연간 20%씩 고용 인력을 확충했다. 이런 호황기 속에서 오히려 경영이 악화된 기업을 찾기 위해 상장 기업을 기준으로 기준 연도에 총자산순이익률(ROA)이 최소 5%를 기록했지만 기준 연도 이후 2년 연속 ROA가 급격히 하락했고 특히 2차 연도에 ROA가 마이너스를 나타낸 기업을 기준으로 삼았다.

이 기준으로 총 114개의 소프트웨어 기업을 분류했고 이런 경영 위기에 있는 기업의 턴어라운드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첫째, 2년 연속 ROA 감소 이후 2개년도 이상 ROA 증가 기록. 둘째, 기준 연도 이후 6차 연도에 플러스 ROA 유지를 성공의 판단 척도로 설정했다. 결론적으로 총 36개의 소프트웨어 업체가 경영 위기에서 성공적으로 탈출한 것으로 판단됐으며 이들 기업의 턴어라운드 전략에 대해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연구 방법
연구진은 본격적인 분석에 앞서 경영전략 수정을 크게 세 가지 전략, 즉 ▷신제품 출시 ▷타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 체결 ▷타 기업 인수가 포함된 것으로 정의했다. 구조조정은 ▷인력 감축 ▷자산 매각 ▷기존 제품 철회로 분류했다. 이 논문은 이 같은 분류 기준을 기반으로 총 6가지 가설을 설정해 실질적으로 경영전략 수정과 구조조정이 기업의 턴어라운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주요 검증 가설은 ‘신제품 출시, 타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 체결, 타 기업 인수는 각각 호황기 산업에서 위기에 빠진 기업의 턴어라운드 과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인력 감축, 자산 매각, 기존 제품 철회는 각각 호황기 산업에서 위기에 빠진 기업의 턴어라운드 과정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이다.


연구 결과
이 논문 연구진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경영전략 수정은 호황기 산업에서 위기에 빠진 기업의 턴어라운드 과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검증됐다. 그리고 구조조정은 호황기 산업에서 위기에 빠진 기업의 턴어라운드 과정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입증됐다.
경영전략 수정과 기업의 턴어라운드 과정 간의 상관관계를 살펴본 결과 타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가 기업의 경영 정상화에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가장 명확한 것으로 도출됐다. 신제품 출시와 타 기업 인수도 기업 턴어라운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지만 타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상관관계의 연결 고리가 약한 것으로 통계적으로 분석됐다.

구조조정과 기업 턴어라운드의 상관관계를 살펴본 결과 인력 감축과 자산 매각은 직접적으로 기업의 경영 정상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비해 기존 제품 철회는 위 두 개 전략에 비해 상대적으로 상관관계가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전략 수정이 기업의 턴어라운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가설이 성립한 것에 대해 연구진은 호황기 산업 환경 속에서 기업이 위기에 봉착하는 원인은 경영진의 전략적 오판이 가장 크기 때문에 기존 경영전략을 수정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 해결 방안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반면 구조조정이 기업의 턴어라운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가설이 성립한 것에 대해 연구진은 구조조정의 경우 기업이 위기에 빠진 근본적 원인인 기존의 전략 수정이 아닌 자금 확보를 위한 선택이기 때문에 다운사이징(downsizing)이 기업의 턴어라운드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연구진은 이어 다운사이징은 남아 있는 인력들의 업무 부담을 가중시켜 실질적으로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함으로써 기업의 경영 회복 가능성을 오히려 더 낮출 수 있다는 주장이 담긴 기존 연구 결과도 덧붙였다.

상기 가설에 대한 분석 외에도 연구진은 추가적으로 선행 연구에서 제시된 연구 결과(기업이 위기에 봉착한 직후 이른 시일 내 구조조정을 감행하고 그 뒤를 이어 전략적 수정을 실행하면 기업의 턴어라운드에 많이 기여할 수 있다)의 사실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분석도 실시했다. 결론적으로 이 같은 주장에 대해서는 이 논문에서 분석한 자료를 바탕으로는 명확한 상관관계를 도출하기는 어려웠다.


시사점
이 논문의 연구진은 호황기 산업 내에서 전략적 오판으로 위기에 빠진 기업들을 타깃으로 전략적 수정과 구조조정이 이들이 턴어라운드 과정에 각각 미치는 영향을 살펴봤다.

연구진의 분석에 따르면 기업의 구조조정은 새로운 사업 전략을 수립하는 것에 비해 효과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저자들은 기업의 구조조정의 비효율성이 일정 부분 증명된 만큼 구조조정(인력 감축과 자산 매각)이 내재하고 있는 숨은 비용(hidden cost)에 대해 보다 세부적인 분석이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특히 이 연구가 호황기 산업 내의 기업을 주 타깃으로 삼은 만큼 보다 더 다양한 산업 사이클(industry cycle)에서 폭넓은 사례를 기반으로 향후 연구 대상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전까지는 기업이 경쟁 업체 대비 시장에서 비교 우위를 가지기 위해 진행한 신제품 출시, 타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나 인수가 기업의 턴어라운드 과정으로까지 활용 범위가 확대됐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재훈 삼정KPMG 경제연구원 연구원 jaehunlee@kr.kpm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