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의 인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불황기는 ‘공격이 최대의 방어’라고 했던가. 최근 불황을 뚫고 신규 사업에 드라이브를 건 정용진(45)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경영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신세계는 지난 10월 28일 경기도 하남시 신장동 지역현안사업 2지구에서 ‘교외형 복합 쇼핑몰’인 ‘하남 유니온스퀘어’ 착공식을 열었다. 백화점, 대형 마트, 프리미엄 아울렛의 뒤를 이을 신세계그룹의 차세대 먹을거리 프로젝트로, 정 부회장이 2011년부터 공을 들인 사업이다. 도심의 백화점과 대형 마트가 입점 포화로 성장 한계에 이르자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내놓은 돌파구다. 향후 10~20년 뒤 그룹의 성장을 이끌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국내 첫선을 보인다는 ‘교외형 복합 쇼핑몰’은 어떤 모습일까. 하남 유니온스퀘어 착공식에 참석한 정 부회장은 “국민소득이 높아지면서 가족과 연인 단위의 쇼핑객이 늘고 있는 데 비해 도심 안에서 수용할 수 있는 규모는 한계가 있다. 유니온스퀘어는 쇼핑·여가·외식·문화를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 센터로, 앞으로 유통업의 미래 경쟁 상대는 복합 쇼핑몰이 아닌 테마파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ISSUE&TOPIC] ‘교외형 복합 쇼핑몰’승부수 던지다
유통업의 미래 경쟁 상대로 테마파크 지목
정 부회장의 과감한 투자도 눈길을 끈다. 하남 유니온스퀘어에 2016년 하반기까지 약 1조 원을 투자해 11만7990㎡(3만5147평)에 총면적 44만426㎡(13만3228평) 규모로 건립한다. 신세계백화점 본점(5만6529㎡)보다 8배,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3만3500㎡)보다 10배 큰 규모다. 하남 유니온스퀘어는 쇼핑몰 개발·운영 전문인 미국의 글로벌 기업 터브먼이 공동 참여했다. 신세계그룹이 70%, 터브먼이 30%를 투자했다.

유니온스퀘어는 앞으로 2~3년 동안 전국 6곳에 순차적으로 들어설 계획이다. 유니온스퀘어가 건설될 곳은 하남을 비롯해 인천 청라·의왕·고양 삼송·대전·안성이다. 투자비용만 3조 원이 훌쩍 넘는다. 나아가 유니온스퀘어를 전국 10곳으로 늘리는 게 정 부회장의 중·장기 목표다. 사업의 규모가 큰 만큼 지역 경제에 미칠 효과도 크다. 신세계는 하남 인근에 있는 광주·성남·구리·남양주 등지에서의 고용 인력을 포함해 약 7000명의 직접 고용 창출 효과와 약 3만4000명의 간접 고용 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따른 생산 유발 효과는 3조4000억 원, 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1조5000억 원으로 추산된다.

박희진 신한금융투자 수석 연구원은 “교외형 복합 쇼핑몰은 집객 효과가 높아 성장 가능성 역시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해외도 백화점에서 아울렛으로, 도심에서 교외로 나가는 추세다. 앞으로는 아울렛 같은 교외 대형 마트를 중심으로 경쟁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부회장의 신사업 계획과 해외 유통 트렌드가 맞아떨어진 것은 우연이 아니다. 정 부회장의 꾸준한 해외 탐방이 이번 사업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 한몫했다. 그는 미국·일본·영국·호주·아랍에미리트연합·스페인 등 유통 선진국을 직접 돌아보며 전략을 다듬어 갔다. 이달 초에는 스페인에 머무르며 현지에서 최고의 복합몰로 각광 받는 ‘마드리드제나두’와 ‘더 플레니루니오’를 꼼꼼히 살펴보기도 했다. ‘세계적인 종합 유통 회사로 도약하겠다’는 정 부회장의 의지가 묻어나는 대목이다. 정 부회장은 향후에도 유통 선진국을 지속적으로 방문하며 벤치마킹하는 등 소비자 이익, 물가 안정을 위한 유통 혁신 청사진을 제시할 계획이다.

차별화된 콘텐츠로 무장하고 나온 신세계의 행보에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정 부회장은 시기적절하게 신사업을 도입해 위기 때마다 오히려 새로운 동력으로 그룹을 키워 나갔다”며 “경기 침체로 기업들이 움츠러든 상황에서도 공격적인 경영 방식으로 밀고 나가 유통 업계의 발전을 이끌어 냈다”고 평가했다.

사실 정 부회장은 신규 사업 발굴에 남다른 능력을 갖춘 오너로 잘 알려졌다. 2000년 10월 신세계그룹 경영지원실담당 부사장을 맡으면서 경영 일선에 나선 정 부회장이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분리를 단행한 것이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힌다. 업태가 다른 만큼 분할해 전문성을 극대화하고 의사결정을 더욱 신속하게 한다는 취지였다. 또 중소기업과 손잡고 나선 PL(Private Label) 사업 등을 꼽을 수 있다. 뒤를 이어 국내에 처음으로 프리미엄 아울렛을 선보인 것도 정 부회장의 구상이었다. 미국 사이먼과 합작해 여주 프리미엄 아울렛을 세우면서 국내에 처음으로 프리미엄 아울렛을 도입했다. 고급 식자재 매장과 패션을 결합한 SSG마켓도 정 부회장의 작품이다. 이번 신사업에 거는 기대감이 부쩍 높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반면 백화점, 대형 마트, 아울렛(프리미엄 아울렛) 등 이미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동종 업계에서는 신세계의 신사업 본격화 소식이 반갑지만은 않다. 이미 하남 유니온스퀘어의 경쟁 상대로 잠실의 제2롯데월드타워가 지목되고 있다. 2015년 완공을 앞둔 제2롯데월드타워와 하남 유니온스퀘어는 차로 20~30분 떨어진 근거리로 수요 분산될 수 있다. 신세계 관계자는 “유니온스퀘어는 여행을 하는 듯한 마음으로 도심을 떠나 자연과 어우러진 공간에서 다양한 문화를 즐길 수 있다는 장점과 도심에 비해 외곽의 땅값이 싸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제품 가격을 내려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를 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니온스퀘어의 오픈이 본격화되면서 인근 지역 중소상권과 대리점, 전통 시장의 생존권이 위협받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신세계 관계자는 “유니온스퀘어가 들어서는 지역은 도심이 아니기 때문에 주변에 중소 상권이나 전통 시장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만약을 대비해 중소상권이나 전통 시장에서 파는 품목은 취급하지 않을 방침이다. 필요하면 중소상인들과 상생할 수 있는 방법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떤 사업을 어느 시점에 벌일 것이냐는 매우 중요하다. 불황기에 펼친 정 부회장의 ‘공격 경영’ 전략은 또 한 번 유통 업계의 혁신을 이뤄낼지, 교외형 복합 쇼핑몰 사업이 신세계의 미래에 어떤 영향력을 행사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CEO 동정


[ISSUE&TOPIC] ‘교외형 복합 쇼핑몰’승부수 던지다
권오현 부회장 “삼성전자, 창조적 기업으로 거듭나야”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부회장)가 새로운 혁신의 의지를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11월 1일 오전 서울 서초사옥에서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을 비롯해 윤부근 대표이사 사장, 신종균 대표이사 사장, 주요 사업부장 등 임직원 4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 44주년 기념행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권 부회장은 2020년 목표인 ‘매출 4000억 달러, 전자 업계 압도적 1위, 글로벌 톱 10 기업 달성’을 위해 “도전과 혁신을 계속해 세상을 스마트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창조적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권 부회장은 특히 하드웨어 경쟁력을 바탕으로 소프트 인재 발굴과 교육 확대 등을 통해 소프트웨어 역량 강화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CJ오쇼핑, 변동식 신임 대표 선임
CJ오쇼핑은 11월 1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변동식 CJ헬로비전 대표를 신임 대표로 선임할 것이라고 공시했다. 선임 이후 CJ오쇼핑은 이해선 대표가 글로벌 사업을 총괄하고 변동식 신임 대표가 국내 사업을 전담할 예정이다. 변 대표는 CJ헬로비전 대표 재임 당시 상장, 인수·합병 등 굵직한 경영 과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는 평가를 받은 인물이다.


김진호 KRPIA 회장, 박 대통령 유럽 순방 동행
김진호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 회장이 11월 2일부터 9일까지 박근혜 대통령 유럽 순방에 동행한다. 김 회장은 제약 산업 관련 경제협회장 자격으로 참여해 한국과 유럽 제약산업 협력 방안을 모색한다.

김 회장은 “제약 산업이 우리나라의 신성장 동력으로 지정되면서 글로벌 협업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며 “이번에 경제 사절로서 국내 제약 업계와 유럽 제약 업계가 서로 윈 윈(win-win)할 수 있는 협업 방안 모색에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람 기자 boram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