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별 혈압 관리법

고혈압은 위험신호가 감지될 때부터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질환이다. 고혈압으로 처음 병원을 찾는 환자 중 다수는 아무런 증상이 없는데 고혈압을 치료해야 하는지 질문하기도 하는데 고혈압의 가장 흔한 증상은 무증상이기 때문에 특별한 증세 없이 지내다가 건강검진을 하던 중에 또는 여러 공공 기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자동 혈압계 측정상 높은 혈압 수치로 진료실을 찾게 된다. 또한 고혈압 환자뿐만 아니라 아직 고혈압 단계까지는 아니더라도 고혈압 환자가 될 위험성이 큰 ‘고혈압 전 단계’의 환자들도 생활 습관 개선을 포함한 광범위의 혈압 관리에 들어가는 것이 좋다.
[Health] 고혈압, 꾸준히 관리해야 합병증 걱정 없어요
고혈압 전 단계는 수축기 혈압 120~ 139mmHg 또는 확장기 혈압 80~ 89mmHg에 해당하는데, 당장 고혈압 약을 먹어야 할 상태는 아니지만 생활 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머지않아 고혈압 환자가 될 위험성이 높아 주의를 요한다.

이러한 전 단계 환자들에서 고혈압 합병증의 위험도는 건강인에 비해 높은데 고혈압 전 단계에 있는 사람은 정상적인 혈압을 유지하는 사람에 비해 뇌졸중 발병이 55% 더 높다는 연구 결과는 고혈압 전 단계에서도 적절한 관리를 요하는 중요한 이유다. 또 고혈압 전 단계에 해당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심혈관계 질환이 발생할 위험도 또한 더 높게 보고되고 있다.


초기 환자 30% 복약 중단 가능
이 때문에 고혈압이든 고혈압 전 단계에 있든 혈압 관리를 철저히 잘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는 사실이다. 고혈압은 비록 초기 단계일지라도 혈압이 높게 유지된 기간을 정확하게 알지 못해 1기 고혈압이라도 심혈관계 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흔히 심장마비로 알려져 있는 심장을 먹여 살리는 혈관(관상동맥)의 급작스러운 폐쇄가 발생하는 ‘심근경색’, 중풍이라고 불리는 뇌혈관 내 질환인 ‘뇌졸중’ 등의 합병증을 일으키는데, 이 질환의 후유증과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률이 매우 높아 고혈압을 흔히 ‘침묵의 살인자’라고 부르곤 한다.

고혈압을 처음 진단 받을 때 환자가 가지는 거부감 중 하나가 ‘한 번 약을 먹으면 평생 고혈압 약을 먹어야 한다’는 것인데, 이에 따라 고혈압 약이 의존도나 중독성이 있다고 오해할 수 있다. 고혈압 약제는 눈이 나빠진 아이들이 처음 끼게 되는 안경과 같다. 시력이 약해진 것을 모르고 잘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하던 아이가 안경을 끼는 순간 시야가 환해지듯이 조절되지 않던 혈압이 약제를 먹으면 효과적으로 조절된다. 현재 사용되는 고혈압 약제는 중독성이 없고 고혈압 환자 중 생활 습관 개선과 체중 조절 등 교정 가능한 여러 인자를 함께 조절해 간다면 많게는 초기 고혈압 환자 중 30% 정도는 약을 중단하고도 정상 혈압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약을 끊으려면 개선된 생활 습관을 지속적으로 지켜가는 것이 필수다. 혈압을 높이는 나쁜 생활 습관을 고치지 않으면 혈압이 다시 높아지기 때문이다.

비만이 있다면 살을 빼는 것이 우선이다. 5kg의 체중 감량이 수축기 혈압을 10mmHg 정도 낮출 수 있어 체중 감량이 중요하며 이를 통해 복용해야 하는 약의 가짓수도 줄일 수 있다. 이 밖에 많은 고혈압 환자들이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싱겁게 먹고 흡연과 음주를 삼가는 것 또한 혈압 조절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고혈압 환자는 생활 습관 및 복약 관리를 통해 얼마든지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질환이 생겼다고 마냥 의기소침할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관리에 나선다면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오랫동안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고혈압은 감기처럼 완치가 목적이 아니라 잘 조절해야 하는 질환이기 때문이다.
[Health] 고혈압, 꾸준히 관리해야 합병증 걱정 없어요
김지현 동국대 일산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