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성 높아진 이머징 마켓

지난해 하반기 미국과 일본 중심의 선진국 양적 완화가 진행되면서 성장성이 높은 아시아 신흥국 주식시장으로 유동성이 유입됐다. 미국에 이어 일본에서도 강도 높은 양적 완화를 단행하면서 유동성이 급증했고 아시아 신흥국 중에서도 장기 성장성이 높은 인도네시아·필리핀·태국·인도 등 동남아 신흥국으로 자금 유입이 집중됐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3차 양적 완화가 시작된 지난해 9월부터 출구전략 가능성이 언급된 올해 5월까지 필리핀 증시는 38.8% 급등했고 태국·인도네시아·인도 증시도 각각 27.1%, 24.6%, 11.9% 상승했다.

하지만 지난 5월 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벤 버냉키 Fed 의장의 연내 양적 완화 축소 가능성 언급으로 미 국채 금리가 급등하며 글로벌 자산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됐다. 특히 동남아 신흥국 경제의 펀더멘털 취약성이 부각되자 이들 국가로 유입됐던 자금이 빠르게 유출되면서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다. 인도네시아 증시는 18.9% 하락했고 태국·인도·필리핀 증시도 각각 15.4%, 11.1%, 9.7% 하락해 연초 이후 상승 폭을 대부분 반납했다.
[투자의 맥] 외화보유액 풍부한 중국·대만 ‘주목’
Fed의 출구전략 우려로 미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아시아 신흥국 국채 금리도 동반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인도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9.54%까지 상승해 200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인도네시아도 8.53%로 상승해 2011년 3월 이후 최고치를 넘어섰다. 이렇게 금리 급등이 진행되자 인도 중앙은행은 경기 둔화를 우려하며 800억 루피(약 13억 달러) 규모의 장기국채를 직접 매입하고 경상 적자 완화를 위해 루피화 국외 채권 발행 방안을 검토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하반기 투자 환경, 수익보다 위험에 초점
Fed의 양적 완화 축소 우려로 시작된 국채 금리 급등으로 글로벌 전반의 경기 둔화를 야기할 수 있고 과도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머징 국가의 금융 환경을 감안할 때 Fed가 9월 FOMC 회의보다 10월 회의에서 양적 완화 축소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Fed의 출구전략이 시작돼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시장이 안정을 되찾을 때까지 금융시장 변동성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양적 완화 축소와 동남아 금융 위기 우려 등 대외 악재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러한 변동성 확대 국면을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유로는 첫째, 외국인의 투자 심리가 지난 상반기와 현저히 달라졌다는 점이다. 지난 상반기 투자 환경은 풍부한 유동성을 기반으로 위험보다 수익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하반기는 수익보다 위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머징 마켓에서의 위험관리는 결국 경상수지가 흑자이고 풍부한 외화보유액을 가지고 있는 국가를 비중 확대하는 것이다. 여기에 해당하는 국가는 한국·중국·대만으로 평가된다. 둘째, 일본 엔화는 더 이상 약세가 지속되기 어려운 반면 한국 원화는 약세가 지속되고 있어 국내 수출 기업들의 하반기 실적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러므로 코스피가 1800 선에 근접하면 환율 수혜 업종인 정보기술(IT)·자동차와 금리 상승 수혜 업종인 보험 업종을 분할 매수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아람 NH농협증권 투자전략팀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