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단기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세계경제의 파장까지 고려한 정책 기조를 옐런 의장이 주도해야 하는 상황에서 세계는 전례 없는 공조 체제를 강화해야 한다.


차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으로 내정된 재닛 옐런 현 Fed 부의장은 현재의 양적 완화 기조를 좀 더 끌고 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향후 옐런 의장이 고질적 부채 과잉 문제를 해결하고 통화정책을 정상화할 수 있을지 여부는 국제통화 체제의 개혁과 관련된 세계적 공감대 형성 여부에 달려 있다. 지금과 같이 조정 과정에서 자국의 부채 한도를 상향 조정해야 하는 상황은 아직 정상화와 거리가 먼 현실의 반영이다. 이제 옐런 시대의 Fed는 최악의 위기로부터 세계를 구한 소방수로서의 역할로부터 무거운 짐을 진 채 세계 동반 회복의 실마리를 찾아야 하는 더욱 어려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불안 요인은 있지만 그래도 시장은 조심스럽게 낙관론을 개진하고 있다. 내년 이후 양적 완화 축소 관련 발표를 할 것으로 보이지만 옐런 의장은 적어도 선제 지침(forward guidance)을 통해 시장 불안을 사전 관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녀는 평소 조용하면서도 단호한 전형적인 금융 엘리트의 모든 자질을 고르게 갖추고 있으며 내부적 의사 조율도 원만한 편이다. 다만 티머시 가이트너 전 미 재무장관 등 Fed 내부 실력자들과의 관계를 중시하기 때문에 자국의 이익이 우선시되는 결정을 내리기 쉽다. 물론 이러한 추론은 그녀의 업무 스타일에 관한 관찰이지 실제 Fed 의장으로서의 행보와는 무관할 수 있다.

분명한 사실은 현재의 글로벌 금융 시스템이 달러 위주로 재편됐고 세계의 달러 의존도가 더욱 심화됐다는 점이다. 현재의 경제 회복세가 향후 양적 완화 축소의 충격을 감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옐런 의장의 Fed는 기본적으로 현상 유지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해외 투자자 중 가장 큰 1조3000억 달러의 재무부 증권을 보유한 중국이 향후 재무부 증권 구입을 줄이는 기미를 보인다면 금리 상승과 함께 유동성 위험이 크게 높아지게 된다. 모두가 이러한 위험을 숙지하고 있기에 역설적으로 작금의 기조가 안정적으로 연장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은 과거와 같이 일방적 시뇨리지(seigniorage: 화폐 발권 차익) 효과를 구가할 수 없다. 적자 채우기에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되거나(금리 상승) 4조 달러가 넘는 한중일 외화보유액의 평가손실(달러 가치 하락)도 불가피하다. 이래저래 금융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 해결을 위한 보다 근본적인 범세계적 노력이 구체화돼야 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향후 옐런 의장이 이러한 필요성을 인정하고 아시아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는 국제금융 체제의 개편에 나설지가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다.

결과적으로 장·단기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세계경제의 파장까지 고려한 정책 기조를 옐런 의장이 주도해야 하는 상황에서 세계는 전례 없는 공조 체제를 강화해야 한다. 상호의존적 통합 환경에서 일국의 이익이 우선시되는 결정은 공도동망에 이르는 첩경이다. 특히 대부분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이 재정 제약에 놓여 있는 작금의 현실에서 다자간의 합의에 기초한 위기 타개책의 조율은 시대적 과제다. 옐런의 Fed는 이러한 합의형 정책 대응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미래 지향적이고 포용적 안목을 갖추고 있다. 그녀의 조용하지만 용의주도한 리더십을 기대해 본다.
[경제 산책] ‘옐런 시대의 Fed’ 관전 포인트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상임자문위원

1958년생. 1980년 한국외국어대 영어과 졸업. 1988년 미 버지니아대 경제학 박사. 2005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은행감독국 선임자문역. 2008년 우리금융지주 전략총괄 전무. 2010년 한국금융연구원 상임자문위원(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