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를 객관적 대상으로 이해하고 그 행동의 원인을 분석하는 것이 올드 스쿨이라면 뉴 스쿨에서는 소비자를 나와 유사한 인격체로 존중하고 나와 다름을 인정한다.


‘헬로 아이엠스콧긴스버그(Hello! Iamscottgins berg)’라는 홈페이지로 유명한 미국의 마케팅 전문가, 스콧 긴스버그(Scott Ginsberg)가 마케팅 학자 및 실무 책임자에게 한 가지 질문을 했다. “당신이 생각하기에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무엇인가요?” 단어는 사람들의 공통된 생각을 표현한다.

그는 질문의 응답을 두 가지로 분류했는데, 한 가지는 마케팅의 ‘올드 스쿨(Old School)’이다. 그는 ‘뉴(NEW): 신상품’, ‘와이(WHY): 이유를 이해함’, ‘커스터머(CUSTOMER): 고객’, ‘프리(FREE): 공짜, 할인’, ‘리스닝(LISTENING): 소비자 소리 듣기’, ‘비코즈(BCECAUSE: 원인의 분석)’, 한 가지를 추가하면 ‘콘셉트(CONCEPT): 개념’을 마케팅의 올드 스쿨을 나타내는 ‘가장 중요한 단어’로 분류했다. 모두 마케팅의 핵심 사고다. 기업에 전쟁보다 더 무서운 것은 2년 동안 신제품을 내지 않는 상황이다. 고객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객은 왕’이라는 주장은 1950년대부터 있었다. 그 고객의 소리를 경청하고 그 이유를 이해하는 것은 마케팅의 시작이다. 대형 마트의 유통 싹쓸이는 소규모 소매점보다 싼값에서 시작됐고 지금도 싼값과 하나 더 주기 경쟁이 그들의 무기다. 콘셉트는 마케터에게 핵심 사항이다. ‘이 제품의 제품 개념은?’, ‘포지셔닝 개념은?’, ‘광고 개념은?’ 우리는 이런 논쟁으로 수십 년을 보냈다.

그런데 긴스버그는 왜 이런 사고들을 ‘올드 스쿨’이라고 했을까. 그가 ‘뉴 스쿨(New School)’이라고 분류한 단어들과 비교하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뉴 스쿨’의 단어들은 ‘리스펙트(RESPECT): 인정과 존중’, ‘오센티서티(AUTHENTICITY): 마음으로부터의 진정성’, ‘패션(PASSION): 열정’, ‘트러스트(TURST): 믿음’, ‘익스피리언스(EXPERIENCE): 몸으로 느낌’, ‘아로마(AROMA): 냄새’, ‘트루스(THRUTH): 진실’ 등이다. 올드 스쿨의 단어들과 무엇인가 확실히 다르다. 소비자를 객관적 대상으로 이해하고 그 행동의 원인을 분석하는 것이 올드 스쿨이라면 뉴 스쿨에서는 소비자를 나와 유사한 인격체로 존중하고 나와 다름을 인정한다. 마케팅 개념, 기법, 논리보다 뉴 스쿨에서는 마케터의 소비자를 향한 진정한 마음, 착한 마음을 더 중시한다. 열정은 모든 곳에서 강조되고 있지만 어떻게 열정을 갖게 되는지를 알려주는 선배는 거의 없다. 열정은 내가 왜 이 짓을 하고 있는지 자기 자신에게 확답할 수 있을 때 생긴다. 믿음과 진실은 마음이다. 상대방의 행동에 따라 내가 그를 믿고 안 믿는 것이 아니다. 믿음은 소비자가 무엇을 해도 나는 그를 믿는다는 마음속의 의지에서 생긴다. 체험은 교감을 낳는다. 몸으로 느끼지 않고 머리로, 논리로 따지면 소비자들과의 친밀감이 생길 수 없다. 정이 오고 가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긴스버그는 ‘냄새’를 마케팅 뉴 스쿨의 중요한 단어로 제시했다. 냄새가? 그렇다. 말·논리·주장·학설·글·표정은 열심히 노력하면 만들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러나 냄새는 노력한다고 생기지 않는다. 사람들의 미모는 운동과 화장품으로 만들 수 있지만 사람 몸에서 나는 성적인 체취는 상대방을 진정 사랑하지 않으면 나오지 않는다. 뉴 스쿨의 단어들은 마음이다. 그 뉴 스쿨은 모두 한국이나 동양의 오래된 사상들이다.
[CEO 에세이] 마케팅 ‘올드 스쿨’의 죽음
노익상 한국리서치 대표

1947년생. 1971년 고려대 사회학과 졸업. 1973년 고려대 대학원 사회학 석사. 2002년 고려대 사회학 박사. 1978년 한국리서치 설립, 대표이사 사장(현). 2007년 대한산악연맹 부회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