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한 월급 도둑’…바늘방석 50대

고용 불안이 상시적이다. 일자리는 줄었는데 취업 수요는 증가했으니 당연하다. 저비용·저부담의 비정규직을 선호하는 고용 관행도 문제다. 일본 정부는 아베노믹스의 세 번째 화살인 성장 전략의 핵심 중 하나로 여성 고용을 꼽았다. 육아로 현업을 떠나는 M자형 경력 단절의 골을 높이기 위해서다. ‘일하는 엄마’의 부각 근거다. 일과 가정의 양립 조화를 강화해 워킹 마마를 지원한다는 세부 방침이 잇따른다. 한편 ‘워킹 마마 때리기(bashing)’도 늘었다. 남성 잡지를 중심으로 상대적인 기득권 박탈 우려가 커졌다. 여성 내부에서도 갈등은 있다. 여성의 적은 여성이라는 말처럼 ‘워킹 마마 vs 독신 여성’의 일자리 경쟁 격화의 심화다.
[GLOBAL_일본] 고용 불안 타고 번지는 취업 갈등
버블 전후 채용돼 연공서열 혜택 누려
이런 취업 갈등은 새로운 공격 타깃을 만들어 냈다. 불필요한 직원에게 갈등 초래의 화살을 돌리려는 혐의 씌우기다. “쓸모없는 월급 도둑은 누구냐”의 문제다. 결과는 50대 남직원이다. 잡지 ‘아에라’가 20~50대 회사원에게 ‘쓸모없는 직원’을 물었더니 전체 세대 공통으로 ‘50대 남직원’을 첫손가락에 꼽았다. 20대 남직원의 3배에 가까운 지명도(?)다. 챙겨가는 월급은 많은데 수익 창출은 없는 대표적인 잉여 집단이란 지적이다. 요컨대 ‘논 워킹리치(Non-Working Rich)’다. 장기근속과 고위 직위에 따라 별일 없이 거액 연봉을 챙겨간다고 봐서다. 퇴직 직전의 50대면 연봉 1000만~2000만 엔인 경우가 적지 않다. 연공서열에 맞춘 생활급의 태생적인 한계라지만 청년 취업이면 4~5명은 더 뽑는 규모다.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싸늘한 이유다.

구체적인 혐의는 다음과 같다. ▷나쁜 업무 효율 ▷낮은 업무 의욕 ▷낮은 업무 능력 ▷높은 월급 수준 등이다. 50대 회사 선배에 대한 전체 직원의 평가는 이렇듯 나쁘다. 세대 격차 차원에서 접근하면 능력·성과 대비 더 챙겨가는 기득 세대에 대한 저항·분노다. 이들은 대개 1980년대 후반 버블 전후 때 채용됐다. 연공서열 때문에 만들어진 포스트에 그대로 남는 수혜를 봤다. 반면 취업 빙하기를 겪은 후배 세대는 능력 검증이 없는 한 그 직위까지 출세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아래로부터 무임승차 혹평이 빈번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50대 남직원의 위기감은 낮다. 되레 50대 남직원의 60%는 능력 대비 저임금을 불만으로 거론했다. 무임승차라고 자인한 비율은 8%에 불과하다. 반면 정규직이기 때문에 잘리기 어렵다. 조기 퇴직이 있지만 은퇴 공포 때문에 50대 후반이면 대개 ‘참여(參與)’란 직위로 일선에서 물러나는 길을 택한다. 일선 업무에서 제외돼 인사·예산권 없이 주변 업무에 배치된다. 이 예우·배려(?)는 정년 은퇴까지 주어진다.

이들의 별명은 ‘전서구(傳書鳩)’다. 메시지를 전달해 주는 비둘기에 불과하다는 혹평이다. 아니면 ‘짐짝 직원’이 고작이다. 실제 임원 등 상사에게 필요한 요구를 못한 채 경영진의 지시 사항을 현장 직원에게 전달해 주는 게 전부다. 애초 바랐던 위와 아래의 조정 역할은 기대하기 힘들다.

방해라도 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일은 그들 바로 밑의 40대 중·후반 포스트에 집중된다. 50대 때문에 현장 업무가 되레 혼란스럽다는 불평이 나올 수밖에 없다. 업무 방기조차 적지 않다. 인사이동 등 민감한 전달 이슈는 직속 부하에게 미루고 책임을 회피하기까지 한다. 즉 “일하지 않는 건 그렇다 쳐도 일하려는 흉내 때문에 부하 업무를 더 가중시키는 게 큰 문제”라는 반응이다. 이들도 할 말은 많다. 고도성장에 올라탄 덕에 역사상 최강의 승자 그룹으로 남고 지금은 한가득 챙긴 채 떠나고 있는 베이비부머보다는 못해서다. 주요 현직에서 베이비부머의 뒤치다꺼리를 하며 연일 악전고투 중인 50대마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임승차 혐의를 완전히 벗기 힘든 게 또 주변의 현실이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특임교수(전 게이오대 방문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