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한 준법 경영이 GE가 130년 이상 지속적으로 성장해 온 주요 비결이자 1896년 다우존스산업지수 출범 시 포함된 기업들 중 현재까지 남아 있는 유일한 상장 기업이 된 비결이다.



김기령 타워스왓슨코리아 사장
[CEO 에세이] 윤리 경영, 선택 아닌 필수
1962년생. 고려대 교육학과 졸업. 뉴욕버펄로주립대 교육심리학 석사 및 박사. 머서, 헤이그룹, 에이온컨설팅 대표. 2012년 타워스왓슨코리아 대표이사 사장(현).



최 근 재벌 총수들이 잇따라 횡령·배임·탈세 등으로 법의 심판대에 서면서 재벌 기업의 비리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 윤리를 준수하는 기업 문화로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미 변화하고 있다. 최근 제일기획이 전국 남녀 1035명을 대상으로 국내 기업들의 사회적 책임(CSR)에 대해 조사한 결과 기업의 윤리 경영이 소비자들의 구매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10명 중 7명은 비윤리적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86.5%가 ‘사회 공헌을 하는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이미지가 더 좋게 느껴진다’고 응답했고 ‘사회 공헌 활동이 제품 구매에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도 65.7%나 됐다. 기업의 이미지와 사회 공헌 활동이 기업의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결과다.

이에 따라 경영전략의 대가인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는 기업 가치를 사회와 공유하자는 ‘공유 가치 경영(creating shared value)’을 주창하고 있다. 이는 전통적인 기업 활동의 목적이었던 경제적 가치, 즉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그치지 않고 공공의 이익인 사회적 가치와 결부해 종업원과 협력업체·지역사회·국가 등 기업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인들의 이익까지 생각하는 경영을 말한다. 물론 국내의 많은 기업이 사회 공헌 활동 차원에서 봉사 활동과 기부에 참여하고 있지만 아직 이러한 활동은 단순히 기업 명성 관리나 이미지 제고 차원의 일회성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지난해 타워스왓슨이 실시한 ‘글로벌 인적자원 연구’에 따르면 한국 직장인들 가운데 37%만이 ‘경영진이 조직의 핵심 가치에 따라 일관성 있게 행동한다’고 답했다. 아직까지는 국내 기업 경영진이 윤리 경영을 기업 문화로 체화하는 단계에까지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윤리 경영을 위해 기업은 어떻게 노력해야 할까. 바람직한 사회 공헌 활동을 위해 기업들은 첫째, 윤리 경영을 단발적이 아닌 하나의 기업 문화로 녹여내고 둘째, 리더들이 솔선수범해 그 문화를 주도, 조직 구성원과 공감대를 형성시키고 셋째, 자발적으로 일관성 있게 시행해야 한다. 글로벌 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은 준법 경영을 기업의 리더들로부터 시작되는 하나의 ‘문화’로 만들어 사회적 책임을 아예 경영전략으로 흡수했다. 준법을 강제하는 게 아니라 일의 일부로 생각하게 해 ‘정신’ 함양을 통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다. 리더들은 직원들과 일에 대해 논의할 때 성과와 실적만큼 윤리와 준법에 대해서도 균형 있게 강조하고 또 준법 준수를 구성원들에게 잘 전달하고 있는지 하나의 성과로 간주해 평가하고 있다. 이러한 철저한 준법 경영이 GE가 130년 이상 지속적으로 성장해 온 주요 비결이자 1896년 다우존스산업지수 출범 시 포함된 기업들 중 현재까지 남아 있는 유일한 상장 기업이 된 비결이다.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존경 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이제 윤리 경영이 선택 아닌 필수가 됐다. 보다 더 많은 국내 기업들이 윤리 경영을 통해 기업 성장과 대중의 호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거머쥐는 진정한 위너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