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 매니저 펀드’가 뜬다

펀드에 가입할 때 많은 이들이 가장 중요하게 따지는 게 ‘수익률’이다. 펀드에 가입하는 목적이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라는 점을 따져보면 너무도 당연한 선택 기준이다. 그렇다면 어떤 펀드가 수익률이 좋을까. 이 역시 답은 단순하다. 바로 ‘좋은 펀드매니저’가 운용하는 펀드다.

동양증권이 2005년 이후 올 2분기까지(총 34분기) 매분기마다 유형별 상위 50% 이상 성과를 낸 분석한 결과 15개의 펀드가 22분기 이상 상위 50% 이내의 성과를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동양증권의 설명에 따르면 이들 펀드는 모두 펀드매니저가 뚜렷한 운용 철학을 가지고 이를 확고하게 지킨 펀드들이었다. 김후정 동양증권 애널리스트는 “시장의 부침을 겪으면도 시류에 따르기보다 펀드매니저의 투자 철학과 전략을 유지하며 운용 노하우를 축적한 펀드가 선전하는 결과가 나왔다”며 “운용사별로 보면 특히 매니저들의 이동이 적고 각자의 역량을 최고로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운용사들이 성과가 좋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2006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주식시장은 중국 관련주의 부상, 글로벌 금융 위기, 금융 위기 이후의 경제 회복, 정보기술(IT)과 자동차의 부상, 중소형주 강세 등 시장의 변화가 매우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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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처럼 운용 철학과 전략을 꾸준히 유지하며 뛰어난 수익률을 내온 펀드매니저들이 모여 하나의 펀드를 만든다면 어떨까. 이런 발상에서 출발한 펀드가 바로 ‘멀티 매니저 펀드’ 또는 ‘MoM 펀드(Manager of managers)’다.

일반 펀드는 대표 펀드매니저 한 사람이 그 펀드의 운용을 책임진다. 이 때문에 대표 펀드매니저가 잘못된 의사결정을 할 때 이를 제어할 장치가 마땅치 않다. 당연히 수익률은 급락한다. 반면 멀티 매니저 펀드는 여러 펀드매니저들이 함께 의사결정을 한다. 한 펀드에 가치주·성장주 등 각 분야의 스페셜리스트들이 모여 힘을 합치는 것이다.

즉 한 명의 펀드매니저가 운용했을 때 생길 수 있는 위험을 피하고 시황에 따라 매니저들의 배분 비중을 달리해 위험을 최소화하는 것이 멀티 매니저 펀드가 가지는 최대 강점이다. 그렇다 보니 최근과 같이 증시의 변동성이 크거나 방향성이 모호할 때 멀티 매니저 펀드는 특히 빛을 발한다.

멀티 매니저 펀드는 외국에서 보편화된 펀드지만 국내에선 이제 막 주목받는 단계다. 국내 출시된 공모 펀드 중 멀티 매니저 펀드는 모두 네 종류다. KTB자산운용의 ‘KTB스타셀렉션’, KB자산운용의 ‘KB멀티매니저브릭스’, 하이자산운용의 ‘하이행복만들기’, 동부자산운용의 ‘동부파워초이스’ 등이다.

이 중 국내 최초의 멀티 매니저 펀드인 ‘KTB스타셀렉션증권자투자신탁[주식]종류A(이하 KTB스타셀렉션펀드)’는 이미 강남권의 자산가들 사이에서 ‘필수 구매 펀드’로 이름이 높다. 2009년 7월 17일 설정된 이후 꾸준히 좋은 성적으로 주식형 펀드 상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특히 시중에 나와 있는 여러 멀티 매니저 펀드 중에서도 단연 1위 성적을 자랑하고 있다.


‘KTB스타셀렉션펀드’ 수익률 으뜸
펀드 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KTB스타셀렉션펀드의 1년 수익률은 11.52%, 3년 수익률은 20.22%를 기록하고 있다(2013년 10월 17일 기준).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에 투자했을 때 1년 수익률은 5.99%, 3년 수익률은 7.29%에 그쳤을 뿐이다. KTB스타셀렉션펀드에 올해 초 투자했다면 수익률 7.32%를 낼 수 있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1.94% 상승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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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좋은 성적은 내고 있는 데에는 KTB스타셀렉션펀드의 독특한 운용 방식이 한몫했다. KTB스타셀렉션펀드는 대형 성장주, 혼합주, 가치주 및 중소형주 등 네 가지 스타일에 분산투자한다. 이 때문에 투자자가 굳이 다른 스타일의 펀드에 따로 투자할 필요가 없다. 각 스타일의 투자 비중은 분기마다 엄격한 성과 분석과 향후 시장 전망을 기초로 리밸런싱을 실행한다. 또 시장에 영향을 줄 이슈가 발생할 때도 수시로 이뤄진다.

주목할 점은 KTB스타셀렉션펀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들이다. 앞서 말했듯이 펀드는 이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가 누구인지가 중요하다. 이 펀드를 운용하는 매니저들은 말 그대로 ‘드림팀’이다. 박건영 브레인자산운용 대표,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본부장, 이승준 KTB자산운용 본부장, 이해진 한화자산운용 상무가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장기를 발휘한다. 대형 가치 주식형은 허남권 본부장이 담당하며 중소형 가치 주식형은 이해진 상무가 운용한다. 또 대형 혼합 주식형은 이승준 본부장이 운용한다. 박건영 대표는 자문을 맡고 있다. 이와 함께 전문 펀드 투자사인 마루투자자문(구 제로인펀드투자자문)이 전체 포트폴리오의 비중을 조정한다.

KTB스타셀렉션펀드의 장점은 또 있다. 운용 보수가 0.65% 포인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펀드 오브 펀즈(여러 개의 펀드를 모아 만든 펀드)의 운용 보수 1.50% 포인트 수준이지만 펀드 랩(펀드를 랩 매니저가 알아서 적절하게 분산투자하는 자산 관리 계좌)에 비해 보수가 저렴하다는 것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현재욱 KTB투자증권 영업추진팀장은 “하나의 펀드로 스타일별 분산투자를 손쉽게 할 수 있는 상품”이라며 “멀티 펀드의 우수한 성적이 입소문이 나면서 시중금리 이상의 수익을 추구하는 고객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인터뷰 - 이승준 KTB자산운용 본부장
[머니 인사이드] ‘뭉치면 더 강하다’…장기 투자‘딱’이네
꼼꼼한 데이터 분석과 오랜 경험이 높은 수익률의 비결

KTB스타셀렉션펀드의 운용을 이끄는 이승준 본부장(CIO)은 국내를 대표하는 ‘스타 펀드매니저’ 중 한 사람이다. 이 본부장은 하이투자증권으로 업계에 발을 들여놓은 뒤 하이자산운용과 ING자산운용에서 주식 운용을 맡았다. 이후 미래에셋자산운용 주식운용1본부장을 역임했다.


멀티 매니저 펀드의 장점은 무엇인가.
지역별, 투자 스타일별로 다양한 펀드매니저를 이상적으로 배합해 하나의 펀드로도 효과적인 분산투자를 할 수 있어 위험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우수한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다.

KTB스타셀렉션펀드의 투자 유형별 비중은 어떻게 되나.
현재 비중은 성장형 33%, 혼합형 31%, 가치형 31%, 중소형 15%의 구성 비중으로 투자하고 있다. 올 상반기부터 중소형주의 투자 비중을 낮추고 성장형 스타일의 투자 비중을 높였다.

유명한 해외의 멀티 매니저 펀드에는 무엇이 있나.
러셀·머서·리퍼·모닝스타 등 다양한 자문사들이 매니저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해 기관투자가에게 멀티 매니저 관련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유명한 뮤추얼 펀드로는 아메리칸 비콘(American Beacon) 멀티 매니저 펀드 시리즈와 세이 펀드 등이 있다.

멀티 매니저 펀드가 잘 운용되기 위해서는 어떤 요건이 갖춰져야 하나.
첫째, 매니저에 대한 심도 있는 평가 데이터(예를 들면 매니저별로 운용 스타일, 장기 성과, 운용 철학 등)를 통해 매니저를 선정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경제 전망 및 스타일별 상대성과 추이 등에 따른 운용 스타일별 자산을 배분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정량적인 수익률 평가와 향후 시장 환경 등을 고려해 자산 리밸런싱이 가능하고 운용상 발생하는 리스크(운용 규정 위반, 매니저 변경)에 대해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KTB스타셀렉션펀드는 매니저에 대한 심도 있는 데이터와 투자 자문에 대한 오랜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 마루투자자문의 자문을 통해 효율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연말까지 주식시장이 어떻게 될 것 같은가.
4분기 시장은 3분기 지속됐던 외국인 순매수가 이어지는 우상향 시장을 전망하고 있다. 다만 외국인 순매수 강도는 전 분기 대비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 4분기 코스피 지수 밴드는 1950~2100을 예상한다. 다만 부채 협상 합의 이후는 특별히 시장에 부담이 되는 이벤트가 남아 있지 않다는 점에서 시장의 하락 가능성은 낮다는 판단이다. 중국은 3분기 국내총생산(GDP) 발표가 10월 17일로 예정돼 있고 중국 3분기 GDP 발표 이후에는 4분기 GDP 상향 조정 여지가 있다. 이에 따라 미국보다 중국 관련 섹터 및 종목이 시장 지수 대비 아웃퍼폼(지수 대비 높은 수익률)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