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비즈니스 NICE평가정보 공동 선정
국내 투자가 해외로 빠져나가는 ‘코리아 엑소더스’ 우려 속에서 외국인 투자 유치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런 때 국내에 진출해 있는 외국계 기업은 성장 정체에 빠진 한국 경제의 동반자 역할을 한다. 2013년 10월 17일 현재 산업통상자원부에 신고된 외국인 투자 기업은 1만5000개 정도다. 그렇지만 이들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알기는 쉽지 않다. 최초 투자 시 산업통상자원부에 신고하고 나면 더 이상 추가적으로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한경비즈니스는 외국계 비상장 기업에 대한 정보 부족을 보완하기 위해 2002년부터 ‘외국계 100대 기업’을 선정하기 시작했다. 12년째를 맞는 ‘외국계 100대 기업’은 수익성 지표로 본 국내 유일의 외국계 기업 ‘성적표’이자 투자국, 외국인 투자 비율, 업종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친절한 ‘보고서’다. 2013년 외국계 100대 기업은 그 어느 때보다 흥미진진했다. 1위 자리가 새 얼굴로 바뀐 가운데 유명 외국계 업체가 100위권 밖으로 밀려나는 이변도 있었다. 지난해에는 수입차와 명품 업체의 약진이 두드러졌다면 올해는 같은 업종 내에서도 희비를 달리했다.올해 결과에서 빅 이슈는 단연 ‘홈플러스’다. 외국계 기업 1위가 2007년 이후 매년 한국씨티은행과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싸움이었다면 두 금융사의 경쟁에서 한 발 물러나 있던 유통 업체 홈플러스가 외국계 100대 기업을 선정한 이후 처음으로 선두 자리를 차지했다. 홈플러스는 조사가 시작된 첫해인 2002년에는 20위권 안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다가 2003년 2위로 깜짝 등장하며 주목을 받았다. 이후 마트 업계가 성장 궤도에 오르면서 2004년 4위, 2009년 4위, 2011년 4위를 차지했고 지난해 3위로 소폭 상승한 이후 올해 1위의 영광을 차지했다. 1999년 영국 테스코와 삼성의 합자사로 출범해 삼성테스코 사명을 사용했다가 2011년 3월 삼성과 계약 기간이 만료되며 홈플러스 주식회사로 이름을 바꾼 바 있다. 네덜란드 테스코홀딩스BV가 대부분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한국형 대형 마트 모델이 성공하며 테스코를 떼고 ‘홈플러스’브랜드로 오히려 해외에 역수출을 하고 있다.
금융업 약진…10위권 절반 차지
한국씨티은행과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은 각각 1위→2위, 2위→4위로 하락했지만 여전히 금융권의 파워는 강했다. 두 곳을 포함해 10위권에 아이엔지생명보험(3위)·푸르덴셜생명보험(5위)·라이나생명보험(8위) 등 총 5곳이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에도 모두 11위 이내에 랭크됐던 곳들이다. 이 밖에 10위권은 아니지만 ‘러시앤캐시’로 유명한 일본계 대부 업체 에이앤피파이낸셜 대부는 17위에서 16위로, 산와대부는 21위에서 20위로 소폭 오르며 선방했다. 지난해 10위권과 올해 10위권은 큰 변화가 없었다. 단 한 곳이 이변을 보였는데, 바로 한국GM이다. 지난해 6위에서 올해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순위를 산정한 나이스(NICE)평가정보 관계자는 “지난해 매출액이 하락하며 순위가 밀려났다”고 밝혔다. 이 밖에 알리안츠생명보험·노키아티엠씨·나이키스포츠·BMW코리아·한국미쓰비스전기오토메이션·한성자동차·한국루이비통·한국노바티·도시바삼성스토리지테크놀로지코리아·올림푸스한국 등 총 27개 업체가 지난해와 달리 올해에는 100대 기업에 선정되지 못했다.
올해 새롭게 100위에 선정된 기업 중 가장 두드러진 곳은 이베이코리아다. 단숨에 19위로 신규 진입했다. 이 밖에 상승 폭이 큰 기업은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55위→22위)·동서석유화학(48위→18위)·리치몬트코리아(79위→60위)·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코리아(92위→66위)·카길애그리퓨리나(59위→36위)·제이에스알마이크로코리아(79위→56위)·소니코리아(64위→43위) 등 순서였다. 수입차와 명품은 외국계 100대 기업에서 매년 약진해 왔던 업종이다. 올해는 업종별로도 희비가 갈렸다. 특히 수입차 판매 1위 BMW코리아가 환차손으로 100억 원 정도 적자를 내며 29위에서 100위 밖으로 밀려난 점이 눈에 띈다. BMW자동차 할부 금융을 맡고 있는 비엠더블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도 지난해 26위에서 34위로 8계단 하락했다. 지난해 86위와 87위에 랭크됐던 한국미쓰비스전기오토메이션과 한성자동차(메르세데스-벤츠)도 올해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반면 볼보그룹코리아는 19위에서 13위로 6계단 상승했고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도 53위에서 22위로 31위 뛰어올랐다. 명품 업체는 루이비통코리아가 지난해 47위에서 100위 밖으로 밀려난데 이어 구찌그룹코리아(66위→81위)도 순위가 하락했다. 프라다코리아(54위→51위)는 다소 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렇게 선정했다
자산 총계·매출액·순이익이 기준
2013년 10월 17일 기준 산업통상자원부에 신고된 외국인 투자 기업은 1만5434개다. 전년(1만4609개)보다 825개 늘었다. 2011년 대비 2012년에 2.57% 줄어든 것에 비하면 환영할 만한 소식이라고 할 수 있다. 외국계 100대 기업은 산업통상자원부에 등록된 정보와 NICE평가정보에서 관리하는 데이터를 활용했다. 등록된 외투 기업 중 NICE평가정보가 데이터를 보유한 기업은 7348개. 이들 중 외부감사를 받는 법인은 2021개다. 이 중 외국인 직접 투자 비율이 80% 이상인 기업을 걸러냈더니 904개로 좁혀졌다. 최종적으로 2012년 재무 정보가 미비하거나 유한회사·상장사·롯데그룹 계열사를 제외한 864개가 후보군이다.
다만 지난해 한국 내 지주사 체제 전환으로 산업통상자원부 외투 명단에서 빠진 한국씨티은행·한국스탠다드차타드제일은행·한국씨티그룹캐피탈 등 3개 회사도 선정 대상에 포함되면서 최종적으로 867개사가 선정됐다. 롯데그룹은 소유 구조로 보면 외투 기업으로 볼 수 있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매년 재계 순위를 매길 때 포함될 정도로 국내 기업으로 인식되고 있고 상장사들은 한경비즈니스와 NICE평가정보가 매년 상반기 선정하는 ‘한국의 100대 기업’에 포함되기 때문에 외투 기업 명단에서는 빠지게 됐다.
가장 중요한 외국계 100대 기업 순위 산정은 ‘자산 총계·매출액(금융사는 영업수익)·당기순이익’에 각각의 순위를 매긴 뒤 3개를 합산해 합계가 작은 순서대로 최종 랭킹을 매겼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