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히트 상품 된 레이캅… 혁신성 무기로 성공하는 브랜드 늘어

최근 일본 닛케이트렌디는 2013년 히트 상품을 발표했다. 이 중 유독 눈길을 끄는 제품은 8위에 오른 침구 살균 청소기 레이캅이었다. 레이캅은 국내 중소기업 부강샘스의 가전제품으로 이미 국내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제품이다.

일본의 히트 상품 베스트 10위권에 국산 제품의 진입은 처음이다. 지난해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가 히트 상품 19위에 올랐을 뿐이다. 특히 일본 가전 시장은 삼성전자와 LG전자도 뚫기 힘든 철옹성이라고 여겨졌기 때문에 국내 중기 가전제품의 선전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다. 현재 레이캅은 일본 내에서 요도바시카메라·비쿠카메라·에디온·야마다덴키 등 일본 내 1400여 곳의 주요 가전 매장에 입점했으며 일본 내 판매 75만 대를 돌파했다.

레이캅도 일본 진출 초기 고전을 면치 못했다. 레이캅이 출시됐던 2007년부터 곧바로 일본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2010년에 현지 판매 대리점을 통해 카탈로그 통신판매를 했지만 이렇다 할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다. 의사 출신 이성진 부강샘스 대표는 새로운 카테고리 가전인 레이캅의 상품성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일본 내 유통 및 마케팅에 문제가 있다고 깨닫고 2012년 일본 법인을 설립해 직접 판매에 나섰다. 그리고 직접 판매 전에 일본 시장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진행했다. 일본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인지도가 있는지, 또한 제품 만족도는 얼마나 높은지에 대한 것들이었다. 침구 살균 청소기는 기존에 없던 성능이기 때문에 제품의 효능과 사용법에 대한 문의가 많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따라 일본 고객에 맞춰 일러스트를 많이 넣고 자세한 내용을 담은 제품 설명서를 만들었다. 또한 적극적으로 TV 홈쇼핑에 출연해 사용법을 시연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이해도를 높였다.
[비즈니스 포커스] 글로벌 시장 파고든 중기 가전의 반란
부강샘스·휴롬·모뉴엘 등 가전 ‘한류’
2012년 직접 판매 이후 매장과 TV의 노출이 늘면서 레이캅의 판매량은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아이가 있는 엄마들을 집중 공략한 결과 입소문을 타게 된 것. 기존 이불을 햇볕에 말리는 것만으로 진드기를 충분히 제거할 수 없다는 정보를 적극적으로 알린 덕분이었다.

현재 레이캅은 2007년 출시 이후 국내외에서 총 250만 대를 판매했고 매년 20%씩 매출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올해 레이캅의 매출 목표는 약 400억 원이다. 레이캅은 일본뿐만 아니라 중국·미국·유럽 등 전 세계 24개국에 수출 중이고 올해 해외 매출 비중이 더 높아져 전체 매출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레이캅뿐만 아니라 세계시장에서 생활 가전 ‘한류’를 일으키고 있는 중소기업은 여럿이다. ‘이영애 원액기’로 유명한 휴롬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대박을 터뜨리며 최근 3년간 10배 이상 성장했다. 매출액이 2009년 156억 원에서 지난해 기준으로 원액기 단일 품목으로만 2700억 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현재 휴롬은 미국·중국·일본·중남미·아프리카 등 50개 나라에 300만 대 넘게 수출되고 있다. 최근엔 중국 2위 홈쇼핑 채널인 유고홈쇼핑에서 50분 만에 3000대 이상 판매됐다. 일본 QVC에서는 하루에 8만8800대가 팔려 가전 부문 매출 신기록을 세웠다. 휴롬 원액기를 자국으로 수입하려는 해외 바이어들의 공장 방문도 쇄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 최초의 홈시어터 PC(HTPC)와 로봇 청소기, 올인원PC 등을 생산하는 모뉴엘도 주목받는 중소 가전 업체다. 2004년 설립된 모뉴엘은 미주 및 유럽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시장에 홈시어터 PC 매출 등을 통해 수출 우량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모뉴엘은 현재 40여 개국에 제품을 판매하고 있고 미국과 일본·중국·독일에 현지 법인을 두고 있다. 모뉴엘은 2012년 매출 8250억 원을 기록했고 90%가 해외 수출이 차지하고 있다. 최근 출시한 물걸레 기능이 있는 신제품 로봇 청소기는 지난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 박람회 ‘IFA 2013’에 첫 공개되면서 유럽 현지에서 현장 수주를 받는 등 반응이 뜨거웠다.

이 밖에 세계무대에서 ‘한류’를 일으키고 있는 중기 가전제품은 한경희생활과학의 스팀 제품, 리홈쿠첸과 쿠쿠전자의 전기압력밥솥, 위닉스의 공기 청정기, 삼홍테크의 비데, 조아스전자의 면도기 등이 있다. 전자진흥회에 따르면 2011년 기준으로 국내 가전 업체 수는 2736개인데 이 중 300인 이하 중소기업이 무려 2722개. 전체의 99.4%에 이른다.

그동안 중기 가전은 대기업 가전제품의 공세에 눌려 시장에서 기를 펴지 못해 왔다. 현실에서 중소 가전 업체의 경쟁은 절대 녹록하지 않다. 뛰어난 기술력과 경쟁력을 갖고 있어도 소형 가전이란 이유로 대기업 및 글로벌 기업에 밀려 시장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중소기업에서 오랜 연구·개발(R&D) 끝에 혁신적인 제품을 출시하면 곧바로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유사 제품을 내놓아 오리지널이 뭔지 혼탁해지는 사례는 수없이 많다.
[비즈니스 포커스] 글로벌 시장 파고든 중기 가전의 반란
중소기업이 갖는 마케팅의 한계와 대형 바이어들의 단가 협의 과정에서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다소 어려움이 있다.


지난 10월 한국전자전서 최고 혁신 제품으로 선정된 휴대용 의류 관리기 ‘스마트 행어’로 본격적인 세계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VUMM 측은 중기 가전 브랜드로서 힘든 점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중소기업이 갖는 마케팅의 한계와 대형 바이어들의 단가 협의 과정에서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다소 어려움이 있다. 또한 중국 등 카피 제품의 리스크를 최대한 인증 등을 통해 방어하고는 있지만실질적인 유사 제품의 접근을 차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최근 들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국내 중소 가전제품은 강력한 혁신성을 무기로 한 특허 제품으로 국내뿐만 세계의 틈새시장을 파고들어 명품 브랜드로 속속 거듭나고 있다.


해외서 공동 AS 네트워크 형성 지원
소형 가전은 개도국 성장, 독신 가구 증대 등에 힘입어 향후 지속 성장이 가능한 분야로 다품종 소량생산과 시장 트렌드에 민감한 특징을 지녀 중소기업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산업 영역이다. 이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도 중소 가전 업체들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7월에 열린 ‘소형 가전 경쟁력 지원을 위한 정책 세미나’에서 산업통산자원부 허남용 시스템산업정책관은 “정부는 소형 가전 분야 글로벌 전문 기업이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R&D 및 사업화 지원, 비즈니스 모델 개발 지원, 인프라 구축 등 소형 가전 명품화 전략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중기 가전의 약점인 애프터서비스(AS)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로도 확장되고 있다. 중소기업 제품도 믿고 살 수 있다는 인식을 소비자에게 심어주기 위해서다. 중소기업청과 중소기업유통센터는 자금과 인력 부족으로 체계적인 AS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는 중소기업을 위해 2006년 AS 시스템을 구축했다. 중소기업 공동 AS센터 측은 “초기 2008년 78개였던 참여 업체는 꾸준히 증가해 현재 225개사가 참가하고 있고 지원 품목도 400여 개에서 1775개로 늘었다”고 전했다. KOTRA는 해외의 국내 중소기업 수출품의 불량 문제를 현지에서 직접 해결할 수 있도록 공동 물류 AS센터를 지난 9월부터 토론토·시카고·후쿠오카·멜버른 등 8개 지역에서 확대 운영하고 있다.

벤처의 아버지로 불리는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은 “지금까지 대기업의 효율성이 한국의 성장 동력이었다면 앞으로는 중소벤처의 혁신성이 국가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국내 중소 가전 브랜드가 세계적인 명품 반열에 오르고 ‘생활 가전 한류’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제조 강국의 위상을 이어갈 수 있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이진원 기자 zino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