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조선·플랜트 ‘수혜’ 예상… 경제성 꼼꼼히 따져 봐야

이번 주 화제의 리포트는 미래에셋증권 코리아 리서치센터의 강수민 애널리스트가 작성한 ‘북극 해빙에 따라 가시권에 들어온 신항로 개척…한국 기업에 주는 시사점과 대처 방안’을 선정했다. 강 애널리스트는 특히 북극의 자원 개발에도 주목했다.
북극항로 시범운항에 나선 스테나폴라리스가 10월 4일 팬케이크 얼음으로 가득찬 바다를 가르며 항해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ter@hankyung.com
북극항로 시범운항에 나선 스테나폴라리스가 10월 4일 팬케이크 얼음으로 가득찬 바다를 가르며 항해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nicerpeteter@hankyung.com
최근 북극의 얼음이 예상보다 빠르게 녹으면서 수에즈와 파나마운하에 이어 제3의 길로 불리는 북극해 항로와 자원 개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 지고 있다.

현재 지구온난화 가속화로 북극해 항로 이용 가능성이 높아져 ▷항해 거리 단축 ▷연료 절감 ▷운임과 운송에 대한 단가 절감 등이 가능해졌다. 이를테면 부산항에서 로테르담항까지 항해한다고 가정하면 기존 수에즈운하를 이용하는 것보다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거리와 시간이 각각 40% 단축돼 ‘극동과 서유럽을 연결하는 가장 짧은 항로’의 역할을 한다. 수에즈운하를 통과하는 항로는 거리 2만1000km, 기간 24일이 걸리는 반면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거리 1만2700km, 기간 14일이 걸린다.

북극항로가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북극해 인접 국가들도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연안국 중 가장 적극적으로 탐사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러시아는 지난해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을 통해 ‘북극 지역 러시아 전략 자원 기지 전환’을 공식화했다. 중국·일본·한국 3국은 올해 북극이사회의 정식 옵서버국이 되면서 치열한 경쟁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북극항로의 길목에 자리한 한국은 신항로 개척에 따라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맞이해 한·중·일 3국의 중간에 입지하고 있는 부산항이 최대 수혜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항은 컨테이너를 중심으로 하는 상업항 역할이 높아질 것으로 보이며 울산항·광양항 등이 벌크 화물을 처리하는 중심항의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극동과 유럽, 거리·시간 40% 단축돼
해빙으로 북극의 경제적 가치가 높아져 우리 정부는 올해 7월에 대외 경제 장관 회의를 열어 ‘북극 종합 정책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북극항로 활성화 지원 ▷북극 외교 강화 ▷북극 과학 연구 강화 ▷북극 신산업 창출 등이 핵심 내용이다. 우리는 올해 5월 북극이사회의 정식 옵서버 자격 획득에 성공해 앞으로 이 이사회에 참석해 ▷각종 규범 정립 ▷북극항로 및 북극 자원 개발 ▷환경보호 ▷북극 개발 관련 프로젝트 등에 대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게 됐다.

이 때문에 북극항로의 상용화·자원 경쟁 대열에 합류가 가능해졌다. 예측 기관들은 2030년에 이르면 쇄빙선 없이 북극항로가 상용화돼 인프라와 지리적으로 이점을 가진 부산항이 가장 큰 수혜자로 급부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정부는 자원 개발·플랜트·해상운송·조선·수산업 등 파급효과가 높은 산업을 중심으로 국내 기업의 북극 개발 참여 기회를 높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국제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연구 활동을 강화해 북극 진출을 준비하는 가운데 ▷북극 공동 연구 확대를 위한 다산 기지 규모의 확충 ▷북극항로 개척 지원 ▷북극해 연구 진흥 등을 위해 제2의 쇄빙 연구선 건조를 검토 중이다.

북극해 상업 운항이 본격화되기 시작된 시점은 2011년부터로, 북극항로의 연중 운항 가능 기간은 현재 4개월에 국한되지만 해빙의 영향으로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북극해는 해운·조선·플랜트에 세계적인 기술과 노하우를 가진 우리 경제에 추가적인 부가가치 창출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북극항로를 통해 운송되는 화물은 초경질 원유와 철광석·석탄 등의 연료로 북극해 북서부 지역 자원을 아시아 시장으로 수송하는 것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북극 광구에서 생산된 자원의 수송량 증가 등으로 해상 수송량이 확대돼 북극항로가 활성화되면 컨테이너 화물 해상운송 체계의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선박 운항 거리 단축으로 해운 회사는 연료비와 경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고 화주는 상품 인도에 소요되는 기간을 줄여 북극항로가 기존 항로를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

그뿐만 아니라 러시아 등 북유럽 선사들로부터 쇄빙 유조선·내빙 액화천연가스(LNG)선 등의 선박 수주를 통해 조선 및 해양 플랜트 신규 수요가 창출돼 국내 조선 및 항만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부산항·울산항·여수항 등 북극항로를 운항하는 항로상 유리한 위치에 입지한 항만들은 연료유 공급, 선용품 공급 등의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북극 해빙과 함께 석유·가스의 탐사 및 시추 기술이 발달하면서 북극해 항로 통과 수송과 함께 자원 개발 가능성도 증대되고 있다. 북극 지역에는 전 세계 미발견 석유·가스 자원량의 22%에 해당하는 4120억 배럴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러시아의 서시베리아와 바렌츠해, 미국 알래스카 등 3개 지역에 전체 탐사 자원량의 약 65%가 분포돼 있다.
[화제의 리포트] ‘제3의 길’ 북극항로가 미래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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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 자원 개발 가치 매우 커
현재 러시아·알래스카·캐나다 등 연안국을 중심으로 여러 대형 매장지가 개발돼 생산 단계에 진입한 상태다. 화석원료 이외에도 2조 달러 상당의 철광석·구리·니켈·금 등 고부가가치 광물자원과 한류성 수산자원이 풍부하다.

북극에는 전통 자원뿐만 아니라 석탄층 메탄가스(CBM)·가스하이드레이트(Gas Hydrate)·셰일오일(Oil Shale) 등 비전통 자원도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북극 지역의 원유 생산비용은 배럴당 20~60달러 수준으로, 현재 3대 유종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있다. 향후 ▷해빙 기간과 지역이 확대되고 ▷국제 유가가 강세를 유지하면 북극 지역 자원의 가격 경쟁력이 더 향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극항로는 기존의 태평양·인도양·대서양의 수송 체계와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새로운 접근 방향이 필요하다. 북극항로를 통해 운항 거리는 단축되지만 선박비·연료비 증가 등 국내 기업들이 사업성 제고를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기대되는 효과가 큰 만큼 체계적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

우선 북극의 혹독한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화물·선박·장비 등의 혁신이 바탕이 돼야 한다. 북극항로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유빙 위험에 대응할 수 있도록 내빙 기능이 있는 선박이 필요한데 내빙선이 도입되면 높아진 내구성으로 무게가 증가해 해운 사업의 20%를 차지하는 연료비가 상승한다는 문제가 있다.

이 때문에 신항로 개척으로 창출될 기회를 얻기 위해 기업은 북극해를 통과하는데 필요한 통행료(관할 국가인 러시아에 지급할 비용), 벙커유 가격 등을 감안할 때 쇄빙선 이용료가 높아 쇄빙선 가격을 낮추고 통행료를 보다 현실화하는 게 중요하다. 북극항로를 이용하려면 쇄빙선이 필요한데 수에즈운하가 1TEU당 1400~1800달러가 소요되는 반면 북극항로는 2500~2800달러가 소요돼 두 배 정도의 쇄빙선 비용 격차가 발생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기업의 북극항로 관련 사업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국제사회의 움직임을 고려하면서 러시아 등 연안 국가와 협력하고 민간 기업을 지원하는 방안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한상춘 한국경제 객원 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