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들어서는 미국 기업들이 법인세를 줄이기 위해 유럽으로 본사를 옮기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영국의 경제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이 유럽 기업들을 인수·합병(M&A)한 후 아예 본사를 유럽으로 이전함으로써 세금 절감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제약 회사 페리고는 아일랜드의 바이오테크 회사인 엘란을 인수하면서 본사를 아일랜드로 옮기겠다고 발표했다. 이때 페리고는 유효 법인세율이 30%에서 17%로 낮아지면서 연간 1억1800만 달러의 세금이 절감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프랑스의 퍼블리시스와의 합병으로 세계 최대의 광고 회사가 된 미국의 옴니콤은 본사를 제3국인 네덜란드에 둠으로써 연간 8000만 달러의 세금을 절감할 계획이다.
낮은 세금을 찾아 철새처럼 옮겨 다니는 기업이 미국에만 있는 게 아니다. 지난 3월 영국은 법인세율을 24%에서 23%로 낮추는 동시에 2015년 4월까지 20%로 점진적으로 인하하겠다고 발표했다. 특허로 발생하는 수입에 대한 법인세율은 10%로 인하했다. 이후 독일과 일본 기업들의 영국 특허 등록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회계법인 언스트&영은 지난 7월 미국·네덜란드·스위스·아일랜드 등에 본사를 두고 있는 40여 개 다국적기업들이 영국으로 본사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쯤에서 따지기 어려운 각국 법인세 체계의 단순 또는 복잡함은 차치하고 각국의 최고 법인세율을 비교해 보자. 주요국 중에서는 미국이 35.0%로 가장 높고 프랑스가 34.4%로 그 뒤를 잇고 있다. 일본은 작년에 한 번 인하해 법인세율이 28.05%이지만 최근 아베 신조 총리가 20%대까지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네덜란드는 25%이고 아일랜드는 12.5%로 주요 선진국 중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최고 법인세율(과세표준 200억 원 초과)은 현재 2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25.4%에 비해 약간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 세수 비중은 2010년 3.5%로 OECD 회원국 평균인 2.9%보다 높은 상황이다. 독일(1.5%)·프랑스(2.1%)·미국(2.7%)·일본(3.2%) 등 주요 선진국들은 대부분이 우리보다 낮다. 이에 따라 정부는 법인세 과표 구간을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기업들의 법인세 부담을 줄이겠다는 개정안을 내놓았다. 반면 민주당은 법인세율을 최고 25%로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과연 우리나라의 법인세는 어느 쪽으로 가야 할까. 한 번 떠난 기업을 다시 돌아오게 만들기는 어렵다. 철새 기업은 진짜 철새가 날씨와 환경에 따라 왔다 갔다 하는 것과 달리 한 번 자리를 바꾸면 텃새가 되려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최성환 한화생명 은퇴연구소장·고려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sungchoi@hanwh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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