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국유 은행의 틈새 파고들어

얼마 전 중국 최대 인터넷 검색 업체 바이두의 한 코너가 3시간 정도 불통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온라인으로 펀드를 발매했는데 접속자가 폭주한 때문이다. 발매 하루 만에 무려 10억 위안을 유치했다. 바이두가 중국자산관리와 공동으로 내놓은 ‘바이파’라는 이 상품은 목표 연간 수익률이 8%에 이른다. 1위안만 갖고도 가입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바이두의 행보는 중국에서 최근 부상하는 인터넷 금융의 한 사례다. 바이파는 중국 최대 온라인 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가 6월에 내놓은 위어바오를 경쟁 타깃으로 해 내놓은 상품이다. 알리바바가 톈훙펀드와 함께 내놓은 위어바오는 알리바바의 중국 최대 온라인 자금 결제 서비스인 알리페이를 이용하는 계좌에서 돈을 꺼내 직접 펀드에 투자할 수 있도록 설계한 상품이다. 물론 펀드 판매회사가 이미 온라인상에서 자산 관리 상품을 발매하고 있지만 대형 인터넷 기업들이 잇따라 가세하고 있어 향후 시장 성장 속도가 가팔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위어바오를 보면 그렇다. 위어바오는 출시 4개월도 안 돼 가입자가 이미 1600만 명을 넘어섰다. 가입 금액은 누적 기준으로 1300억 위안에 달한다. 중국 최대 규모 공모 펀드가 된 것이다. 펀드 시장 신생 기업이 중국 펀드 시장의 10%가 넘는 점유율을 차지한 것이다. 하이퉁증권의 은행업 담당 애널리스트 다즈펑은 최근 연구 보고서에서 “알리페이의 사용자가 8억 명이 넘고 이 가운데 자주 쓰는 사용자가 10%(8000만 명)로 추산되고 이들의 평균 계좌 보유 금액이 2600위안인 것을 감안하면 위어바오의 총 잠재 유치 규모는 2100억 위안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인터넷 금융의 급부상에는 단순히 인터넷을 통해 편의를 제공하는 전통 은행의 인터넷 뱅킹과 달리 전통 은행이 채우지 못한 갈증을 해갈해 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중국·공상·건설·농업·교통 등 국유 상업은행이 주도 해 온 중국의 은행업에서는 중소기업의 융자 수요와 일반 투자자의 자산 관리 수요가 제대로 충족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암묵적으로 무한 보증을 서주는 국유 상업은행으로선 당국의 금리 규제 덕에 앉아서 독점적 금리 차익을 누려 왔기 때문에 다른 서비스로 눈을 돌릴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온라인 재테크 상품 관심 끌어
이 같은 배경이 인터넷 금융이 비집고 들어설 자리를 만든 것이다. 특히 리커창 국무원 총리가 민간 자본에 은행 경영을 허용하는 은행 개혁에 힘을 실어주면서 인터넷 금융의 부상이 속도를 내고 있다. 대표적 민영기업이자 온라인 업체인 알리바바·텅쉰·쑤닝은 일제히 민영 은행 신청서를 낸 것으로 알려진다. 알리바바에 이어 텅쉰과 쑤닝 역시 온라인 재테크 상품에 대한 관심을 숨기지 않고 있다. 쑤닝은 오프라인 가전 유통시장에서 중국 최대 규모를 자랑하지만 온라인 영업을 부쩍 강화하면서 최근엔 비디오 포털인 PPTV를 인수하기도 했다.

올 들어 대출금리가 폐지되는 등 금리 시장화 속도가 빨라지고 대출 자산 증권화가 확대되고 있는 것도 인터넷 금융의 부상을 돕는다. 자산 운용이 다양화될 수 있는 기틀이 생겨 금융에서도 인터넷 상점의 강점인 다양한 수요 만족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인터넷 금융은 어떤 형태로 발전해 나갈까. 시난증권의 쉬웨이홍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우선 인터넷 업체들이 온라인 길목을 장악하고 있는 우세를 이용해 주도권을 갖는 1단계를 지나 2단계에선 다양한 금융 판매자가 파트너로 참여해 다양한 금융 수요를 만족시켜 주는 상품들로 승부를 거는 대표적인 인터넷 금융 브랜드 사이트들이 등장하고 3단계에선 이들 가운데 일부만 살아남아 독과점을 형성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베이징=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