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의 개방 물결

상하이에 중국 첫 자유무역구가 출범했다. 9월 29일 현판식을 가진 자유무역구는 흩어진 기존의 4개 보세 지역으로 구성됐다. 합친 면적이 28.78㎢로 마카오와 비슷하다. 이를 두고 중국 언론에선 “30여 년 전 개혁·개방을 알린 선전특구 출범에 비견”, “선전특구 푸둥 개방 WTO 가입에 이은 중국 제4의 개방 물결”, “리커창(총리) 경제학의 시험 무대” 등의 평가를 쏟아낸다.

이에 따라 상하이 자유무역구가 중국에 과연 어떤 변화를 일으킬 것인지가 관심이다. 변화의 실마리는 현판식 하루 전 국무원이 발표한 ‘중국(상하이) 자유무역구 시험 종합 방안’에서 찾을 수 있다. 상하이 자유무역구를 구성하는 4개 보세구는 과거 상품 무역의 자유화에 초점을 맞춘 지역이었다. 종합 방안은 여기에 서비스 무역 자유화와 투자 무역의 자유화를 추가해 전면적인 개혁·개방 지역으로 업그레이드할 것을 예고했다. 상하이를 뉴욕·런던·도쿄에 비견되는 글로벌 경제 금융 무역 중심으로 키우겠다고 한 1992년 공산당 14차 대회의 결의를 현실화하기 위한 행보다.

이번에 6대 서비스 분야 개방 조치를 취했고 투자 무역자유화를 위해서는 역외 외환 업무 허용과 자본 계정 태환 자유화 및 금리 자유화 우선 실시 등의 정책을 펴기로 했다. 10월 1일 발효된 종합 방안은 2~3년에 걸쳐 시행된다. 상하이 자유무역구 출범은 “중국이 안으로는 저임금 노동력이 풍부했던 인구 보너스 효과가 줄어들고 밖으로는 해외 경제 위축과 무역 보호주의로 해외 수요가 줄어드는 어려움에 직면한 상황에서 신동력을 얻기 위해 이뤄진 것(바클레이스은행)”이라는 설명이다. 세계무역 질서 재편에 적극 참여하기 위한 정지 작업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금지나 제한 대상으로 명시되지 않으면 외자도 내국인과 똑같이 투자할 수 있도록 한 네거티브 투자 리스트와 투자 전 내국인 대우라는 제도를 각각 도입한 것도 국제무역 질서 재편에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본 자격을 갖추기 위한 것이다.

상하이 자유무역구는 우선 부산항과 인천국제공항에 위협이 될 수 있다. 중국 해운사가 보유했지만 경비를 절감하기 위해 해외에서 등록한 선박도 중국 내 환적 업무를 취급할 수 있도록 하고 외국 기업의 상품 선물도 허용하기로 함으로써 부산항의 환적 수요에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또한 푸둥국제공항의 화물 환적 업무 확대를 지지한다고 밝혀 인천공항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경영 교육 시장 개방
반면 기회 요인도 있다. 현판식이 이뤄진 날 사업자 등록을 받은 36개 기업 중 11개 기업이 외자 기업이고 이 가운데 2곳은 씨티은행과 싱가포르개발은행으로 금융사였다. 독일 자동차 업체 포르쉐,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제냐, 핀란드 엔지니어링 업체 알마코 등 유럽 업체들이 많다. 한국도 경쟁력 있는 기업 중심으로 진출할 만한 분야가 적지 않다. 삼성은 이번에 동시 허용된 독자 외자 병원 설립(투자 2000만 위안 이상)과 전문 의료 건강보험 비즈니스를 연계 진출하는 것도 검토해 볼만하다. 하나투어 등 여행사들도 중국인의 아웃바운드 시장 개방 수혜를 볼 수 있다. 경영 교육 시장 개방은 능률협회 등에 기회가 될 수 있다.
[GLOBAL_중국] 첫 자유무역구 출범…리커창 시험 무대
공연 매니지먼트 회사의 외자 지분 한도 49%를 폐지한 것 역시 CJ 같은 ‘한류’ 전파에 나서는 기업에 경영의 폭을 넓혀 준다. 건설 및 엔지니어링 업체의 진입 문턱이 낮아진 것도 관련 업체엔 기회다. 헤드헌팅 회사도 설립 자본금이 30만 달러에서 12만5000달러로 줄고 지분 한도도 최고 49%에서 70%로 확대돼 경영권 확보가 가능해졌다. 국유 기업이 독점해 온 분야지만 외자에 사업 확대 기회를 준 은행과 부가 통신 서비스 시장도 눈여겨볼 만하다.


베이징=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