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부진·원화 강세로 ‘답보 상황’…중소기업은 살아나지만 투자가 문제

2014년 기업의 경영 환경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2013년보다 경영 환경이 소폭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선진국 경기 회복의 지체, 내수 부진, 원화 강세에 따른 수출채산성 악화 등으로 기업의 경영 환경은 여전히 험난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대전망 2014 기업 경영] 국내시장 안갯속… 규제 등 부담 가중
박형중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은 “한국 경제의 움직임에 가장 중요한 변수인 선진국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부분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양적 완화 축소를 앞두고 있는 미국의 통화정책 변화가 신흥국 경제와 금융시장 불확실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일본 역시 아베노믹스를 발판으로 오랜 기간 지속된 디플레이션 상황 탈출을 기대하고 있지만 주력 수출품의 대일본 경합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오히려 일본의 부상이 한국 경제와 기업에는 부담이 될 소지가 크다는 분석이다.

한국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이 이전처럼 고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도 부정적이다. 중국 경제가 경착륙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향후 중국의 정책 방향은 구조 개혁 및 소비 확대 정책으로 전환하면서 성장률이 6~7% 초·중반에 머무를 공산이 커 한국 경제가 중국 효과에 기댄 성장을 하기도 어렵다.

내수 부진으로 기업들의 투자 심리 회복도 더디게 진행될 전망이다. 한국은 2013년 2분기 이후 선행지수 순환 변동치가 상승세에 있고 기업의 설비투자 압력도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고용 부진, 실질임금 정체와 가계 부채 증가 등으로 가계 소비가 증가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또 가계 부문의 수요 증가가 빠르지 않으면 기업의 매출 증가 역시 미미할 수 있다.


인수·합병 열기 이어질 듯
박 팀장은 “내수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경기 활성화에 주력해야 하지만 재정 적자 등을 이유로 균형재정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고 있고 세수 부족 등을 이유로 정부가 기업에 이 부분에 대한 비용을 전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업의 투자 심리 회복, 설비투자 확대는 제약될 소지가 있다”고 예측했다.

지속되는 경기 침체 속에서 ‘경제 민주화’라는 꼬리표도 기업 경영에 방해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내 기업은 글로벌 환경을 예의 주시하면서도 정부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에도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2013년 국내 기업의 인수·합병(M&A)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기업의 자구책으로 M&A가 필수 요소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 열기는 2014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김정열 SV어드바이저그룹 대표는 “우리 기업의 성장 동력을 해외시장에서 찾아야 할 필요를 느낀다”며 “해외 크로스 보더(국경 간 거래) M&A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그는 첨단 소재와 부품 산업 측에서 많은 M&A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M&A의 방향성은 M&A 리스크 관리가 이뤄지는 규모와 업종의 선택이 이뤄져야 하며 해외 유망 기업 인수를 위한 크로스 보더 M&A에 대해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대기업의 분위기와 다르게 중소기업은 경기가 다소 회복될 전망이다. 창업 활성화 등 중소기업 정책 효과가 가시화되면 중소기업은 최근의 개선 추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중소기업 수출은 2013년 8월 말까지 2.7% 증가하며 우리나라 전체 수출 증가율인 1.7%를 웃돌았다. 수출 비중 역시 2011년 18.3%에서 2013년 8월 18.9%로 상승하며 대기업(66.8%에서 65.8%로 하락)과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중소기업의 중국 내수 시장 진출을 위한 지원 정책 역시 성장 효과를 기대하게 한다.

하지만 수출을 중심으로 한 생산 확대 등 긍정적인 전망들이 중소기업의 설비투자를 유인할 만큼 확신을 주지는 못하고 있다. 중소기업 설비투자는 2010년부터 가동률과 함께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상당 기간 설비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설비 노후화에 따른 설비 교체 수요가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설비투자 조정 압력은 생산 감소에 기인하며 6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민재 IBK경제연구소 중소기업금융팀 선임연구원은 “2014년은 기존 설비 교체 성격의 설비투자가 점진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며 신규 투자의 경우 2014년 상반기 경기 회복 정도에 따라 후행적으로 실시될 가능성이 보인다”고 말했다.
[대전망 2014 기업 경영] 국내시장 안갯속… 규제 등 부담 가중
해외 진출 기업, 경영 실적 개선
글로벌 경영에 있어서는 장밋빛 전망이 예견되고 있다. 2006년 이후 급속도로 확대된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영은 기본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우리 기업의 생존 전략이나 다름없다. 외환 위기 이후 꾸준히 추진한 재무구조 개선으로 축적된 내부 자금이 최근의 글로벌 경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했다. 또한 근본적으로 글로벌 경쟁력이 크게 강화된 데다 우리 기업이 글로벌 시장 진출을 해외 직접 투자를 통한 현지 영업으로 전략을 전환한 데도 기인한다. 2006년 현지 시장 진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13.5%에서 2007년 54.5%, 2008년 66.5%로 급상승해 2012년에는 69.5%를 차지했다.

하병기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유럽 재정 위기,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 미국 양적 완화 종료 등 글로벌 경제의 위험 요인이 상존하기는 하지만 국내 기업에 글로벌 경영이 생존 전략으로 추진되고 있기 때문에 국내 기업의 글로벌 경영은 앞으로도 계속 확대되면서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미래시장연구실 수석연구위원은 낙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특히 글로벌 금융 위기를 계기로 재조명을 받는 제조업 분야는 난항을 겪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주요 선진국과 제조업 강국들의 제조업 경쟁력 강화로 인한 글로벌 시장 경쟁이 심화돼 국내 제조업 경기 회복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의 제조업 부진도 예고된다. 국내 가계의 소비 심리 약화 지속 등으로 내수 부문 제조업 경기 회복세는 기대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제조업을 둘러싼 국내 정책 환경도 매우 어려울 전망”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창조 경제가 아직 구체적인 산업 육성 정책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선진국들의 제조업 경쟁력 강화 전략에 대응할 수 있는 정책 대안 마련도 구상하지 못하고 있는 등 국가 차원의 정책 대응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인 이민화 한국디지털병원 수출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창조 경제 구현을 위한 두 가지 방안을 던진다. 성장과 일자리를 해결할 벤처 창업과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성장 동력을 위한 M&A다. 이 이사장은 “한국 창업 활성화의 병목인 M&A 회수 시장 육성을 위한 창조적 정책이 절실한데, 혁신거래소가 그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혁신거래소는 전 세계 최초의 도전이다.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실리콘밸리 방식인 비공식 시장으로 접근해 실리콘밸리와 같은 M&A 시장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입증됐다. 혁신거래소라는 새로운 한국적 도전을 시도해야 할 절실한 필요성이 요구되는 것이다. 그는 “강력한 벤처 정책에 의해 2014년은 국가 성장 동력이 재점화되는 창조 경제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보람 기자 boram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