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연금 가입 ‘일석이조’…소득공백 ‘주의’

지난해 삼성생명 은퇴연구소는 한국인의 은퇴 준비 실태를 조사해 ‘한국인의 은퇴 준비 2012’라는 은퇴 백서를 발간한 적이 있다. 조사 결과 한국인의 전반적인 은퇴 준비 수준은 100점 만점에 58.3점으로 아직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퇴 생활을 재무, 여가, 가족 및 친구 관계, 주거, 건강 등 7가지 영역별로 구분해 산출한 점수를 보면 재무적인 준비는 51.5점으로 가장 낮은 영역 중 하나였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20~40대의 준비 지수보다 50, 60대 이상의 준비 지수가 낮게 나타났는데, 이는 충분한 노후 준비 없이 자녀 양육에 올인하다가 은퇴를 맞은 중·장년 세대의 특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노후 준비는 어떻게 시작할까. 재무적인 준비는 노후 생활비가 어느 정도 필요하고 현재는 어느 정도 준비돼 있는지 따져 보는 것에서 출발한다. 막연히 연금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어도 막상 따져보면 현실은 다를 수 있다. 필요 자금을 만들기 위해 돈을 모을 때도 순서가 있다. 첫 번째는 빚 줄이기와 지출 관리다. 그다음은 본격적으로 자산을 ‘축적’하는 단계다. 노후 자금 마련을 위해 저축을 시작해야 한다. 저축 다음 단계가 ‘투자’다. 자신의 위험 성향에 따라 투자 대상이 달라지기 때문에 자신의 위험 성향을 먼저 파악하고 그에 맞게 투자하는 게 중요하다.
[다시 짜는 연금 플랜] 미리 하는 연령별 노후 준비
가장 간단하면서 지키기 힘든 노후 준비의 원칙은 바로 ‘노후 자금 지키기’다. 자녀들 교육이나 결혼 자금으로 쓰기 쉽기 때문에 노후 생활비를 위해 저축하고 있는 주머니는 어떤 상황 하에서도 중간에 깨거나 빼서 쓰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이다. 또 다른 중요한 원칙은 분산투자다. 수익이 높다는 얘기만 듣고 고위험 상품에 집중 투자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상품을 선택할 때는 위험의 특성도 정확히 이해하고 투자해야 한다. 이것이 모든 연령대에 해당하는 기본 원칙이다. 다음은 연령대별로 조금씩 다른 노후 준비 요령이다.



사회 초년생 및 30대의 노후 준비
재무 목표를 세우고 최대한 일찍 저축을 시작한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20, 30대들은 우선적으로 재무 목표를 세우는 게 중요하다. 결혼이나 출산 등 생애 중에 맞게 되는 큰 이벤트들에 들어갈 자금 규모를 대략이라도 파악하고 있지 않으면 자칫 낭비하거나 새는 돈을 모을 기회를 놓치기 쉽기 때문이다.

이때는 절제된 지출을 통해 돈 관리 습관을 바르게 들여야 할 시기다. 그리고 수립한 재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매월 저축 규모를 따져본 후 최대한 일찍 저축을 시작한다. 일찍 가입할수록 복리 효과를 누리는데 더욱 효과적인 연금 상품의 특성을 생각할 때 사회 초년생 시기의 연금 가입은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는 노후 준비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세제 적격 개인연금은 세제 혜택이 있어 연말정산 때 납입한 세금의 일부를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40대의 노후 준비
노후 자금 준비와 자녀 교육비의 균형을 맞춘다

40대 때 노후 자금 준비와 균형을 맞춰야 할 게 자녀 교육비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40대는 교육비가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20% 정도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다. 그러나 은퇴 후 자녀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면 자녀 교육 이상으로 자신의 노후 준비에도 투자해야 한다.

한국에서 부모들이 자녀 독립 후 노후 준비를 할 수 있는 기간은 일본이나 미국에 비해 4~6년 정도 짧은 편이다. 최근 결혼 연령이 늦어지고 있어 노후 준비 기간은 1995년 10.3년에서 2010년 8.7년으로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것이 노후 준비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이유다. 30대에 연금 준비를 시작하지 못했다면 40대에 반드시 시작해야 한다.
[다시 짜는 연금 플랜] 미리 하는 연령별 노후 준비
만약 자녀 교육비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면 자녀들에게 먼저 부모의 노후 준비 필요성을 이해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결혼할 때까지 부모가 자녀에게 경제적 책임이 있다는 생각은 부모보다 자녀 측에 더 많다고 한다. 부모들이 자녀에 대한 지나친 책임감을 갖기 전에 노후 준비를 냉정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교육비나 결혼 자금의 부담을 부모가 전부 부담하기보다 자녀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바람직하다.


50대의 노후 준비
국민연금을 받기 전까지 소득 공백기에 대비한다

50대 때는 퇴직하는 나이와 국민연금이 개시되는 나이의 사이의 소득 공백기에 대응하는 게 관건이다. 국민연금을 받기 전까지 퇴직을 최대한 늦추거나 재취업을 고려해야 한다.

이때까지 저축해 놓은 충분한 금융자산이 없다면 살고 있는 부동산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주택 다운사이징 후 즉시연금에 가입하거나 주택연금을 통해 평생 소득을 확보하는 것이다. 연금 수령이 개시된 개인연금 상품이 있다면 국민연금을 받기까지의 소득 공백기 동안 집중적으로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연금 수령 방법을 선택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또한 50대의 노후 준비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것은 의료비 준비다. 노후에는 기본적인 생활비 외에도 예상하지 못한 의료비가 발생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50대에는 자녀의 결혼 자금이 필요해지는 시기이기도 한데, 결혼 자금 규모는 허세 없이 산정해야 한다. 부모가 일방적으로 도와주기보다 결혼 이전부터 미리 자신의 돈을 관리해 자녀 스스로 결혼 자금을 모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중요하다.


60대의 노후 준비
평생 소득을 확보하고 장수 리스크에 대비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자산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매월 일정한 현금 흐름이 있는지 여부다. 매월 월급처럼 받는 평생 소득 확보가 중요하다. 지금까지 준비한 연금이 충분하지 않다면 50대의 노후 준비 요령과 마찬가지로 즉시연금이나 주택연금을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연금을 수령하는 기간을 최대한 길게 하거나 종신으로 선택한다면 장수 리스크에 대비할 수도 있다.

60대는 50대와 마찬가지로 의료비 준비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65세 이후에 쓰는 의료비가 평생 의료비의 절반 정도가 된다는 통계가 있다. 준비 안 된 의료비는 결국 생활비에서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절대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발생할 의료비 규모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실손보험 등을 통해 준비하는 것도 좋다. 배우자 홀로 생존기를 대비해 홀로 사는 배우자가 간병인이 필요할 때 간병비도 준비해야 한다.

갖고 있는 자산이 있다면 60대 이상은 자산 관리를 보수적으로 해야 한다. 주식 등 변동성이 큰 자산 투자에 신중해야 하는데, 투자한 자산 가치가 하락했을 때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이 젊은 세대들보다 짧기 때문이다.


조윤수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 yunsoo.cho@sam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