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로 떠오른 한정 정규직

35.2%.일본의 비정규직 규모다(2012년 후생성). 3명 중 1명이 비정규직(1813만 명)이다. 사상 최고치 경신 기록이다. 정규직(3340만 명)은 더 줄었다. 비정규직은 힘들다. 근로 기간 설정이 없는 무기 계약의 정규직과 달리 계약 종료일이 있어 불안하고 열악하다. 문제는 추세다. 올 5월 속보치는 무려 36.3%다. 갈수록 노동 양극화의 간극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은 실업 걱정에 임금·­­­대우조차 열악하다지만 정규직도 어렵다. 직종·지역·시간 등 근로 환경이 무한정이어서 전근·잔업 강요가 잦다. 고용 불안정이 핫이슈로 떠오른 배경이다.
[GLOBAL_일본] 비정규직 해소 차원…新신분차별 우려
찬반양론의 아베노믹스가 2라운드에 들어섰다. 참의원 선거 승리로 아베호의 앞날은 밝아졌다. 이제 눈길은 하나로 쏠린다. 3개의 화살 중 시위를 떠난 금융완화·재정투입에 이은 마지막 승부수인 성장 전략이 그렇다. 사실상 ‘디플레→인플레’를 꾀하는 아베 경제학의 핵심이다. 세부 정책이 잇따른다. 고용 불안을 줄이는 차원에서 ‘한정 정규직(限定正社員)’이 제안됐다. 여성의 경력 단절을 막고 비정규직을 줄이기 위한 차원이다. 한정 정규직은 정해진 고용 기간이 없다. 임금은 비정규직보다 높고 사회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즉 고용 형태가 안정적이다. ‘한정’이란 의미는 직무·지역 등에 제한이 있다는 뜻이다. 전근·이동(異動)·잔업 요구가 없어서다. 정규직보다 임금은 낮다. 반면 경영 합리화 등으로 계약 당시 직무·지역이 사라지면 해고할 수 있다.

그런데 우려 섞인 해석이 뒷덜미를 잡았다. 부작용 염려다. 한정 정규직의 존재로 정규직 해고가 더 쉬워질 수 있다는 의심이다. 손쉬운 인재 확보와 경기 활성화를 촉진할 것이란 정부의 설명은 노동계 반발에 묻혀 버렸다. 정규직에서의 등급 하락에 악용되면 ‘정규직→한정 정규직→비정규직’의 새로운 신분 차별로 격차만 심화시킬 것이란 지적도 구체적이다. 정규직이 한정 정규직으로 떨어질 염려 증가다. 되레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지체시킬 도구가 될 수 있다.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못 가고 한정 정규직에서 멈춰 버릴 개연성이다. 그러면 정규직과는 격차가 더 커진다. 비정규직이 한정 정규직이 돼도 일만 힘들고 냉대는 여전할 것이란 지적도 있다. 차별 대우, 능력 박탈의 비정규직이 한정 정규직이 될 확률도 낮다. 결국 정규직보다 해고가 쉬워 인건비 삭감 정책의 희생양이 된다면 ‘해고가 쉬운 정규직’의 양산일 뿐이란 평가절하다.


비정규직 35.2%…해결책 놓고 논란
이 와중에 제도 생산 단계부터 엇박자까지 목격된다. 치밀한 제도 논의 없이 무리하게 밀어붙인다는 것이다. 한정 정규직은 일본 정부의 규제개혁회의에서 나왔다. 이 조직은 민간 위원으로 구성된 총리 자문 기구다. 고용 관계 주무부서인 후생성 장관은 물론 노동계도 회의 멤버에서 제외된다. 회의는 “다양한 근로 형태의 실현 제도일 뿐 해고 남용을 위한 제도는 아니다”고 했지만 노사 쌍방의 합의·납득 없이 만들어져 반발이 크다. 노동계로선 후생성의 진심이 의심된다. 후생성은 3월 산업 경쟁력 회의 보고서에서 대기업의 인재 문제를 거론하며 심화된 과잉 재고를 지적했다. 대기업이 아니라도 일할 곳이 많다며 인재 유동화를 지지했다. 고용 조정의 최후 조건인 수량(해고) 조정의 길을 터주자는 분위기다. 기업이 재취업 지원금을 주는 조건으로 해고할 수 있도록 법제화하자는 주장이다. 노동계로선 손쉬운 해고 우려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정리하면 한정 정규직은 구속 정도가 낮다. 약하나마 고용이 보장된다. 업무 축소, 지역 폐쇄 때만 해고가 허용된다. 기업도 정규직보다 인사권에 제약을 받아 만능 카드는 아니다. 이 때문에 정부 기대대로 6개월, 1년 등의 계약 갱신으로 비정규직의 고용 안정과 일과 가정의 양립 조화(WLB) 개선 및 육아 이후의 여성 재취업 등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전 게이오대 방문교수)