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적 전기 스쿠터 C5, 교통체계와 공존 못해 사라져

아침 출근길에 옆 차로를 나란히 달리는 운전자를 우연히 바라봤는데 열심히 휴대전화로 통화하고 있다면 어떨까. 대개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 속도를 높여 얼른 옆 차를 지나가게 마련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운전 중에 비단 통화뿐만 아니라 문자 발송, DMB 시청, 심지어 게임을 즐기는 운전자도 있을지 모른다. 끊임없이 안전을 강조하고 단속하고 있지만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을 막을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을까.
<YONHAP PHOTO-0470> MOUNTAIN VIEW, CA - SEPTEMBER 25: (L-R) California Gov. Jerry Brown, California State Sen. Alex Padilla and Google co-founder Sergey Brin exit a self-driving car at the Google headquarters on September 25, 2012 in Mountain View, California. California Gov. Jerry Brown signed State Senate Bill 1298 that allows driverless cars to operate on public roads for testing purposes. The bill also calls for the Department of Motor Vehicles to adopt regulations that govern licensing, bonding, testing and operation of the driverless vehicles before January 2015.   Justin Sullivan/Getty Images/AFP== FOR NEWSPAPERS, INTERNET, TELCOS & TELEVISION USE ONLY ==../2012-09-26 08:5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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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미국 실리콘밸리를 가면 이런 고민을 풀어줄 새로운 기술이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바로 구글의 무인운전 자동차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컴퓨터가 운전을 시작하며 이후 운전자는 운전대에서 자유로워진 두 손으로 스마트폰의 최신 게임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상태가 된다. 그동안 약 80만km의 운행 기록을 가지고 있는 구글 무인운전 자동차는 지금까지 딱 한 차례의 추돌 사고가 있었는데, 이것 역시 컴퓨터가 운전할 때가 아니라 사람이 운전하던 중 부주의로 일어난 사고였다. 편리한 데다 안전하기까지 하니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운송수단이 아닐 수 없다.

최근 구글은 십여 대의 무인운전 자동차를 직원들에게 제공하고 출퇴근을 비롯한 다양한 상황에서 직접 테스트해 보도록 하고 있다. 거리 위의 광고판 역할도 함께하는 무인운전 자동차는 아쉽게도 아직은 100% 무인운전을 실현하고 있지는 못하다. 고속도로와 같이 교통 흐름을 따라가는 도로에서는 거의 완벽한 무인운전 기술을 선보이고 있지만 복잡한 상황 판단이 필요한 때에는 운전자에게 운전대를 맡기고 있다. 물론 구글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한계는 조만간 극복될 것이고 무인운전 자동차가 대중화되는 시대가 곧 열릴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고 있다.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추격 장면 현실화?
만약 무인운전 자동차가 대중화된다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 운전 중에도 즐길 수 있는 애니팡과 같은 스마트폰 게임의 인기가 더욱 높아지고 애니팡 사용자의 연령대나 소득 분포 등이 자동차 소유주의 분포와 비슷해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자동으로 길을 찾아주는 자동차 시스템 덕분에 방향치가 보다 살기 편해지는 세상이 올 것이고 교통사고의 급격한 감소도 예상된다. 규정과 단속이 해결하지 못하던 휴대전화 사용과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를 원천 차단하는 해결사가 등장하는 것이다.

10여 년 전 상영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나왔던 차량 추격 신을 잊지 못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일정한 간격으로 자동차들이 무수히 늘어서 엄청난 속도로 도로를 질주하는 광경…. 정확하게 프로그램된 무인 조정 자동차들이기에 가능한 장면이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도망자의 신세가 된 주인공이 자동운전 모드를 수동으로 전환해 급브레이크를 밟는다. 이건 무인운전 자동차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돌발 상황이고 순식간에 도로는 혼돈으로 빠져들게 된다. 즉 모든 자동차가 무인운전 자동차일 때만 영화 속의 질서정연한 장관이 펼쳐질 수 있는 것이다.

1985년 영국에서 C5라는 혁신적인 전기 스쿠터가 판매된 적이 있다. 영국의 발명가인 싱클레어 경이 개발한 1인승 3륜 자동차인 C5는 발표 당시 구글 무인운전 자동차 이상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영국에서는 시속 24km까지는 운전면허가 없어도 운전이 가능했는데, C5는 이를 노려 최대 속도를 시간당 24km로 설정했다. 가격 역시 불과 400파운드(배달료 30파운드는 별도였다)에 불과했으니 출퇴근족뿐만 아니라 장 보러 가는 주부, 통학길이 먼 학생들 모두 애용하는 교통수단이 됐어야 했다. 하지만 시장은 C5를 철저히 외면했고 불과 1만7000여 대 판매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남기고 몇 달 만에 판매가 중단되며 세상에서 사라졌다. 다만 시장에서의 수익 창출 실패라는 평가와 별개로 자동차 시장의 역사는 철저히 전기자동차가 아닌 석유 중심의 시장이었기 때문에 일본 닛산에 기록을 빼앗긴 2011년까지 최다 판매 전기자동차라는 타이틀을 화려하게 유지한 정도가 위안거리다.


소비자 탓 아닌 기업의 오판
하나의 제품이 시장에서 성공하거나 실패하는 이유를 단 하나로 정리하기는 힘들다. C5 역시 이후 여러 각도에서 실패의 원인을 찾아냈다. 지붕이 없어 찬바람을 맞으며 달려야 하는 구조는 영국이 아니라 캘리포니아에나 적합한 구조였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C5를 찾지 않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1인승인 C5의 차체가 너무 낮아 다른 자동차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옆 차로의 운전자가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을 목격하는 것도 두렵지만 보이지 않는 자동차가 바로 옆에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항상 하며 운전해야 하는 환경을 견딜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결국 C5가 성공하려면 세상의 모든 자동차를 C5의 눈높이에 맞춰야만 했던 것이다.

어떤 정치 드라마에서 한 정치인이 시국의 혼란과 불신을 자신들의 잘못에서 찾기보다 ‘한심한 국민’들의 무지함 탓으로 돌려버린 적이 있다. 생각보다 많은 기업들이 제품의 실패를 ‘우리 회사의 제품을 이해하지 못하는 뒤처진 시장’ 탓을 하곤 한다. 역시 마찬가지로 우수한 기술에 기반을 둔 제품이 팔리지 않는 이유를 ‘너무 앞서간 자신들의 유능함과 한심한 사용자’에서 찾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이야말로 제품은 시장과 함께 호흡하고 공존할 수 있어야만 비로소 시장에서의 가치를 가지게 된다는 점을 망각한, 그야말로 한심한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기술적으로 우월하고 독창적인 제품이라고 하더라도 천문학적인 액수를 마케팅에 쏟아붓고 대중에게 제품을 인지시켜도 사회가 수용할 수 없는 기술과 제품은 소수의 마니아 층만 찾는 제품이 되거나 시장에서 퇴출되는 운명을 맞을 수밖에 없다. 비록 C5는 기존의 도로에서 운전자를 출퇴근시키는 기능 자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기존의 교통체계와 공존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러한 기술의 사회적 수용성을 정말 독창적이고 우수한 기술만으로 극복하는 것은 쉽지 않다. 증기기관차에서 KTX로 기차의 속도와 안락함은 발전을 거듭했지만 수백 년 전에 놓인 철로의 간격은 전혀 변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한국과 일본 사이의 해저터널이 생긴다면 터널 중간에서 좌우측 선로를 바꿔야 하는 묘기 이외에도 열차의 바퀴 간격을 조정해야 하는 번잡함도 겪어야 한다. 즉 수백 년 전에 구축된 철도 궤간이라는 사회의 높은 벽은 바꾸지 못하고 그 이외의 기술 혁신만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어떠한 이유로 한반도 내의 철도 궤간을 반드시 바꿔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철도는 그 순간 천문학적인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비행기보다 비싼 교통수단으로 전락할지 모른다. 물론 신호 체계 등 여러 이유로 수도권 지하철 중 일부 노선은 좌측통행과 우측통행 구간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어 우리나라에서는 선로 변경의 묘기는 수도 없이 목격할 수 있는 광경이긴 하다. 이 또한 아주 간단해 보이는 통행 방법의 변경인 듯하지만 실행하기 위해서는 부수적인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이다. 잘못된 에스컬레이터 이용 문화라고 하는 좌측 보행, 우측 양보의 습관도, 일단 자리 잡힌 후에는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도 고치기 힘들게 되어 버리고 만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그렇다면 과연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질주 장면은 사회적 수용성이라는 현실을 뛰어넘어 우리의 일상이 될 수 있을까. 물론 필자는 오늘 아침에도 운전대로부터 자유로워진 두 손을 꿈꾸며 유인운전 자동차를 몰아 집에서 직장까지의 혼잡한 출근길을 헤쳐 나왔다.


정우성 포항공과대 산업경영공학과·물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