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5개월째 금리 동결

한국은행이 10월 10일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행 수준인 연 2.50%로 5개월 연속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내년 경제성장 전망치는 기존 4.0%에서 0.2% 포인트 내린 3.8%로 하향 조정했다.

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은 최근 국내 경제지표가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있지만 금리를 올리기에는 아직 완만한 수준이고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나 정부 부채 한도 협상, 일부 신흥국의 금융시장 불안 등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유럽중앙은행(ECB)과 호주 등 주요국 중앙은행도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다만 신흥국들은 ‘브라질 인상’, ‘인도네시아 동결’ 등 나라별 경제 상황에 따라 금리정책을 달리하고 있다.
[ISSUE&TOPIC] 김중수 총재 “ 경제 활력은 괜찮다”
이와 함께 한은은 이날 경제 전망 수정치도 발표했다. 올해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8%로, 지난 7월 발표했던 수치와 동일하게 유지했지만 내년 성장률은 3.8%로 종전보다 0.2% 포인트 내린 것이다.

지난 7월 경기 회복 속도가 조금 빨라질 것으로 보고 종전보다 0.2% 포인트 상향된 연 4%를 제시했지만 3개월 만에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 셈이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기획재정부(2.7%)보다 0.1% 포인트 높은 반면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기재부(3.9%)보다 0.1% 포인트 낮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내년 성장률 전망 수정의 배경에 대해 “국내 경제의 내부적 요인보다 글로벌 경제 변화에 상응해 전망을 수정했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치 수정분을 반영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IMF는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9%에서 3.7%로 내린 바 있다. 하지만 김 총재는 “3.8%란 수치는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에 해당하는 수준이므로 우리 경제의 활력이 떨어진다고 단정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내년 성장률 전망 하향…“대외 여건 반영”
한은은 내년도 수출 증가율 전망치도 기존 8.0%에서 7.2%로 내렸다. 경상수지 흑자 폭 역시 올해의 630억 달러에서 내년 450억 달러로 축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민간 소비 증가율은 3.3%로 예상했다. 이는 7월 전망치(3.5%)에서 소폭 하향 조정된 것이다. 설비투자 역시 지난 전망 때의 7.0%에서 5.7%로 낮춰 잡았다. 건설투자도 2.0%에서 1.7%로 내렸다.

신운 한은 조사국장은 “7월만 해도 신흥국의 성장세가 둔화되지 않을 것으로 봤는데 그 이후 금융·외환시장이 불안해지면서 신흥국이 타격을 받았다”며 “이에 따라 글로벌 경기와 직결되는 수출이 나빠지고 기업들의 투자가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한은의 전망치가 정부 전망치보다 낮은 점을 들어 올해와 같은 ‘세수 펑크’가 재현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올해 과도하게 낙관적인 전망을 토대로 예산을 편성했다가 9조1000억 원의 세수 오차를 발생시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신 국장은 “수치상 0.1% 포인트는 오차 범위”라며 “수출보다 내수 성장에 의해 유발되는 조세가 2~3배 크기 때문에 내년 내수의 성장 기여도가 확대되는 만큼 큰 세수 변동은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3.8%란 수치가 앞으로 더 내려갈 가능성은 열어 놓았다.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 단행, 미국의 정부 업무 부분 중단(셧다운)이 장기화되면 미국을 비롯해 세계경제의 회복세가 더뎌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민주 기자 vit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