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경제성에서 월등한 경쟁력 갖춰”
우리나라 선사들의 북극항로 운항을 놓고 부산·울산·강원도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부산항·울산항·동해항 등을 갖고 있는 이 지역들이 ‘북극항로 모항 지정’이라는 해양 물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최문순 강원도 지사는 지난 5월 해양수산부를 방문해 북극항로 이용 시 동해항~로테르담항 운송 시간이 부산항~로테르담항보다 2일이나 단축된다는 점을 적극 알리고 북극항로 모항 지정을 촉구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또 최 지사는 북극해 에너지 자원 유입과 국제 크루즈 산업 특성화 지역 육성 등 북극항로를 관광산업과 연계하는 구체 방안까지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음은 최문순 강원도 지사와의 일문일답이다.
북극항로 선점을 위한 국내외 경쟁이 치열하다.
북극해는 현재 연간 50일 정도 운항이 가능한데, 전문가들은 2020년 이후에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북극항로가 연중 100일 이상 상업 운항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독일·노르웨이·러시아 등이 북극항로에 대한 상업 운항에 성공해 지난해 총 46회(2011년 34회) 선박이 126만 톤(2011년 82만 톤)의 물동량을 싣고 북극항로를 통과했다. 북극항로 개척에 대한 주변 국가들의 자원 쟁탈전이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북극항로의 개통은 엄청난 변화를 몰고 올 것이 분명하다. 특히 극동 지역에 있는 우리나라는 북극항로의 개통이 단순한 물류비 절감을 뛰어넘는 전방위적 변화를 의미한다.
주로 어떤 화물을 운송하나.
현재 북극항로를 통해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화물은 가스 콘덴세이트, 나프타 등과 수출 화물은 항공 연료 등이다. 그러나 2020년 이후 상업 운항이 확대되면 주로 북극항로를 통해 북극권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원유·석탄·철광석 등도 수송이 가능하다.
북극항로가 우리나라 해운 항만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우리나라 항만은 저렴한 환적 비용, 정확하고 빠른 서비스 등으로 이미 세계적인 항만으로 성장하고 있다. 향후 북극항로가 상용화되면 우리나라 항만의 이러한 강점과 북극해 항로의 초입에 위치한 지정학적 장점이 결합돼 동북아 중심의 해운 항만 산업으로 성장, 발전할 것이라고 본다. 북극항로를 이용한 선박 운항은 매년 급증하고 있으며 물류비도 절감돼 항만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하다.
이에 따른 정부의 움직임은.
정부는 북극항로 이용 벌크 화물 및 환적 컨테이너 화물 증가에 대비한 국내 항만 시설을 정비하고 확충하겠다고 한다. 2014년부터 북극항로 상용화 대비 국내 항만 대응 방안 연구를 추진하고 그 결과를 항만기본계획(2011~2020년)에 반영하기로 했다. 해양수산부 산하 기관인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따르면 2030년 북극항로가 상용화되면 우리나라에서 처리할 환적 화물은 연간 약 100만~500만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대분) 증가할 것이다. 정부는 국내 해운 항만 산업 발전을 위해 항만의 환적 시설 및 피더 부두(대형 선박보다 중국·일본·동남아 등을 연결하는 근해 항로 운항 선박이 이용하는 부두로, 환적 네트워크 강화를 위해 필수) 등 컨테이너 피더 네트워크 대응 방안도 연구할 계획이며 물류 시설이 들어갈 배후 단지 확보 방안도 검토할 방침이다.
북극항로가 조선, 수리 조선, 해양 플랜트 업계 등에도 기회가 될 것이라 보는가.
향후 북극항로 운항에 따른 국내 조선·해양 플랜트 업계는 수요 창출 효과가 기대된다. 조선 업계는 북극항로에 따른 쇄빙선·내빙선 등 극지 운항용 특수 선박의 발주 증가와 극지 자원 개발용 해양 플랜트 발주가 예상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극지 운항 선박의 안전 항행 핵심 기술 및 극지용 해양 플랜트 기술 개발 등을 통해 북극 관련 신산업 육성 기반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국내 조선 업계가 이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수혜가 예상된다. 북극에는 북극권의 에너지 자원 개발로 조선·해양 플랜트 부문의 수요가 증가하고 쇄빙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북극항로가 개발되면 북극 지역 석유와 가스 자원은 우리나라 기업들에 의해 제작된 시추 장비와 해상 플랜트로 탐사, 개발될 것이고 조선 업체들의 쇄빙 유조선 및 액화천연가스(LNG)선으로 동북아 지역을 포함해 세계 주요 소비 지역으로 공급될 것이다.
국내에서 북극항로 모항으로 강원도와 부산·경남 지역이 주목 받는 이유는.
부산항에서 북극항로를 통해 유럽의 로테르담항까지 화물을 수송할 때 기존 인도양 항로의 수에즈운하보다 운항 거리는7000km(2만2000km→1만5000km), 운항 일수는 10일 정도(40일→30일) 단축할 수 있다. 강원도는 수도권의 접근성 측면에서 부산보다 육상 수송 거리가 140km 단축되는 등 지정학적 여건상 우위에 있다. 부산항과 울산항에 비해 북극항로 진입도 빠르다. 또한 동계 올림픽 유치 및 동해안권자유구역 지정 등 철도를 중심으로 한 광역 교통망 시설에 대한 투자가 대대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므로 항만과 교통망의 연계를 통해 동북아 교통·물류 중심지로서의 발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북극항로의 효용을 극대화하려면 비교 우위가 확실한 국내 발전 기지의 확보가 관건이다. 강원도만의 경쟁력이 있다면.
강원도 동해안 지역은 양양국제공항·동서고속도로와 강릉~원주 복선 전철 등 육상 교통망이 대폭 확충되고 있어 동북아 교통·물류 중심지로의 발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북극항로가 개설되면 강원 지역 항만들은 부산항·울산항·광양항에 비해 내륙 수송비를 절감하는 것은 물론 해상운송 시간을 단축하는 점에서도 월등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앞으로 북극항로 개척을 위한 강원도의 로드맵은.
북극항로 시대가 본격화되면 2030년까지는 벌크 화물의 수송이 주류를 이루고 2030년 이후에는 컨테이너 화물 이용이 증가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강원도는 주요 항만별 화물 특성에 맞는 북극항로 시대를 맞을 계획이다. 우선 동해항은 시멘트·석탄 등 벌크, 화물 중심항으로 육성하기 위해 2020년까지 총 1조6895억 원을 투자해 7만 톤급 2선석, 5만 톤급 5선석을 선적할 수 있도록 개발할 예정이다. 둘째, 호산항은 북극해 LNG 가스 자원 중심항으로 2014년도부터 가동할 계획이다. 속초항은 북극해 크루즈 관광 항만으로 육성하기 위해 2012년까지 896억 원을 투자해 여객부두 7만 톤급 1선석을 축조할 계획이다.
북극항로의 장점에도 쇄빙선의 투입이나 추운 날씨와 파도 등에 따른 운항상의 어려움, 북극해 운항 무경험, 선박 용도 변경 등의 문제로 과도한 기대나 낙관은 금물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는데.
북극항로 개발의 난제는 여전히 두꺼운 북극 얼음이 문제다. 현재 기술로는 쇄빙선도 두께 2m 이상 얼음을 뚫고 나아가기는 쉽지 않아 북극항로를 이용하는 선박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또한 주변국 법령도 문제다. 북극해 항로와 관련한 법·제도 조건에는 유엔해양법 협약의 ‘결빙 해역 규정’과 러시아 ‘북동항로 운항 규정’도 있다. 이들 규정은 북극 지역 내수와 영해, 배타적 경제수역과 그 외측 공해상 선박 운항에 관한 제반 사항을 규정하고 있어 비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북동항로 운항을 위한 신청 절차 및 방법, 유빙 상태에 따른 항로의 선택, 항로를 둘러싼 기상 조건, 쇄빙선과의 교신 방법, 해도 및 항해 계기 상태와 통신기기의 작동 상태, 항로에 따른 수심, 기타 필요한 항로 여건의 제반 사항 등에 대해 조사를 수행해야 한다. 이에 따라 북극항로 운항 시 인력·장비·노하우·환경 기준 등을 담을 폴라코드(Polar Code: 국제해사기구가 정한 극지 선박 안전 기준과 극지 운항 선원 자격 기준 등의 규약)를 필히 이행할 수 있어야 한다.
김보람 기자 boram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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