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규 KAIST 경영대학 교수의 ‘녹색 기술과 녹색 산업’

[MBA 명강의 지상 중계] 그린 카 개발의 승자는 누가 될까
지난 11월 26일 카이스트 경영대학에서 있었던 ‘녹색 기술과 녹색 산업’ 수업에서는 현재 개발 중인 그린 자동차의 대안을 비교 분석했다. 그린 자동차의 대안으로 청정 디젤 자동차(ICE), 하이브리드 자동차(HEV),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PHEV), 순수 전기자동차(EV), 연료전지 자동차(FCEV), 온라인 전기자동차(OLEV)의 원리를 비교하고 각각의 기술을 보급하기 위해 필요한 충전 인프라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각 대안의 장단점을 비교해 보고 어느 모델이 성공할 수 있는지 소비자의 입장에서 검토하고 기업과 정부 정책이 어디로 가야 할 것인지 토론했다. 자동차의 미래 그린 동력 이슈는 자동차 업계 초미의 관심사로,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문제다.

우선 이재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자동차 산업에서 그린 카 개발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요구라고 말한다. 정부, 자동차 제조사, 소비자 모두 그린 카 개발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정부는 기후변화협약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안고 있다. 이 때문에 그린 카를 생산해야 온실가스를 줄여 나가는 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에 따라 기업과 소비자에게 그린 카의 개발과 구매를 권장하고 있는 입장이다. 자동차 제조사를 압박하고 있는 이슈는 기업 평균 연비 제도(CAFE: Corporate Average Fuel Economy)다. CAFE는 미국에서 시작된 것으로 미국 내 판매되는 모든 회사별 자동차의 가중평균 연비가 일정한 수준을 초과하면 벌금 형태의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유럽과 미국 등의 온실가스 및 연비 기준을 맞추지 못하면 자동차 수출에 지장이 있을 수 있다. 현재 정부는 각국 간의 생존을 건 그린 카 개발 경쟁에 앞서 나가기 위해 자동차 연비 및 온실가스 기준을 높였다. 국내 자동차 제조사들은 2015년까지 자동차 평균 연비를 리터당 17km 이상으로 강화하고 온실가스 평균 배출량은 140g·km 이하로 낮춰야 한다. 한편 소비자에게도 그린 카 소비를 권장하기 위해 정부는 세금 혜택과 구매 비용의 정부 지원 등을 제공하고 있다.


자동차의 미래 그린 동력 이슈는 업계 초미의 관심사로, 중요하면서도 까다로운 문제다.


그린 카 개발은 자동차 제조사에 미래 성장 동력과 사활이 걸린 문제다. 그린 카의 가격은 고가로 형성돼 있기 때문에 수익률을 높일 수 있고 그린 카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이 미래 자동차 시장의 패권을 거머쥘 수 있기 때문이다. 각국 정부와 자동차 제조사들은 그린 카 기술 개발에 많은 투자와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 이 교수는 “현재 그린 카 동력에 대한 여러 가지 방안 중 어떤 기술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각 기술을 개별적으로 검토해 봤다.


고가의 비용 낮추기가 관건
청정 디젤 자동차는 현재 유럽이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청정 디젤은 식물성 기름 또는 동물성 지방에서 파생되는 물질로 구성된 연료로, 오일과 알코올을 화학적으로 반응시켜 합성한 물질이다. 현재 전기자동차가 그린 카의 대세로 일컬어지고 있지만 전지 기술이 얼마나 발전하고 가격이 떨어질지 현재로선 예측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가까운 미래에는 전기자동차보다 청정 디젤 연료가 더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일본의 도요타가 가장 먼저 개발한 방식이다. 현재 일반 자동차에도 배터리가 있어 엔진의 힘을 통해 자가발전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엔진은 제동 시 혹은 정차하고 있을 때 등 낭비되는 에너지를 모을 수 있다면 그 힘으로 자동차를 움직이는 동력으로도 활용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아이디어가 처음 시작이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가솔린엔진 동력에 모터 동력이 보조하는 식이다. 하이브리드 엔진 기술에 대한 주요 특허는 도요타가 갖고 있으며 최근 전기모터 동력의 비중을 더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현재 주요 이슈는 비싼 자동차 가격을 어떻게 낮추느냐는 것이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는 하이브리드 차량보다 한 단계 전기자동차에 가까워진 형태로, 가장 큰 특징은 외부에서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정용 전기나 외부 전기 콘센트에 플러그를 꽂아 충전한 전기로 주행하다가 충전된 전기가 모두 소모되면 가솔린엔진으로 움직이는 내연기관 엔진과 배터리의 전기동력을 동시에 이용하는 자동차다.

충전 방식은 기존 가전 제품들처럼 플러그를 꽂아 충전하는 방식과 충전된 배터리를 교체하는 배터리 착탈식 방식이 있다. 현재까지는 플러그를 꽂아 충전하는 방식 중심으로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 배터리 착탈식은 이스라엘의 베터플레이스가 프랑스 자동차 완성 업체 르노와 합작으로 배터리 교환이 가능한 플루언스Z.E.를 합작으로 개발했지만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결국 파산했다.

배터리 착탈식은 소비자가 배터리를 구매할 필요 없이 이용료만 내고 교체하면 되므로 전기차 가격을 크게 떨어뜨리는 비즈니스 모델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모든 자동차 제조사가 배터리 규격을 공동화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최근 르노삼성자동차는 배터리 착탈식 전기자동차를 제주도에서 시도하고 있다. 이 교수는 “제주도는 섬이라는 특성상 이 모델에 적합한 환경이고 특히 택시는 지속적으로 운행하므로 틈새시장으로서는 효용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순수 전기차는 아예 내연기관을 없애고 대용량 배터리를 통한 모터로만 주행하는 차다. 이 방식은 현재 미국의 테슬라와 중국의 BYD가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현재 한번 충전으로 180km까지 달릴 수 있어 혁신적인 모델로 취급되고 있지만 한편 문제점도 안고 있다. 우선 안전성과 관련해 테슬라의 자동차는 이제까지 3번의 폭발 사고가 있었다.

전기차는 대용량 배터리를 차의 하부에 갖고 있는데 충돌 시 배터리에 충격이 가해져 심각한 폭발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충전소 인프라를 전역에 설치해야 하는데 이 역시 쉬운 문제가 아니다. 미국의 경우 각 가정마다 차고가 있어 충전이 용이하지만 한국의 경우 아파트라는 주거 환경에서는 개별 충전이 여의치 않다. 결국 공공 충전소를 이용해야 하는데 길게는 4시간의 충전 시간 동안 시간을 허비할 수도 없고 지불 시스템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관건이다.

한편 온라인 전기차는 기존의 전기자동차 및 충전 시스템이 주행거리, 무게, 가격, 충전 소요 시간 및 인프라 구축 등에서 가진 많은 단점을 해결한 모델이다. 온라인 전기차는 도로상에 무선 전력 충전 시스템을 매설해 도로를 달리면서 충전할 수 있다. 미국 UC버클리에서 온라인 전기차를 연구하다가 실패했지만 국내 카이스트에서 개발에 성공해 무선 전력 충전 시스템에 관한 연구 및 원천 기술을 획득, 전기자동차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하지만 기차처럼 충전 시스템이 설치된 트랙이 설치돼야 하기 때문에 일정 구간을 순회하는 버스에만 효율적이라는 게 한계점이다.

마지막으로 연료전지 전기차는 수소와 산소의 화학반응을 이용하는 연료전지가 전기모터를 구동하는 방식이다. 수소연료를 기화해 만들어진 수소가스를 산소와 화학적으로 결합해 전기를 만들어 모터를 구동한다. 이 차는 배출가스가 없어 공해가 발생하지 않는다.


2020년께 현재 배터리 가격보다 20% 싸질 것
이 교수는 그린 카의 승부수는 배터리 기술에 달려 있다며 배터리 기술 개발 추이에 대해 설명을 이어갔다. 배터리는 마치 물탱크와 같아 많은 물을 넣기 위해 큰 통이 필요하다. 에너지 밀도를 높여 배터리의 크기를 얼마나 축소하고 얼마나 빨리 충전할 수 있는지가 현재 개발 방향이다. 현재 배터리의 물질로 리튬이온이 가장 일반적인데 리튬이온은 원소 중에서 2번째로 가벼운 물질이기 때문이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어떻게 압축하느냐가 문제인데 압축할수록 폭발 가능성도 높아진다.

노트북에 이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폭발 사고는 종종 보고되고 있다. 또한 리튬이온은 희귀 원소로 볼리비아와 중국에만 매장돼 있다. 반면 니켈수소 배터리는 우수한 대용량 방전 특성과 높은 에너지 밀도로 단위 부피당 용량이 큰 장점을 갖고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주로 사용되고 있다. 배터리에 대한 연구는 현재 리튬이온을 대체할 물질을 찾고 있는 방향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 교수는 최근 꿈의 소재로 불리는 그래핀 등 나노 기술이 배터리에 적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제까지 살펴본 그린 카 기술 중 어떤 방식이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느냐에 승부수가 걸려 있다고 말한다. 아직 정확히 예상할 수 없지만 배터리 기술이 진보하고 있고 가격도 떨어지는 추세는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2020년이 되면 배터리 가격은 현재보다 20% 내려갈 것”이라며 “배터리 가격이 떨어지고 가솔린 가격이 오를수록 전기차의 효용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교수는 그린 카 이슈와 관련해 몇 가지 결론을 도출했다. 첫째, 그린 카 기술의 방향은 다양하며 어떤 기술이 패권을 거머쥘지는 현재 매우 불확실하다는 것. 둘째, 배터리 기술의 발전 과정은 전기차의 실현 가능성이 결정하게 될 것. 셋째, 충전소 인프라가 확보되지 않는 가까운 미래에 그린 카의 솔루션은 한동안 하이브리드가 이끌어 갈 것이라는 점이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











돋보기 | ‘녹색 기술과 녹색 산업’ 수업은…
[MBA 명강의 지상 중계] 그린 카 개발의 승자는 누가 될까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과 에너지 절약이 불가피한 생태계에서 기업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라는 주제와 이에 대한 해법을 탐구한다. 이 해법은 크게 신·재생에너지의 확대, 안전한 원자력, 탄산가스의 포집과 저장, 에너지 절약 기법이란 네 가지 접근 방법으로 탐구된다. 이 해법을 이해하기 위해 녹색 기술의 원리와 잠재력을 경영자의 입장에서 탐구한다. 원리·사례·산업 동향을 주제별로 학습하고 해법 간의 상대적 효과를 국가 정책과 기업 경영의 입장에서 입체적으로 토론한다. 수업은 영어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