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권 순위 철옹성 고착화, ‘지역 강자’들 부진

한경비즈니스의 ‘경영대 평가’는 모두 9개 평가 지표로 구성돼 있다. ▷전공 및 교양 교육의 업무 관련성 ▷업무 적응력 ▷조직 융화력 ▷발전 가능성 ▷창의적 업무 해결 ▷국제화 시스템 ▷성실성과 책임감 ▷신입 사원 채용 ▷진학 추천 등으로 지난해와 동일하다.

항목별로 보면 종합 1위를 차지한 고려대가 창의적 업무 해결과 국제화 시스템을 제외한 7개 분야에서 정상에 올랐다. 2012년과 비교해 1위 분야가 6개에서 7개로 늘어났다. 작년에는 발전 가능성과 국제화 시스템, 진학 추천 등 3개 부문에서 경쟁 대학에 선두를 내준 바 있다.


서울대 한 분야도 1위에 못 올라
종합 2위인 연세대는 고려대가 선두를 놓친 창의적 업무 해결과 국제화 시스템에서 1위에 올랐다. 지난해 국제화 시스템 1개 분야만 1위였던 것에 비해 좋은 성과다. 종합 3위인 서울대는 9개 항목 중 한 곳도 1위에 이름을 올려놓지 못했다. 그동안 강세를 보인 진학 추천 부문에서도 고려대와 연세대에 순위가 밀렸다. 지난해 발전 가능성 1위를 차지했던 성균관대도 고려대와 연세대에 밀려 이 부문 선두 자리를 내줬다.

전체적으로 ‘고려대-연세대-서울대’의 빅3 체제가 ‘고려대-연세대’의 양강 체제로 재편된 느낌이다. 고려대와 연세대가 각 부문 1~2위를 나눠 갖고 서울대와 성균관대가 3위 자리를 놓고 다투는 모양새다.

각 부문별 상위권을 보면 특정 대학 경영대들이 견고한 아성을 쌓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부문별 톱10은 고려대·연세대·서울대·성균관대·서강대·한양대·중앙대·경희대·한국외국어대·이화여대 등 10개 대학 경영대들의 독무대다. 조직 융화력, 성실성과 책임감에서 10위를 차지한 부산대, 진학 추천에서 10위에 오른 서울시립대가 이례적인 경우다. 톱5로 범위를 좁히면 특정 경영대의 철옹성은 더욱 견고하다. 9개 부문을 통틀어 고려대·연세대·서울대·성균관대·서강대를 제외하고 톱5에 이름을 올린 곳은 한양대(조직 융화력, 4위)가 유일하다.

전공 및 교양 교육의 업무 관련성 1위는 지난해에 이어 고려대가 차지했다. 2위인 연세대와 선두 다툼이 치열했다. 이들의 경쟁은 불과 1점 차로 승부가 갈렸다. 작년 2위였던 서울대는 연세대에 밀려 3위로 순위가 한 계단 하락했다. 상위 10위권에서 작년과 비교해 눈에 띄는 것은 이화여대(9위)의 약진과 부산대(11위)의 하락이다. 부산대는 지난해 148점을 받아 경희대에 이어 9위에 올랐었다.

고려대는 업무 적응력에서도 825점으로 선두에 올랐다. 연세대·서울대·성균관대가 차례로 그 뒤를 이었다. 2위인 연세대는 728점을 받아 1위와 점수 차가 97점으로 작년(74점)보다 벌어졌다. 작년 각각 4위, 5위를 차지했던 서강대와 성균관대는 올해 조사에서 성균관대 4위, 서강대 5위로 자리바꿈을 했다. 톱10에서는 전공 및 교양 교육의 업무 관련성 부문과 마찬가지로 이화여대(10위)가 새로 진입하고 부산대(9위→11위)가 탈락했다.

조직 융화력은 전통적으로 고려대가 독주하는 분야다. 올해 조사에서도 고려대는 이 항목에서 타 대학을 압도했다. 1위인 고려대가 841점, 2위인 연세대가 571점으로 점수 차가 무려 270점에 달한다. 9개 평가 항목을 통틀어 1위와 2위의 격차가 가장 컸다. 조직 융화력에서 고려대 못지않은 강세를 보이는 곳은 한양대다. 이 대학은 올해 490점으로 성균관대에 이어 4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3위에서 순위가 한 계단 하락했지만 여전히 강세다.

발전 가능성에서는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빅3’ 대학을 밀어내고 1위에 올랐던 성균관대가 1년 만에 선두를 내줬다. 성균관대 재단에는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그룹이 버티고 있다. 삼성은 1996년 재단 인수 이후 매년 1000억 원 정도를 성균관대에 투자하고 있다. 올해 조사에서 성균관대는 3위에 그쳤다. 전통적인 ‘사학 명문’인 고려대와 연세대가 각각 1~2위를 차지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성균관대와 함께 재단의 든든한 지원으로 주목받은 곳이 건국대다. 이 대학은 지난해 발전 가능성 9위로 톱10에 진입하는 기염을 토했지만 올해는 12위로 주저앉았다.

창의적 업무 해결 부문에서는 연세대가 약진했다. 748점을 얻어 고려대(662점)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서울대는 고려대에 이어 작년과 동일하게 3위 자리를 지켰다. 작년 4위와 5였던 서강대와 성균관대는 성균관대 544점(4위), 서강대 490점(5위)으로 순위가 뒤바뀌었다.


경북대·부산대 순위 하락
국제화 시스템도 고려대를 제치고 연세대가 강세를 이어갔다. 연세대가 826점으로 1위, 고려대가 783점으로 2를 차지했다. 작년 2위였던 서울대(3위)는 720점으로 순위가 한 계단 하락했다. 4~10위는 순위를 자리바꿈한 한양대(5위→6위)와 서강대(6위→5위)를 제외하고는 작년과 큰 변화가 없었다. 성균관대가 4위, 한국외국어대 7위, 중앙대 8위, 경희대 9위, 이화여대 10위 등이다.

성실성과 책임감은 순위 변동이 가장 심했던 분야다. 1위는 724점이라는 앞도적인 점수로 작년에 이어 고려대가 차지했다. 2위와 무려 163점 차이다. 2위부터는 순위가 크게 달라졌다. 작년 4위였던 연세대가 2계단 뛰어오르며 2위를 차지했다. 작년 2위를 차지해 이변의 주인공이 됐던 한양대는 6위로 하락했다. 성균관대는 3위 자리를 지켰고 서울대는 5위에서 4위로 순위가 올랐다. 서울대는 성실성과 책임감 부문에서 수년째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신입 사원 채용은 올해도 고려대·연세대·서울대가 나란히 선두권에 포진했다. 다만 연세대(3위→2위)와 서울대(2위→3위)의 순위가 작년과 뒤바뀌었다. 작년 10위였던 부산대는 신입 사원 채용 부문에서도 이화여대(10)에 자리를 내주고 톱10에서 밀려났다.

진학 추천도 ‘빅3’가 각축을 벌였다. 고려대(824점)·연세대(814점)·서울대(812점)가 간발의 점수 차로 나란히 1~3위에 올랐다. 작년과 비교하면 서울대(1위→3위)가 하락한 반면 고려대(2위→1위)와 연세대(3위→2위)가 선전했다. 흥미로운 것은 진학 추천과 신입 사원 채용 부문의 순위가 거의 일치한다는 점이다. 다만 진학 추천 10위에 서울시립대가 이름을 올렸다는 것이 유일한 차이다. 서울시립대는 9개 평가 항목 중 유일하게 진학 추천에서 톱10에 진입했다. 서울시립대의 올해 종합 순위는 11위다.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