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 자산 규모 따라 ‘맞춤옷’ 필요

거액 자산가 A 씨는 한 증권사 프라이빗 뱅커(PB)로부터 단기 고수익 상품이라며 상품 하나를 권유 받았다. 만기 7개월에 확정 금리로 세전 2.3%를 받는 상품이다. 그런데 이 상품은 수익금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기 때문에 세후로도 2.3%가 된다고 한다. “수익률은 낮지만 고객에게 적용되는 종합과세 세율을 감안하면 4%짜리 은행 예금을 드는 것과 같다”는 설명과 함께….

하지만 A 씨는 이해할 수 없었다. 세금이 없는 상품이라면서 세율은 왜 갔다 붙이고 2.3%짜리 상품을 가지고 “4%짜리 정기 예금을 드는 셈”이라고 하는 건 또 무슨 이유인지 통 알 수 없다.
[부자학 개론] 세금 알면 금융 상품이 보인다
세금과 관련해 금융 상품은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금융 상품에 투자해 이익이 나면 그 이익 모두에 대해 세금을 계산하는 상품, 이익의 일부에 대해서만 세금을 내는 상품, 마지막으로 이익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세금을 전혀 내지 않는 상품이 있다. 투자자가 받는 최종 수익금은 부담하는 세금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이에 따라 어떤 금융 상품이 내게 더 유리한 상품인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상품마다 세금을 얼마나 부담해야 하는지 반드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연 5%짜리 정기예금과 연 3%를 받는 비과세 상품 중 어떤 것이 더 좋은 상품일까. 정답은 ‘투자자에 따라 다르다’다. 100만 원을 투자했다면, 정기예금은 만기가 되면 이자를 5만 원을 받게 되는데 여기에 15.4%(7700원)의 세금을 떼고 4만2300원의 이자를 받게 된다. 이때 연간 3만 원을 받게 되는 비과세 상품보다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투자자가 종합과세 최고세율(주민세를 포함해 41.8%)을 부담해야 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 투자자는 종합과세를 감안할 때 5만 원의 수익 중 2만900원을 세금으로 내게 되고 결국 2만9100원이 수익이 된다. 이때는 5%짜리 정기예금보다 비과세 3%짜리 상품에 투자하는 게 더 유리하다는 결과가 나온다.


수익률 5% 상품보다 3% 상품이 더 나을 수도
이익금 모두에 대해 세금을 내야 하는 상품은 대표적으로 은행예금이 있다. 최근 인기를 모으고 있는 주가연계증권(ELS)도 상대적으로 고수익 상품이기는 하지만 이익금 전부가 과세 표준이 되는 상품이다.

이익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는 상품으로는 국민주택2종이라는 비과세 채권과 브라질 국채 정도를 예로 들 수 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비과세 상품의 활용은 제한적이라고 할 수 있다.

뭐니 뭐니 해도 비과세 상품의 대표 주자는 상장 주식이다. 유가증권 시장과 코스닥 시장에 상장돼 있는 주식을 매매해 얻는 매매 차익은 전액 비과세된다(대주주 제외, 장외 주식거래는 과세 대상).

주식을 제외한 비과세 금융 상품의 활용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거액 자산가들은 수익금의 일부만 과세되는 상품을 잘 활용해 투자수익률을 올리려고 한다. 세전 수익률이 같더라도 표면금리가 낮은 채권에 투자하면 상대적으로 세후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외화 예금(예를 들면 위안화 예금)에 가입하고 선도환을 활용해 환 헤지와 함께 비과세 수익(선도환 프리미엄)을 함께 얻을 수 있는 상품도 출시돼 있다. 역외(off shore)펀드를 활용해 해외시장에 투자하면서 환차익에 대해서는 비과세 혜택을 추구하는 전략도 가능하다.

똑같은 옷도 입는 사람에 따라 옷매무새가 달라지는 것처럼 자신에게 어울리는 금융 상품을 고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또한 옷을 입을 때도 소위 ‘코디’가 중요하듯이 금융 상품 선택에서도 상품간의 어울림 또한 충분히 고려돼야 할 것이다.


김남태 삼성증권 SNI호텔신라 부장 nt.kim@sam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