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내년 韓 성장률 하향

내년도 세계경제 전망에 ‘저성장 쇼크’가 엄습하고 있다. 선진국과 신흥국 경제가 동반 침체할 가능성이 높다는 시나리오가 국제통화기금(IMF), 미국 중앙은행(Fed), 아시아개발은행(ADB) 등에서 동시다발로 나오고 있다.

2분기 이후 본격적인 경기 회복을 기대하고 있는 한국 경제에도 충격이 불가피해졌다. 내년도 성장률이 정부 기대치인 4.0%에 현저히 못 미치는 3%대 중반에 그친다면 이미 재정 건전성에 경고등이 켜진 박근혜 정부의 경제 운용에도 큰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IMF가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할 전망이다. 지난 10월 3일 주요 투자은행(IB) 등에 따르면 IMF는 10월 8일 발표할 ‘세계경제 전망(World Economic Outlook)’ 보고서에서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을 3.9%에서 3.7%로 낮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올해 성장률은 기존 전망치인 2.8%를 유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IMF의 수정치는 정부의 내년 전망치인 3.9%와 0.2% 포인트나 차이가 난다. 이에 따라 정부의 내년 재정 전망이 너무 낙관적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9월 내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4%에서 3.9%로 0.1% 포인트 내렸다. 그 이후 중기 재정계획의 성장률 전망치는 4.0%로 두고 있다.


성장률 1% 떨어지면 세수 1.03% 감소
한국은행도 10월 10일 발표될 경제 전망 수정 보고서에서 내년 경제성장률을 4.0%에서 소폭 하향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지난 7월 올해 성장률을 4월의 2.6%에서 2.8%로, 내년 전망치는 3.9%에서 4.0%로 각각 상향한 바 있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신흥국의 경기 침체와 미국 연방 정부의 셧다운 등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한국 경제도 그 영향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내년 한국 경제가 3.9% 성장할 것으로 보고 예산안을 짠 정부도 국내외 기관들의 전망치가 잇달아 하향 조정되면서 난감한 상황에 처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예산안에 나타난 국세 수입 전망치는 218조5000억 원으로 올해 전망치(210조4000억 원)보다 8조1000억 원(3.9%) 많다. 올해 경기 상황을 감안한 국세 수입 예상 규모(202조~203조 원)보다 15조 원 이상 증가한 규모다.
[ISSUE&TOPIC] ‘글로벌 저성장’쇼크…세수 부족 우려
그러나 재정 전문가들은 올해 국제통화기금(3.7%)· 한국개발연구원(3.6%)·골드만삭스(3.5%)의 전망처럼 내년 성장률이 3%대 중반에 머무른다면 세금 납부액도 예상보다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진권 한국재정학회장은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된 상황에서 정부가 지나치게 낙관적인 경제 전망을 내놓아 내년에도 세수 부족 사태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10월 2일 내놓은 ‘2012년 국세 수입 전망 오차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명목 성장률이 1% 떨어질 때마다 국세 수입은 1.03% 감소한다. 2012년 예산안 편성 당시(2011년 10월) 기획재정부가 전망한 경제성장률은 4.5%(명목 성장률은 7.6%)였지만 실제로는 2.0%(명목 성장률은 3.0%)에 그치면서 국세가 9조1000억 원 덜 걷혔다. 만약 내년 국세 수입 전망치 218조5000억 원에서 명목 성장률이 정부 예상보다 2% 포인트 떨어지면 4조5000억 원의 세금이 덜 걷히는 셈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신영임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관은 “낙관적인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세입 부족으로 이어지고 이에 따른 재정 적자가 반복되고 있다”며 “거시경제 전망의 현실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올해 실적을 바탕으로 내년에 거둘 법인세도 최근 경기 상황을 볼 때 큰 폭의 증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예측이다.


김보람 기자 boram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