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제 영향과 투자 전략

지난 2년간 주식시장은 저성장으로 대표되는 ‘뉴 노멀(New normal)’에 적응해 가는 과정이었다. 저성장이 지속되다 보니 전통적인 경기순환 요인보다 구조적 변화의 중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구조적 변화의 대표적인 키워드는 고령화, 미국 셰일가스, 서비스산업(문화·엔터) 등이었다.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2012에서 삼성전자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갤럭시 카메라를 체험해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2012에서 삼성전자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이 갤럭시 카메라를 체험해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경기순환 요인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 이유는 G3(미국·중국·유로존) 경기의 방향성이 서로 엇갈렸기 때문이다. 지난 2년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평균 2%(1.5~2.5%의 범위)의 안정적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유럽의 성장률은 6분기 연속 경기 침체에 머물렀고 중국도 성장률이 감속됐다. 이러한 경기 방향성의 차이와 양적 완화로 대변되는 정책의 차이는 결국 주식시장에서 미국의 상대적 우위로 귀결됐다.

이제 상황은 바뀌고 있다. 서베이 지표에서 시작된 유럽의 경기 회복은 산업 생산, GDP 성장률의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는 기저효과와 함께 정책의 힘이 작동되고 있다. 지난 6월 말 확정된 680억 유로 규모의 유럽 성장 정책(고용 및 투자 계획)이 경기 부진 국가를 중심으로 신속히 집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경기 방향성에 대한 신뢰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구조적 변화를 읽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구조적 변화 과정에서도 경기순환은 존재한다. 무엇을 우선순위에 놓고 볼 것인가라는 점에서 하반기는 구조적 변화보다 전통적인 경기순환 사이클에 주목해야 한다. 그 중심에는 마이너스에서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서는 유럽이 있다.


7월 전년 동기 대비 수출 8.2% 늘어나
유럽 경기에 대한 기대에 유럽의 주식시장은 이미 뜨거워지고 있다. 독일·영국 증시의 상승에 이어 남유럽 국가는 물론 유럽의 생산 기지인 동유럽 국가까지 주가 상승세가 확산되고 있다. 업종별로는 자동차로 대변되는 경기 소비재, 투자와 관련된 산업재, 금융 업종 등 대표적인 경기 회복 수혜 업종이 상승 중이다. 글로벌 자금 플로를 보더라도 유럽 주식시장으로 글로벌 뮤추얼 펀드 자금이 6월 이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유럽이 좋아지면 한국은 크게 두 가지 효과를 찾아볼 수 있다. 먼저 대외 수요가 좋아지는 직접적인 효과, 한국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 회복에 따른 간접적인 효과다.

우선 유럽 경기 회복은 한국의 대유럽 수출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한국의 대유럽연합(EU) 수출은 6월과 7월에 전년 동월 대비 빠른 개선을 보였다. 한국의 상반기 대EU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마이너스 3.7%를 기록했지만 6월은 13.0% 증가했고 7월에도 8.2% 증가해 가파른 회복세를 보여줬다.

상반기 한국의 대EU 수출 데이터를 기반으로 어떤 업종에서 회복의 신호가 나타나고 있는지 살펴보자. 한국의 수출 중 대EU 수출은 8.9%를 차지한다. 중국·아세안·미국에 이어 4위 수출 지역이다. 품목별로는 기계류와 전기전자 품목이 한국의 대EU 수출의 73%를 차지한다. 기계류에는 선박 및 자동차가 포함되며 전기전자에는 디스플레이·핸드셋·반도체가 포함된다.

세부 품목별로 살펴보면 선박이 대EU 수출의 15.8%를 차지한다. 다음으로 자동차 12.8%, 자동차 부품 7%, 디스플레이 6.5%, 무선통신기기 5.9%순이다.

주요 품목의 상반기 성적표를 보면 자동차·무선통신기기·화학공업제품·철강제품·영상기기·조명기기·이차전지의 수출 증가율이 높았다. 반면 최대 수출 품목인 선박의 수출은 부진했고 디스플레이·자동차부품·석유제품의 수출 역시 부진했다.

상반기 대EU 수출이 호전된 품목 중 자동차·합성수지·이차전지 등에서 추세적인 개선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무선통신기기(핸드셋)는 상반기 누적 증가율은 높지만 5월 이후 수출 금액과 증가율이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럽 좋으면 중국도 좋다’
유럽 경기의 회복은 한국의 대외 수요를 개선하는 직접적인 효과 외에도 한국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대외 수요 및 공급을 개선하는 간접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

중국의 수출 중 대EU의 비중은 2008년 20.7%를 정점으로 2013년 상반기 14.9%까지 급락했다. 이에 따라 EU는 2008년 중국의 제1위 수출 대상국에서 2013년 상반기에는 3위로 추락했다.

유럽의 회복은 분명 중국의 대외 수요 회복의 청신호다. 지난 7월 중국의 대EU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2.8% 늘어났다. 다만 전체 수출 증가율인 5.1%에 미치지 못했다. 프랑스·영국·이탈리아로의 수출은 8% 이상씩 늘어났지만 EU 수출의 40%를 차지하는 독일과 네덜란드 수출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독일의 산업 생산 및 주문이 6월 큰 폭으로 개선된 점을 감안하면 8월 대EU 수출 증가율 회복이 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유럽 경제 부활에 베팅하라] 유럽 수혜주는 조선·자동차·전기전자
공급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2011년 하반기 이후 유럽 경기가 침체 국면에 진입하면서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역내 공급에 대한 경쟁이 치열해졌다. 특히 화학제품에서 그러한 현상은 두드러졌다. 유럽 경기가 부진하기보다 중동산 물량이 중국으로 대량 유입되면서 공급 압박 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유럽 회복이 가시화된다면 중국으로 유입된 물량이 유럽으로 향하면서 아시아 역내 공급 상황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중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화학 업종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유럽 경기 회복의 직간접적인 효과를 한국의 대EU 수출, 중국의 대EU 수출을 통해 분석해 봤다. 이를 통해 보면 대표적인 수혜를 볼 수 있는 업종은 자동차 및 부품, 화학제품·조명기기 및 이차전지 등 일부 IT 제품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수혜 업종에 근거해 종목 선정은 실제로 대유럽 매출 비중을 가지고 있는 기업에서 대상 종목을 선별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블룸버그 기업 검색 기능을 통해 한국 상장 기업(본사 소재지 한국) 중 매출액 중 유럽 매출 비중 데이터를 통해 총 147개 기업을 추출했다. 블룸버그 데이터는 각 기업의 감사 보고서의 해외 지역별 매출에 근거한다. 추출된 데이터 중 유럽 매출 비중이 2% 이상이고 2012년 데이터가 존재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선정했다.

먼저 국내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 대EU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EU 매출이 전체의 10% 이상)은 기아자동차·삼성전자·제일기획·현대자동차·LG디스플레이·두산중공업·현대모비스·LG전자·현대하이스코·엔씨소프트 등으로 나타났다.

또 유망 EU 수출 품목 중 대EU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을 뽑아봤다. 자동차 부품 기업 중에는 성우하이텍·한국타이어·대원산업·넥센타이어·금호타이어·동아타이어·한라비스테온공조·한일이화 등이 대EU 수출 비중이 10%를 넘었다.

소재 및 산업재 기업 중 유럽 매출 비중 10% 이상 기업은 송원산업·현대상선·두산중공업·화천기공·현대하이스코 등이었다.

서비스 기업 중 유럽 매출 기업은 제일기획·엔씨소프트·롯데제과·LG생명과학· GIIR 등으로 나타났다.


오승훈 대신증권 애널리스트·시장전략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